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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도호 / 한국의 데미안 허스트, 설치작가 서도호

김종근

서도호 (徐道濩)는 우리 화단에서 사실 ‘가장 유명한’ 부자(父子) 화가중 하나이다. 한국화가로 유명한 산정 서세옥이 바로 그의 부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서도호는 아버지의 이름이 아닌 그 자신의 이름으로 세계적으로 주목 받고 있다. 신문사 설문조사에서 차세대 주목받는 작가로 그가 선정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1962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에서 동양화를 전공한 뒤 군복무 후 미국으로 건너간 서도호는 로드아일랜드 디자인스쿨에서 회화를 전공한 후 그는 다시 세계적인 명문 대학인 예일 대학교에서 조각을 전공했다. 이제 그의 지명도는 현재 1년에 전시회 15곳 이상을 뛰면서 설치하고 작품을 해내야 할 만큼 세계적인 탑 클래스의 아티스트로 랭크되어 있다. 이처럼 그의 전시 스케줄은 살인적이라 할 만큼 빡빡하다.

서도호는 2001년에 열린 제49회 베니스 비엔날레에 한국 대표로 참여하면서 세계화단에 널리 알려졌다. 그 이후 볼티모어 미술관, 뉴욕의 MoMA와 구겐하임 미술관, 로스앤젤레스 현대미술관 등에 작품을 출품하면서 그 인지도를 넓혔고 , 2001년에는 뉴욕의 휘트니 미술관, 2002년 시애틀 미술관등 세계적인 미술관과 갤러리에서 전시를 가졌다.

그런 그의 예술적 세계를 들여다보면 얼핏 서양식 사고에 물들어 있는 것 같지만 의외로 그의 예술적 ‘진원지’는 그가 살던 한옥집이다. 성북동에 열 살 때 이사 온 집은, 부친인 한국화가 서세옥 화백이 창덕궁 내 연경당 사랑채를 모델로 지은 한옥이다. 1960년대에 헐린 한옥의 자재를 모아 인간문화재인 도편수가 한복을 입고 지은 집이다.

그가 옥색 은조사(銀造紗)를 재단해서 ‘집 모양’으로 만든 섬유 설치작품으로 출발을 알렸다. 그리하여 세계에 이름을 알리게 된 작품, 즉 아파트에 한옥집이 날아와 박힌 사실적인 설치 작업이 서양인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준 작품의 배경이 되었다. 바로 작가의 서울 집 형태를 옥색의 투명한 은조사( 여름용 한복감으로 사용하는 견직물)로 바느질해 재현한 실물 스케일의 섬유작업 < Seoul Home/ L.A Home 1999 >이 된 것이다.

LA 한국문화원에서 전시했던 이 작품은 보는 이에게 시간과 공간 ,문화의 전이를 경험하게 하는 ‘장소 특정적 site- specific’설치 작업이다. 그는 “미국에 오면서 과거의 추억도 함께 가지고 왔습니다. 한국에 대한 향수를 어떻게 다룰 것인가, 수동적으로 그리고만 있을 것인가, 아니면 적극적으로 가지고 다닐 것인가를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후자를 선택했습니다.” 그의 작업의 방향을 일러주는 말이다.

그 이후에 < New York Home/ Baltimore Home/ London Home/ Seattle Home > 등을 제작하며 특정 장소를 위한 건물과 함께 그 건물에 스며있는 개인의 경험과 추억, 그리고 기억을 다른 공간으로 이동시키는 작업을 끊임없이 발표했다. 그것은 우리들에게 유목민 화 되고 세계화된 현대인들의 정체성을 드러낸 것이기도 하며 동시에 그것은 그자신의 삶의 표현이었다.

2000년 서울 로댕 갤러리에서 열린 , 나의 집은 너의 것이다, 너의 집은 나의 것이다는 그러한 작가의 개념을 가장 명료하게 극적으로 드러낸 작품이다.

바로 갑자기 회오리바람에 날려 살고 있던 집이 지구 반대편에 떨어진다면, 당신은 살아남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서도호가 주목 받은 집 시리즈는 예술가로서는 평범한 콘셉트이지만 보편적으로는이런 “엉뚱한 상상”으로 시작된다. 개인과 사회, 문화와 문화, 개인의 기억과 집단 기억, 과거와 현재 사이의 충돌과 공존이 빚어낸 당혹감, 이질감, 문화적 충격을 그는 반영한다. 그는 뉴욕에 첫발을 내딛는 순간을 하늘에서 뚝 떨어진 충격으로 기억하고 있다. 그에게 뉴욕에서의 생활은 맞지 않는 옷이었고 이는 생존에 관한 것으로 서로 다른 문화와 공간의 충돌이었다. 작가는 이 충격을 “집”이라는 오브제를 통해 펼쳐 낸 것이다.

