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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병우 / 한국미를 소나무에서 발견한 사진작가

김종근

2005년, 세계적인 팝 가수이자 미술품 컬렉터로 알려진 엘튼 존이 배병우씨의 소나무 사진작품을 3000만 원 정도에 사서 그는 일약 한국에 유명한 화제의 사진작가로 떠올랐다. 그리고 이어서 2007년에는 세계적인 경매회사인 크리스티에서 그의 소나무 사진 두 장이 1억원이 넘게 낙찰 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미술계는 배병우 라는 사진작가에 주목했다. 그러나 그는 이미 ‘종묘’ ‘앙코르와트’ 등 정적인 역사의 흔적을 간직한 사진으로 스페인이 안달루시아의 알람브라궁전 촬영을 의뢰 할 정도로 유명한 작가였다.

배병우 그는 1950년 전남 여수에서 태어났다. 그가 바닷가에서 태어 났다는 사실은 그의 사진 작업에 아주 중요하다. 유년시절을 보낸 여수 뒷산의 소나무들과 멀리 보이던 바다는 예술가의 가슴에 박힌 지울 수 없는 문신 같은 것이기에 말이다.

홍익대 응용미술 1학년 시절 동네 형님의 권유로 사진을 배우면서 그의 전공인 디자인은 뒷전이었다. 그러다 대학 4학년 때 집안이 망하고 가난한 삶 속에서 남의 그림과 조각 작품, 집 사진 등을 찍어주면서 그는 독학으로 사진가가 되었다. 그런 그에게 대학 초년시절 카메라를 메고 남해의 섬들에서 보길도 앞의 봄바다와 고기 잡는 돛단배, 안개 속으로 미끄러져 가는 풍경들은 그를 풍경에 엎어지게 했다. 그가 처음에 바다 사진으로 시작한 배경은 이렇게 그의 고향과 무관하지 않다. 배병우의 본격적인 사진 작업은 70년대 후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바닷가 사람처럼 홍도, 완도, 백도와 같은 남쪽 섬 해안에서 등대나 파도나 바위섬, 하늘의 구름에 렌즈를 들이댔다. 그의 여수 고향집 뒤에 소나무가 있었다고 했다. 낙락장송이었는데 그걸 보고 자라면서 산에 오르면 저 앞에 바다가 보였다고 했다. 바다에서 태어난 그에게 바다는 어부처럼 그의 모든 것이었고 예술의 원천이었다.

물론 그를 사진으로 돌아서도록 만든 결정적인 계기는 프랑스의 조형주의 예술가 모흘리-나기 (Moholy-Nagy)였다. 나중에 그는 모흘리-나기의 빛에 대한 새로운 사진과 에드워드 웨스턴의 자연에 대한 태도와 실천이 그의 사진 형성의 기초가 되었다고 했다.

1985년 두 번째 개인전 마라도는 그의 우리 땅 여행의 귀착점으로 평가된다. 점과 점으로 이어가는 선의 아름다움을 거기서 발견 했기 때문이다. 그 무렵 그는 동해 양양 해변을 따라 내려오면서 배병우의 사진인생에 가장 큰 주제인 소나무를 만났다. 그는 우리나라의 자연을 대표하는 것이 무얼까 그는 한국미에 고민했다. 거기서 그가 만난 낙산사의 소나무, 그것은 자신의 생각을 그대로 현실로 옮겨온 풍경과도 같았다 . “마치 심마니가 산삼을 발견한 것처럼 소나무를 봤다”고 했다. 이처럼 그에게 소나무는 반도 등뼈인 태백산맥의 피와 살이라는 믿음에 도달했고 그는 경주 남산 기슭의 소나무에 렌즈를 들이대며 그의 날카로운 시각은 정점에 도달했다. 경애왕릉 솔밭은 선에서 깊이를 갖게 해 주었으며 그는 거기서 동학의 뿌리인 인내천 사상을 깨닫게 해주었다고 술회 했다. 그는 전통적인 사물이나 오브제에서 한국의 아름다움을 찾기보다 소나무 등 자연을 통해 한국미를 보았다. 곡선과 닮은 능선, 그러니깐 노년기에 접어든 우리 산하의 완만한 곡선을 그는 한국미로 해석했다. 결국 그에게 소나무는 아버지고, 바다는 어머니가 된 것이다. 또한 그는 제주 오름을 놓치지 않았다. 밀물과 썰물을 보고 들숨과 날숨으로 이어지는 인간의 생명력을 깨닫듯이, 배병우는 제주 오름을 주제로 사진을 찍으면서 그는 그 선이 단순한 구도상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것은 수평에 대한, 아니면 경계를 이루는 하늘과 땅이 맞닿은 자연의 아름다움과 철학에 그 자신의 발견이자 확인이었다.

그래서인지 배병우의 소나무는 빛이나 구성 그리고 긴장감과 영적 신비를 느끼는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 그러면 왜 작가는 뱀들의 춤 같다는 소나무에 열광하는가? 그는 눈보라와 비바람을 견디며 질긴 생명력으로 살아온 한민족의 삶과 정신의 원형이고 상징으로 보기 때문이다. 즉 배병우에게 소나무는 단순한 소재가 아니라 예술가의 근원적인 본능이자 한국인들을 키워낸 한국미의 진실인 것이다. 그는 고집스럽다. 그래서 그는 테마를 한 번 잡으면 수십 년 동안 같은 것을 추구하는 ‘원시적’인 사진가로 불린다. 그러면서도 그는 우리가 가진 자연을 기본으로 세계인의 정서를 녹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곳에 그의 에술가적인 눈과 철학이 그의 사진을 만들어 낸것이다. 그는 예술가지 사진가가 아니라고 말한다. 사진은 그가 가지고 있는 감성을 표현하는 하나의 도구일 뿐이라는 것이다. 보기 드물게 배병우는 사진을 다루면서 동양의 산수화를 의식하고 있다. 그것은 산수화에서 볼 수 있는 인간과 자연의 동양사상을 그가 인지하기 때문이다. 그는 소나무를 하늘과 인간을 연결하는 영매로 이해한다. 그는 소나무와 오름, 바다, 산을 찍게 된 이유를 바다는 그가 태어난 곳이기 때문이고, 제주도는 80년대부터 그는 제주를 다녔다. 그곳은 산과 수평선과 계곡이다. 그는 지금은 산을 찍고 있지만 그는 원래 바다에서 시작했다. 그는 자신에게 부과한 숙제가 한국 고유의 정서적 아이덴티티를 추구하는 작가라고 믿는다. 그러기에 그의 작품속 배경에는 우리나라 대표적인 풍경화가 겸재 정선의 풍경에 대한 철학적인 영감이 작용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사색적이고 철학적인 작품 세계는 그의 고향에 대한 진한 향수의 눈길을 담은 서정적인 바다와 한국인의 자연에 대한 가치관을 상징하는 소나무,그 안에는 그가 전하는 무수히 많은 비밀스런 이야기들이 숨쉰다. 그의 소나무 사진은 그가 사진을 찍는 이유 것은 현실을 기록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기억을 일으키기 위한 행위 이다. 그가 우리가 주목하고 세계가 그의 작품에 열광 하는 것은 소나무, 바다, 산과 같은 한국의 정서를 그가 가장 잘 리얼리티하게 포착하기 때문이며 그것이 곧 세계인의 정서와 소통하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배병우의 신비스런 작업은 그를 구본창과 더불어 한국 사진의 세계화를 이룩한 사진작가로 평가하는데 아무런 이견이 없다.

김종근│미술평론가, 부산 국제 멀 아트쇼 전시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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