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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환권 / 일류전으로서의 입체

김종근

“곁에 있는 사람들이나 내가 영유하는 공간은 때때로 나로 하여금 강한 존재감을 느끼게 한다. 그것이 비록 호의적이건 무심한 것이건 관계없이 말이다. 하지만 이때의 나는 아주 긍정적이다. 나와 가까운 풍경. 오지도 않는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모습은 우리 모두 얻지 못할 그 어떤 대상을 기다리는 은유인 듯하다.” 이환권의 이 사유적인 입체에 대한 표현의 이념은 그의 작품 속에 그대로 데포로 마숑 되어 등장한다.

이환권은 1974년에 태어나 경원대 미술대학 환경 조각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한 그의 작가로서의 출발은 2001년 대안공간 루프에서 열린 ‘손국환, 이환권’ 2인전이 시작이다. 그러다 2005년 독특한 사람들의 표정과 기다리는 모습을 보인 ‘버스 정류장’으로 처음 화단에 등장했다. 그러다 같은 대학 출신인 홍경택처럼 그도 2006년부터 홍콩 크리스티 경매에서 크게 인기를 얻으면서 화제의 작가로 떠올랐다. 또한 K옥션이 마카오에서 연 아시안 옥션 위크 경매에서 길게 늘인 여성 이미지를 담은 조각인 가연이 65만 홍콩달러(1억3천만 원)에 팔리면서 추정가(27만-38만 홍콩달러)를 훌쩍 뛰어 넘어 회화 중심의 미술시장에서 조각으로서 그의 인기를 다시 한 번 보여주었다. 또한 지난 2008년 10월 7일에 있었던 서울옥션의 홍콩 경매에서는, 그의 작품 복사집 아들내미 딸내미(종현, 성은)이라는 작품이 추정가의 3배에 가까운 700,000HKD(한화로 대략 1억 1천 5백만원)에 낙찰 외에도 수많은 국내외 경매에서 추정 가를 훌쩍 뛰어넘는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그의 미술시장에서의 인기는 이처럼 부동의 위치로 자리 잡았다. 그런 그의 작업에 출발은 자신이 말한 것처럼 이 작업 스타일의 발단은 TV에서 영화를 보던 경험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대형 상영관의 와이드 스크린에 맞게 촬영된 영상이 텔레비전에서 방영될 때 텔레비전의 규격에 따라 비율이 바뀌면서 나타나는 왜곡된 형상에 대한 현상에서 그의 이미지 포착이 모티브였다. 이런 경험적 현상을 그는 평범한 사람들의 모습에서 모델로 사진을 찍은 후 컴퓨터로 이미지의 좌우 혹은 위아래를 줄이거나 늘려 이미지를 변형 후 생기는 모습을 입체적으로 재현한 것이다. 이미 이러한 작업과정이나 상상으로 볼 때 그의 작업은 전통적인 형식을 떠나 모던한 컨셉의 패턴을 보여주고 있다. 형태에 대한 극한적인 변형의 본질을 생각해 볼 때 그는 극적으로 형태를 변형한다기 보다 사실은 다양한 이미지 즉 거울 속에 비친 영상을 드러낸 것이 정확하다. 그러기에 그의 형태는 사실 작가가 의도적으로 표현하기 형태의 왜곡을 사용한 것이라기보다 형태의 변형과 왜곡 된 이미지를 착안한 것이다. 말할 것도 없이 그의 사람들 표현은 마치 잘 못 나타난 실패한 이미지나 그림자처럼 길게 늘어나거나 혹은 찌부러져 있다. 그 이미지들이 정상적인 형태의 이지가 아니라 실패한 이미지의 포착이 만들어 내는 즐거운 현실의 왜곡인 것이다.

그러기에 이환권의 입체조각은 언제나 극적이며 드라마틱하다. 온통 어떤 스냅사진처럼 드라마틱한 풍경의 뒤틀림에는 작가의 의지가 드러난 것이라기보다는 작가의 눈과 마음이 반영된 거울의 모습이라고 하는 것이 더 구체적이다. 그 한없는 뒤틀림들은 곧 영상의 왜곡으로 스냅사진처럼 기본적으로 어떤 형상과 제스처의 장면을 갖고 있다. 그리고 그것들은 생활 속의 장면들로 아주 평범한 일상의 모습들이 테마를 이룬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작품을 소수의 미술 애호가만 찾는 갤러리가 아니라 일반인들도 함께 할 수 있는 장소에서 작품을 발표하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그를 유명하게 만든 <버스 정류장. 2002~2005>은 위축된 현대인의 모습을 극단적으로 표현한 작품들이다. 이들은 2002년부터 2005년까지 완성한 인물들로 버스 정류장 프레임에 설치한 대형 작품으로 변형된 인체를 드러냄으로서 인간의 고독한 심리를 드러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한 <부랑자. 2005>는 거리에서 술에 취해 잠든 취객의 모습을 극단적이고 리얼한 표정으로 현대사회가 안고 있는 소외 된 표정을 묘사했다. 그의 이러한 표정은 장독대 시리즈에서도 이어졌다.

