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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하 / 달콤한 중독에 중독

김종근

그녀가 좋아하든 싫어하든 그녀는 지금 우리 화단에 인기 있는 젊은 여류화가 이다. 이제 삼십대 초반의 그녀는 스페인의 유명한 아트페어인 아르코 아트페어와 세계적인 경매회사인 소더비, 크리스티의 해외경매에서 드물게 떠오르는 한국의 블루칩 작가로 떠올랐다. 그리하여 이제 안성하는 혜성처럼 나타난 한국여류 화가의 상징이 되었다. 그의 이력을 보자, 그렇다고 화가로서 그다지 아주 특별한 약력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녀는 홍익대학교 회화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중앙미술대전 우수상과 대한민국 미술대전에서 비교적 좋은 평가를 받으면서 화단에 데뷔했다. 그가 처음 선보인 2004년 개인전에서는 대담하게 ‘담배’, 시리즈로 자신의 작가적 모티브를 명백하게 각인 시켰다.

2005년 개인전에서 그는 매우 여성적이며 기호식품인 ‘사탕’을 소재로 한 작업에서 자신의 칼라를 분명히 했다. 그러한 열정으로 한 해 동안 그는 국내외 개인전을 가지면서 가나아트 갤러리와 최연소 작가로 전속 계약했고, 크리스티 홍콩 경매에 작품을 내고, 부산시립미술관이 선정한 ‘젊은 시각 새로운 시선’ 10인에 선정 되는 주목을 받았다. 그의 그림에 주제는 재떨이에 놓여진 다 피우고 난 담배꽁초, 혹은 먹음직스러운 사탕을 정밀하게 묘사하는 방법이다. 그러한 경향은 다분히 사실주의 혹은 하이퍼 리얼리즘 스타일로 근래 젊은 작가들이 보여준 일종의 트렌드임에는 분명하다. 그런데 우리가 흥미로운 것은 왜 그녀는 담배와 사탕이라는 어쩌면 선과 악의 두 얼굴을 가진 모티브에 주목하는 것일까? 라는 점이다. 다분히 이 테마는 사람들에게 강렬한 중독성을 가지고 있다. 한결같이 이에 대해 그녀는 '사람들은 담배와 사탕으로 정신의 허전함을 채우고, 위안도 받지 않느냐”며 “미미한 존재들이 일상 저 너머에서 또 다른 의미를 가졌으면 해서 그린다” 고 밝히고 있다. 그의 회화적 대상인 중요한 오브제 선택에 대하여 작가는 강한 중독성과 위안감을 동시에 지닌 담배의 이중성에 흥미로워 한다는 것이다. 알다시피 특히 담배는 사람들에게 유해한 사물로 그다지 권장 할 만한 물건은 아니다. 그러나 이것이 아름답지 않지만 담배가 가져다주는 정신적 위안은 아름답게 해석한다. 마치 사탕 역시 먹을 때는 달콤하고 유혹적이지만 결국 치아에 유익하지 않다. 이것을 안성하는 “사람들은 담배와 사탕으로 정신의 허전함을 채우고, 위안도 받지 않느냐”라고 항변한다. 그가 사전에도 없는 ‘양가성’(兩價性)이라고 하는 것이 그것이다. 그러고 보면 화가가 선택하는 사물의 모습은 단순하게 대상이 가지고 있는 이중적인 의미를 화면에서 노출 한 것뿐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지속적으로 그의 인기 앞에서 묻는다. 커다란 화면에 달랑 몇 개의 막대사탕과 피우다 꺼버린 담배를 리얼리티하게 묘사 하는 것이 얼마나 깊은 철학적 의미를 담고 있겠는가? 라고 말이다. 분명하게 안성하의 작품에는 리얼리티 하면서 패러독스한 반어법적인 스토리가 담겨 있다. 사탕은 속성으로 달콤한 유혹과 동시에 치아를 해를 끼치기 때문이다.

