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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웅 / 붓의 움직임과 정지, 붓의 스타 이정웅

김종근

요즈음 스타는 만들어진다. 일정한 컨셉과 아이디어, 적절한 테크닉과 유행을 가진 트렌드로 작가는 철저하게 만들어진다. 그러나 여기 만들어진 작가가 아닌 열정의 태어난 스타작가가 있다.

이정웅, 그는 1963년 경상북도 울릉군에서 출생하였다. 그동안 개인전만 해도 25여 회 정도를 넘고 한국은 물론 중국, 스페인 뉴욕 일본, 유럽 등지에서 개최되는 각종 아트페어에 수백회의 그룹전을 가졌고 전시되는 작품마다 옥션에서도 솔드 아웃되는 인기 작가이다. 그러나 인기작가 뒤에는 언제나 그만한 성공을 이끈 비 하인드 스토리가 있듯이 그도 예외는 아니다. 대구는 일찍이 한국 구상계열의 작가들을 배출해낸 명소로 유명하다. 지금 한국의 구상 화단을 이끌고 있는 작가들은 대부분이 경북 대구지역 출신 작가 들이다. 변종하, 이인성 선배화가들에 이어 김일해 ,이원희, 장리규, 이수동, 도성욱, 이정웅, 윤병락, 이목을 등이 그 지역 출신의 화가들이다. 그러기에 그의 출현은 사실 그다지 놀랄만한 일은 아니다.

이정웅, 그는 정말 그림 잘 그리기로 소문난 학생이었다. 그러나 그는 미대를 갈 수 없었다. 신체검사에서 색약 판정을 받아 당시의 미술대학 입학 규정에 있는 색약 판정으로 입학이 불가능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대에 들어가기 위해 검사용 책 순서를 통째로 외우기도 하고, 특별한 렌즈를 사용 했지만 결국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는 붓을 꺽지 않고 그림을 그렸고, 드디어 대한민국 미술대전에서 특선을 하는 등 화가의 길로 들어섰다. 그는 결국 대구 계명대학교를 졸업 화가의 길을 걷게 되었다. 이정웅, 어느 평론가는 그의 묘사력을 일컬어 “귀신같은 재주” 혹은 “사진보다 더 잘 그리는 화가”로 그를 부르기도 한다. 사실 그가 지금은 최고 절정의 붓 작업으로 인기를 얻고 있지만 본격적인 데뷔 초 그림들은 정겹고 따뜻한 진달래 꽃, 대추 그리고 모과 등 과일 같은 정물이 대부분 이었다.

전통 도기에 담긴 새침한 꽃과 정감 있는 과일들은 매우 정교하면서 사실적인 화풍으로 예술성보다는 감각적이고 장식적인 성격이 강조 된 그림들이었다. 그 그림들은 그 정감 어린 모티브들로 나름대로 인기를 끌었지만 그는 이내 그런 정물화가이기를 거부하고 새로운 테마를 찾았다. 작업 초기부터 그는 약간은 한국적인 정서를 담아내기 위한 모티브에 관심을 보였고 90년대 도자기와 꽃, 과일 등의 정물등 2000년 이후 부터 붓이라는 대상에 집중적으로 주목했다. 그의 작품은 많은 사람들에게 인기가 있었지만 더 변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캔버스 자체를 버리기를 결심, 캔버스를 버리고 한지를 택했다. 물론 그 합지는 네 번이나 배접한 상태로 만들어진 독특한 그만의 장지이다.

