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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정우 / 열정의 지평에서 태어난 그림들

김종근

그의 그림을 보았다. 영화 <추격자> <국가대표>로 스크린에서 인상적인 모습을 보인 하정우가 화폭에서 보여준 작품들은 영화이상으로 충분히 신선하고 거침없이 인상적이다. 대작과 소품이 빈틈없이 펼쳐진 수 십여 점의 작품을 보면서 나는 먼저 하나의 궁금증을 가졌다. 이미 주목 받는 스타로 성장한 그가 어떻게 그림 그리기에 눈뜨게 되었는가라는 점이다. 그 점이 매우 흥미로웠다. 그림은 그에게 무엇일까 ? 취미인가 아니면 한 때 치기에 버금가는 놀이일까 ?

그는 어린 시절 오치균을 비롯한 유명한 화가들의 작품을 컬렉션한 부친의 영향으로 자연스럽게 그림에 대해 친근감을 가져왔다. 대학을 졸업하고 미래에 대한 불안과 특히 오디션을 보러 다니던 어느 날 그는 초조함에 무언가에 집중할 것이 필요했다. 모든 것이 불투명 했던 청년의 나이, 스물일곱 살. 그것은 그에게 다가올 모든 청년이 갖는 현실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이었다. 그 때 그는 정말 막연하게 그림을 한 번 그려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그러나 처음으로 그가 스케치 북에 그림을 그렸지만 그는 더 이상 새로운 것을 얻을 수가 없었다. 정규적으로 미술교육을 받지 않은 그에게 미술이 마냥 쉬운 것은 아니었다.

그럴 즈음 그가 만난 예술가가 바로 뉴욕의 흑인화가이자 낙서화가 이었던 쟝 미쉘 바스키아의 영화이었다. 뉴욕 신표현주의 화가이며 바스키아의 절친한 친구였던 쥴리앙 슈나벨이 먼저 간 친구를 위로하기 위해 만들고 감독한 영화였다. 실제 영화처럼 바스키아의 작업은 거침없고 자유분방한 필체의 낙서 그림들은 방황하는 그에게 그림에 대한 할 수 있다는 용기와 자신감을 주었다. 낙서로 출발한 바스키아의 그림들은 하정우에게 그림이란 누구나 특별히 고정관념을 가지지 않고 그릴 수 있는 것을 일깨워 준 것이다.

하정우가 그린 많은 그림 가운데 바스키아를 떠올리는 그림이 있다. 이 그림은 그가 얼마나 바스키아를 경외 했는가를 잘 보여준다. 그는 바스키아의 삶과 예술에서 커다란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그는 또한 잭슨 폴록에 대하여도 깊은 애정을 가지고 있다. 마치 잭슨 폴록의 드리핑 회화를 연상 시키는 듯 한 두 점의 그림이 그것이다. 그는 이렇게 자연스러운 작업을 하면서 그림에 대한 새로운 철학을 가지게 되었다. 또한 많은 화집을 통하여 화가들의 예술세계를 잘 이해하고 있었다. 피카소며 마티스, 프리다 카를로 ,루이스 부르조아 등등. 그러면서 그림 이란 것이 꼭 어떤 형식을 갖는 것이 아니라, 자기의 감성대로 그릴 수 있다는 것을 깨우쳤다. 물고기를 그리고 싶으면 물고기를 , 나무를 그리고 싶으면 나무를 , 자신이 좋아하는 색채를 쓰면서 그리고 싶다는 욕망을 가지게 된 것이다. 이후 그는 그림에 더욱 열정적으로 집중 했고, 시간 만 나면 붓을 잡고 화폭 위에 마음 가는대로 그림을 그렸다. 그러나 마음에 들지 않는 그림들은 버렸다. 이제 그림 그리는 일은 그에게 연기를 하는 것만큼이나 커다란 즐거움과 행복한 시간이 되었고 그의 진정성은 화폭위에서 강렬하고 다양한 색채의 모습으로 태어났다.