작가는 그가 모티브로 잡은 이 사물에서 그가 지니고 있는 보편적 진리의 아우라를 부여한다. 그것은 “마치 영화의 클로즈업된 장면 안에서 발견하지 못했던 또 하나의 느낌을 발견하게 고 그것과 감정을 공유하며, 비본질적이면 서도 사소하게 여겨지는 일상의 미미한 존재들에 자리를 마련 해 주고자 한다”라는 작가의 시선과 직접적으로 연결 되며 상통 한다. 하나의 미물에 불과한 담배와 사탕이란 이런 사물에게도 그들의 자리를 만들어 주고 싶어 하는 작가의 미술적 의지와 사유는 어쩌면 모든 사물에 이름과 의미를 부여하는 중용의 동양적 사고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면 그는 어떤 시각으로 단순하고 정적인 풍경들을 담아내는가? 그는 두 가지의 표현방식을 보여준다. 하나는 있는 먹던 모습 그대로의 사탕과 다 피운 담배꽁초의 꾸겨진 모습이 주는 상태이다. 여기에는 사실 공통적으로 시간이 흘러갔다는 여운이 있다. 그의 사탕을 보더라도 새로운, 먹지 않은 사탕이 아니라 먹다가 놔둔 그런 사탕이다. 담배 또한 피우다가 뭉개면서 으깨버린 그런 담배꽁초의 모습이기에 더욱 그렇다.

그는 이런 시간이 지난 후의 놓인 사물의 형상을 비치는 유리를 통해 대상을 완벽하게 표현하거나 그런 굴절의 상황을 클로즈업 하면서 이들이 가지는 이전과 이후의 중의적 매력을 획득한다. 그는 드러내고자 하는 표현의 방법에서 사실적 형상을 취한다. 즉 “너무 부담스러울 정도로 똑같게 잘 그리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는 고백은 그의 회화적 자세를 명쾌하게 드러낸다. 그래서 그의 화사하고 장식적인 먹다 남은 사탕이 주는 색채와 자태는 충분히 꽃이 놓여있는 정물화와 유사하다. 사람들이 그의 열광적으로 소장하고 싶어 하는 광적 마니아가 있는 것은 그의 그림의 희소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정말 보는 사람들의 머리를 아프게 하지 않고 ‘가지고 싶다’는 느낌을 직접적으로 전달해 주기 때문이다. 그의 그림은 대상을 크게 확대하여 실제처럼 묘사해 내는 양식 때문에 하이 퍼 리얼리즘이나 극 사실이라는 장르에 포함된다. 그러나 사실 그의 그림에서 그러한 가시적인 패턴의 의도적인 설명은 필요하지 않다. 사탕과 담배가 놓여 있는 그의 그림들은 화폭 안에 오브제로 인식되지만 작가는 사실 하나의 존재가 가지는 그 이중적인 양면의 얼굴 ,야누스의 이치를 극명하게 발언하는 것이라고 믿게 한다. “담배는 독이며 아름답지 않지만 그것이 가져다주는 정신적 위안은 아름답고, 사탕은 달콤하고 유혹적이지만 결국 독이 되고 만다.”라는 그의 발언만큼 이런 야누스의 얼굴을 명백히 하는 것은 없다. 그의 작품을 설명할 때 빈번하게 인용되는 그 ‘독성’과 ‘감미로움’의 영역에서 작가는 사람들의 삶의 두 가지 프리즘의 진실을 보고 있는 지도 모른다. 그것은 아름다운 장미에 가시가 있는 형태와 크게 다르지 않다. 모든 유혹적인 것속에는 독성과 달콤한 양면성이 내재한다는 의미이다. 안성하의 이 상징적 오브제의 속성의 내적인 메시지는 여전히 초기의 시각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다. 다시 말하면 담배와 사탕이라는 메뉴로 그의 내면의 할 말들을 담아내고 있다. 그만큼 작가는 일상적인 소재에 지나지 않는 담배와 사탕으로 평범한 진실을 모든 사람들에게 조심스럽게 드러낸다.어떤 알레고리 같은 구조도 아니고 은유도 아니고, 조용한 언어로 보여 주는 것이다. 그 이상을 그는 우리에게 강요도 설득도 하지 않고 있다. 다만 사탕의 껍질을 벗겨서 먹다 둔 그 사람들의 흔적과 시간 , 담배를 피우고 난 그 이후의 풍경과 시간을 작가는 거대한 화폭 위에 끌어 당기면서 우리에게 말을 건넨다. 그의 말 걸기에 걸려든 사람들은 애연가들은 말할 것도 없이, 그의 그림을 한번 본 사람들은 안성하의 팬클럽과 그의 달콤한 유혹에서 빠져 나오지 못한다. 이것이 안성하 그림이 주는 피할 수 없는 중독성의 오브제인 담배이며 사탕이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끊을 수 없는 담배의 매력에 묶여 있듯이 많은 안성하의 팬들은 그의 달콤한 유혹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것이 안성하의 사탕과 그림 중독의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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