한국적인 소재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처음에 붓과 연적, 벼루 같은 소재에서 서서히 붓이 화폭의 중심이 되는 테마로 옮겨갔다. 물론 단순한 과정은 아니지만 그의 작업 순서는 붓에 먹을 묻혀 한지 위에 뿌리고 , 붓이 던져진 붓 자국과 그 흔적을 치밀하게 그려낸다. 여기서 우리는 붓 자국과 붓의 관계에 대한 작가의 숨겨진 예술적 이념을 만나게 된다. 그것은 독특한 그만의 재료인 한지와 유화의 결합으로 깊은 동양성을 지키면서 동양화의 여백처럼 공간을 구성하는 테크닉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무엇이 이렇게 그만이 갖는 자신의 그림을 그릴 수 있게 한 것일까? 그는 자신의 예술에 관한 철학을 이렇게 말한 적 있다. “그림은 배우는 것이 아닙니다. 남에게 배우면 영원히 2인자가 될 뿐이죠. 중요한 것은 독창성입니다. 혼자서 습득하는 것이 자신의 독창성을 찾는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그의 작품들은 이처럼 자신만의 다양한 기법으로 프로타주 기법과 캔버스가 아닌 패널에 한지를 붙이고 아교칠을 해서 그리는 방법으로 기존 회화가 가지지 못한 질감으로 그만의 독창성을 살려낸다. 물론 어떤 시각에서는 캔버스에 뿌려진 화면 가득 뿌린 듯 부분에서는 잭슨 플록이나 샘 프란시스의 그림을 떠올리기도 한다. 동시에 그의 작품은 실제 오브제를 마주하고 있는 듯 한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정교하다. 힘차게 내려 그은 획이나 그림에 조용히 놓여있는 붓 동작 등은 우리에게 또 다른 화폭의 생동감을 준다. 특히 사실적인 형태의 붓은 놓여있는 모습과 비교할 때 그의 그림이 주는 고요함과 움직임은 그의 화두처럼 가득하다.

사실적인 형태의 놓인 붓이 주는 정적인 이미지와 붓이 뿌리고 지나간 먹의 흔적이 주는 교차와 교류 ,그 동적 이미지가 절묘하게 한 화면에서 만나고 있다. 실제 화폭에 묘사 된 그의 붓은 매우 조용한 오브제처럼 놓여 있다. 그래서 화면 중심에 위치한 붓과 먹물의 흔적은 작가의 생각 것처럼 “대상은 붓이지만 먹 번짐이 주제이며, 추상을 시도한 것이다.” 라는 작가의 설명이 실물처럼 묘사된 붓의 표면을 충분히 압도하고 있다.

이정웅이 화폭 속에 펼쳐놓은 붓의 어울림과 다양한 물감의 흔적은 마치 구상과 추상이 혼합된 것처럼 화합을 이루고 있다. 그의 그림에서 사실 붓만큼 중요한 모티브는 구성이다. 그림 속의 붓이 그려낸 추상적 흔적들은 의도적인 것 같으면서 자연스럽게 고요함과 움직임으로 조화를 이룬다. 많은 사람들이 붓의 실물보다 더 실물 같은 붓에서 감명을 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사실은 사실적으로 그려진 붓과 그것들이 만들어 낸 다양한 물감들의 흔적이다. 그래서 이정웅의 그림을 보는 사람들은 그의 작품이 “ 붓과 붓이 배설한 먹물이 씨줄과 날줄처럼 촘촘히 얽어져 있다”고 보는 시각도 흥미로운 시각도 있다. 그러나 그러한 이면에는 붓과 공간의 긴장감이 만들어 내는 단순미와 간결함의 탁월한 조화의 결과물이다. 분명 이정웅의 사실적 붓 속에는 고요함과 움직임의 충동이 빚어내는 최고의 하모니가 결코 간과 할 수 없는 그의 예술적 가치이다.

그의 작품에 대한 예술적 해석이나 읽기 역시 붓의 극명한 표현보다 그것이 주는 내면적인 힘과 긴장감 있는 화폭의 대립이 그의 회화의 진정한 매력이다. 이정웅 그는 지금 한국의 젊은 작가 중 품절화가로서 소위 가장 잘 나가는 작가 중 하나이다. 그러나 그것은 오늘의 이야기일 뿐이다. 한 때 그는 가난해서 라면 세 개로 일주일을 보낼 만큼 가난한 시절을 보냈고, 작품을 제작할 때는 캔버스 살 돈이 없어 대구 서문시장 포목점에서 얻은 광목 쪼가리를 붙여 작품에 출품할 정도로 궁핍한 시절을 겪었다.

이제 그는 고요함과 동양의 정서의 테마에서 추상적인 요소가 가미된 작품으로 다시 태어날 것을 희망한다. 그리고 그것의 바탕에 그는 동양과 서양을 아우르는 세계관을 불어 넣을 것이다. 그것만이 세계 속의 한국작가로 그가 화려하게 성장해 나갈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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