그는 스스로 “집은 개인적 공간인 동시에 문화의 결정판이고 옷은 몸을 보호하는 것이되 신체에 대한 해석이자 몸을 바라보는 시선”이라며 “ 건축과 옷은 이 같은 동서양의 시선 차이를 보여준다”고 해석한다. 이처럼 “집”은 건축적 구조물이지만 그에게는 개인의 정체성을 확인시켜 주는 오브제이며 동시에 과거와 현재, 한국과 미국 등 시간과 공간을 넘나드는 오브제이다. 그러고 보면 그는 작품에서 공간개념, 특히 공간의 특정성과 유동성에 주목한다. ‘너’와 ‘나’를 연결시켜주고 ‘안’과 ‘밖’을 연결시켜주는 11m의 다리를 만들어서 다리를 통과하는 관객들을 새로운 시공간의 세계로 이끈다. 그는 이러한 시도를 통하여 서로간의 경계를 통과할 수 있는, 개인과 다수의 경계를 잇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또한 연착륙하는 한옥집을 형상화한 첫 번째 장 「운명의 바람 Wind of Destiny」을 통해 서도호의 집과 공간 개념은 보다 명확하다.

그가 만든 “집”은 바람에 날아오를 만큼이나 유동적이며. 어디로든 이동가능하고 장소와 공간에 따라 변형이 가능하다. 서도호는 과거와 현재, 미래를 연결 삶에서 얻어지는 귀중한 메시지를 축으로 하여 보여준다. 그러나 사실 서도호를 세계적 스타 작가로 만든 것은 작품 바닥 ‘Floor’이다.

서도호의 ‘바닥’(1997~2000)은 손가락만한 플라스틱 인형들을 집적해 깔개를 만들고, 유리를 덮어 제작한 것이다. 외형적으로 볼 때 그것은 평범한 바탕의 깔개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백인종, 흑인종, 황인종의 다른 피부색의 인형들이 유리판을 떠받들고 있다. 알져져 있다시피 이 작품은 거대한 마루 유리를 키가 5cm인 수많은 인간들이 떠받치고 있는 설치작품으로 “인류라는 거대한 집단에 공헌하는 하나하나의 작은 구성원”들을 묘사하고 있다. 서도호의 작품은 이처럼 개인과 집단, 정체성과 익명성, 그리고 공간의 이동 등 장소의 전이로 무거운 주제를 다루는 철학적인 측면도 있다. 구체적인 장소에 뿌리를 둔 설치작품들을 통해 정체성의 경계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그의 작품은 하지만 그의 저항적이고 진지하다.

그의 작품 중 가장 해외에서 주목받고 프랑스의 아르프레스에 표지로 나올 만큼 평가를 받은 것이 거대한 갑옷 < some/one 2001 >이다. 이 작품은 수천 개의 스테인리스 스틸 군대 인식표로 구성된 거대한 금속갑옷이다. 베니스에 한국관의 바닥을 뒤덮은 이 작품은 군대 인식표 1천 개로 이루어져 있으며 인식표는 작가의 그가 체험한 기억 속에 유품이다. 복종과 단결과 그리고 충성에 대한 자세를 보여주는 전체주의적 사회체제의 인상을 그는 여기서 드러낸다. 이것 역시 “바닥”이란 작품처럼 인류라는 거대한 집단에 공헌하는 하나하나의 작은 구성원과 동일한 맥락으로 읽힌다. 이 작품은 군인들이 목에 걸고 다니는 인식표를 모아 젊은 청년의 인생을 상징한다. 특히 인식표들이 모여 속이 텅 비어 있는 유령 같은 형상의 전통적인 한국 의상에서 우리는 그의 한국적 상황을 보편에 통합시킨다. 그러한 무수한 오브제의 집합은 작품 ‘Who Am We?’에서도 보여진다. 작은 점들이 인쇄된 벽지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그것은 각기 다른 인물의 얼굴 사진임이다. 관람객들이 보는 거리에 따라 개인이기도 하고, 벽면의 일부가 되기도 한다.

그는 우리가 이미지와 공간을 기억하는 방식을 성찰케 한다. ‘우리는 누구인가?’,에서처럼 그는 자신이 다녔던 고등학교의 졸업앨범에서 약 4만 명에 달하는 10대들의 증명사진을 끌어들인다. 얼굴을 구별할 수 없으며, 가까이 다가가서 보아야 하는 이 개별성과 익명성에서 출발하여 이것들을 공공으로 확대 시킨다.

그는 공공미술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개인의 경험으로부터 공감을 끌어내는 것이 공공미술이며 그 같은 작품이 공공장소의 성격까지 지배한다”라며 그는 장소를 구성하는 주체가 사람인데 이들을 고려하지 않은 일부 공공작품들을 안타깝다고 했다.

서도호는 여전히 작품 ‘떨어질 별 1/5’는 그가 어린 시절 살았던 전통 한옥과 미국에서 처음 거주했던 아파트를 재현하여 그들간의 격렬한 충돌을 보여주는 대형 설치작품처럼 동양과 서양의 건축 양식의 비교를 통해 사회 구조와 문화의 차이를 보여줌으로서 지금 세계화단에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우리는 펠릭스 곤잘레스 토레스(Felix Gonzalez Torres)처럼 그가 좋아하는 19세기 청나라의 중국 화가바타이사렌(ba-tai-sar-ren)처럼 세계속에 한국작가 이기보다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작가로 성장하여 우리를 빛내길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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