그러면서 그는 스스로의 연기에도 변화가 생겼다고 고백했다. 그가 경험하면서 느껴왔던 모든 것들, 몸 안의 세포가 기억하고 있는 모든 것들을 그는 그림으로 표현해 낼 수 있다는 예술에 대한 확신을 가졌다. 어쩌면 이번 그의 화가로서의 데뷔전은 그러한 그 자신의 용기와 미술에 대한 벌거벗은 순수한 인간 그대로의 모습이다. 그러한 그의 신념과 철학은 그의 그림에 예외 없이 드러난다. 그림도 자신감과 뭔가를 포장하지 않고 드러내면 이것이 진정성으로 승화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간절하고 가슴에서 우러나는 그의 의지와 열정을 우리는 작품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물론 아직 거칠고 덜 세련된 색채와 그림들이 있지만 이 그림들 속에는 하정우의 순수가 온전하게 들어가 있다. 그는 그것을 감추지 않았다.
때로는 조형적인 질서 없이 자유스럽게 그어진 선들의 구성도 그의 순간의 감정의 반영이다. 뿐만 아니라 그의 작품 창작에 원천은 그림에서 보이는 것처럼 감정의 솔직한 표현이다. 그림속의 다양한 패턴과 형식이 존재하고 있는 것이 이를 잘 말해준다. 그런 점에서 하정우의 그림들은 어떤 특별한 테마를 가지기 보다는 풍부한 감성을 진솔하게 풀어내는 본질적이고 원초적인 화풍을 택하고 있다. 그래서 지금의 작품들은 다양한 감정의 스펙트럼을 보는 듯 현란하면서 칼라풀 한것이다. 자세히 보면 그의 그림들은 그런 자연스런 흔적들을 굳이 감추려 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때로는 여행을 하면서 가졌던 감정을 드러낸다든가, 우연히 어떤 잡지에서 만난 사진 이미지, 길 가다 본 인상 깊은 풍경을 보면서 그는 색깔의 조합을 통하여 그림을 만들어 낸 것이다.

그는 실제 수백 장의 그림이 될 만한 모티브의 사진들을 손수 찍어 보관하고 있었다. 자세히 보면 그의 그림들은 각기 하나하나의 의미와 사연을 갖고 있었다. 그것들이 물고기가 되었다가 참치로 되었다가 그림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림들은 처음에 생각했던 이미지와 완전히 달라져 다른 형식의 그림들이 되기도 했다. 그래서 그의 화폭에는 나타난 다양한 형상의 그림들이 존재한다. 나무가 있고 그 아래 그가 좋아하는 로버트 드니로의 영화 제목들이 화면 속에 작품으로 등장한다. 색채도 바탕 색깔로 시작하는 경우도 있고. 연두색 바탕으로 칠하다가 그것이 다른 형태의 그림으로 태어나기도 한다. 일견 야누스의 얼굴처럼 많은 얼굴들의 표정이 그림 속에 담기게 되는 가장 큰 이유이다. 그럼에도 그 가운데 눈에 띄게 돋보이는 그림이 몇 점 있었다. 그는 이 작품들이 지금 <황해>라는 작품에 출연하면서 얻게 된 작품이라고 했다.

요즘 조선 족 역할을 맡아서 계속 중국 그 연변을 다녀와서 계속 그 문화에 관심을 갖고 그 사람들하고 어울리고 하다 보니 그 곳 색깔들이 녹아 있는 것이다. 하정우는 철저하게 감정에 충실한 작업들을 보여준다. 그러기에 작품들은 거창한 미술의 이념이나 사조, 형식 보다 생활 속의 진정한 내면의 감성과 향기를 고스란히 표출한다.

그는 앞으로는 어떤 특정한 색깔을 두 세가지 만으로 작품을 제작해 보겠다는 의지에 나는 주목한다. 이제 그는 스스로의 색깔과 언어를 가지려 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리고 제대로 된 작업실 하나 얻어서 과감하게 작업을 해보고 싶다는 강렬한 욕망을 피력 했다. 이 말은 결코 아마추어리즘으로 그림을 그리기보다 좀 더 진지하게 고뇌하면서 자신의 언어를 만드는 화가이길 그가 꿈꾸고 있다는 증거이다. 만약에 배우가 되지 않았다면 화가가 되었을 것이라고 할 만큼 하정우는 화가에 대한 그리움과 열정을 내면 가득 품고 있다. 오죽하면 해외에 나가면서 직업란을 쓸 때 액터(Actor -배우 )라고 쓰기가 너무 멋쩍어 페인터(Painter - 화가) 라고 쓰기도 했다고 쑥스럽게 털어놓을 정도로 배우 이전에 화가적 기질을 타고났는지도 모른다.

락커의 모습을 형상화한 가수 이미지의 그림 ,마치 몬드리앙의 구성 회화처럼 이성적이고 조형성이 완벽하게 이루어진 추상회화, 피카소의 화풍을 떠올리는 인물, 코믹하게 인물을 과일과 함께 형상화한 시니컬한 회화까지를 미루어 볼 때 아마추어를 넘는 그림들은 배우화가가 아닌 분명한 화가 배우로서의 하정우를 새롭게 탄생 시켜 줄 것은 틀림없다. 특히 화폭에서 보이는 열정과 테마에서 보이는 격정적인 이미지들은 세기를 빛낸 배우 안소니 퀸의 그림처럼 진지함과 뜨거움이 그대로 가슴에 전해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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