<장독대. 2008>는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 아들, 딸이 함께 있는 패밀리 시리즈로 세로로 길게 늘여놨던 인물들을 반대로 가로로 과장되게 눌러 놓은 작품으로 이환권 표현의 시각을 보여준다. 여전히 그는 3대가 함께 하는 풍경의 따뜻함과 가족애를 잃지 않고 있다. 이처럼 그는 가족과 동네에 흔히 볼 수 있는 아이들을 소재로 한 작품이 대부분이다. 의자에 앉아 책을 읽는 남자의 모습인 〈책이 되다〉, 책상에 엎드려 있는 여학생〈오늘은 공부하기 싫어〉, 서로 이야기를 하고 있는 남녀의 모습을 포착한 <같은 곳에 있지만〉, 붉은 우체통에 편지를 넣는 아름다운 여인의 휘청거리는 모습 〈바람 부는 날〉 등이 그것이다. 아주 평범한 일상의 이미지와 존재의 표정, 그의 작품 속 형상은 애초부터 변형된 이미지의 벽에 부딪혀 꺾여 등장한다. 그래서 이환권은 전혀 다른 차원의 세계에 있는 것처럼 시각적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설치작품 사람들을 상하로 납작하게 표현한다던지, 옆으로 길쭉하게 표현된 조각에서 우리는 기발함과 유머 동시에 매력을 느끼게 된다. 그는 일상적인 이미지에서 벗어나 레옹과 마틸다를 주제로 아주 리얼리티한 조각을 만들어 냈다. 그것은 영화 레옹처럼 주인공 레옹이 마틸다에게 총을 조립하는 장면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그것 자체가 커다란 의미를 주고 있지는 않지만 이 영화 속 그 장면이 실제의 모습에 왜곡되어 있다는 점이다.

그는 어쩌면 다른 각도의 모습에서 보여진 이미지를 통해 해석할 수 있다는 일류전을 보여주고자 했을 것이다. 그래서 이환권의 인체들은 자유롭게 조작되거나 변형될 수 있다. 그 형상들은 마치 그림자처럼 길게 늘어나거나 짧게 짜부라져 있다. 그의 이 조각 들은 어떻게 만들어지나? 그는 먼저 인물을 사진으로 찍은 후 컴퓨터 그래픽으로 비례를 조작하고 이를 토대로 조각을 만든다. 그래서 현실세계에서 그런 비례의 인체는 존재할 수 없다. 아버지와 할머니, 아버지와 어머니, 아들과 딸 등 3대가 모인 가족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엄마 아빠와 딸이 서있는 작은 가족 시리즈 역시 마찬가지이다.

장독대처럼 짓눌린 형상의 사람들은 착시효과를 내면서 부드럽고 포근한 가족의 이미지를 느끼게 한다. 그는 한국에 있는 장독대를 바라보면서 옹기종기 모여 있는 어떤 가족들을 연상하게 됐고, 그것을 형상화하기 위해서는 좀 찌그려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덕수궁 돌담길에서 흑백으로 만든 가족 6명을, 정동극장 마당에서 색을 입힌 가족 6명을 각각 선보인 것도 그러한 이유이다. 아주 분명하지만 미술시장에서의 그의 평가나 인기가 언제나 절대적인 평가가 될 수는 없다. 그것은 미술시장의 자본의 논리에 따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환권의 조각은 분명 현대조각이 가지고 있는 표현의 영역을 색다르게 개척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시각적인 재미와 함께 따뜻한 정감이 느껴지는 게 이환권 작품의 매력, 이제 그는 보다 메시지 있고 철학적인 작품으로 전개된다면 어떠할까? 그것이 이환권이 우리 입체미술 뿐만 아니라 세계미술의 지평에서 어떠한 위치를 가질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해답이 될 수 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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