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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이 사랑한 에로티시즘’

김종근

에로티시즘이 전문가인 나에게 그까짓 8매로 미술이 사랑한 에로티시즘을 써 달라는 것은 고문 아니면 모욕이다. 이미 오랫동안 나는 동서양을 비롯한 온갖 다양한 포즈의 에로틱하고 섹슈얼한 그림을 컬렉션 해왔고 ,한 때는 일간지에 현대미술 속에 에로티시즘을 몇 개월이나 연재한 화려한 경력을 가졌고 물론 그런 화집과 슬라이드를 수천 장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이 존재하면서 사람들은 어떠한 형태로든 욕망을 표현하려 했고 그것은 빌렌도르프의 비너스 상에서도 에로틱한 감정은 녹아있다.

인간이 인간답게 살고자하는 미술의 여명기에 <에로틱과 신성함>이 뒤엉켜 있다고 미술사가 스미스는 말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조선시대의 훌륭한 화가들이 모두 한결같이 음탕한 춘화를 그리며 즐겼다는 사실 또한 흥미롭다. 단원 김홍도나 혜원 신윤복등의 숨겨진 해학적인 춘화가 참으로 볼만하다. 물론 서양이나 일본 그리고 중국에 비하면 싱겁기 짝이 없지만 말이다. 이미 중세 서양의 춘화는 더욱 표현에서 놀랍다. 남자 하나에 여자 몇 명은 기본인 그룹섹스는 물론이거니와 갖가지 기묘한 자세가 얼마 전 영화 속 포즈를 흉내 내다 허리를 다친 사람들이 속출 했다는 영화 “색계”를 방불케 한다. 하물며 지루함을 잘 견디지 못하는 예술가들에게 에로티시즘이야말로 최고의 그림꺼리이다.

예술학자 아돌프 루스는 ‘모든 예술은 에로틱하다’. 그 가운데 에로틱한 그림만으로 파리 미술관에서 개인전을 가진 피카소의 모든 예술은 에로틱 그 자체이다. 예술가들에게 에로티시즘과 누드는 사랑과 증오의 투쟁이라고 했던 것처럼 거의 운명에 속한다. 거슬러 올라가면 파리의 오르세이 미술관. 기념 사진촬영 1순위로 꼽히는 도발적으로 드러난 여성 생식기를 그린 한 폭의 그림이 있다. 19세기 사실주의 대가 쿠르베의 작품이다. ‘세계의 근원’이라 불리는 이 그림은 당시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노골적인 문제작이다.

미성년자 불가의 ‘위험한 X 그림’의 탄생은 140여 년 전. 1899년 격동기의 파리·터키의 외교관이자 콜렉터인 카릴 베이(Khalil Bey)가 당대 최고인 쿠르베에게 특별한(?) 그림 한 점을 주문했다. 목적은 혼자 엉큼하게 감상하기 위해서. 조건은 ‘벌거벗은 여인을 앞에서 그리되 혁신적이고 감동적으로 깜짝 놀랄 만한 방식’으로 그려줄 것을 요구했다. 그것도 ‘최고로 창녀 같은 분위기’로 모든 부분을 생략하고 오로지 숲이 무성한 여성의 성기만을 화면 가득 끌어당겼다. 목욕탕 커튼 뒤에 몰래 숨겨 놓고 특별한 사람들에게만 공개했던 이 그림은 정신분석학자 자크 라캉의 유품으로 가격은 약 2억4천만원. 무려 수십명의 여인이 그의 품을 거쳐 갔고 심지어 그가 죽었을 때 14명의 사생아 어머니가 대신 유산상속을 청구할 정도였던 클림트. 모델이 됐던 여성과는 정사를 나눈다는 소문이 난무할 만큼 여성편력이 탁월했던 선수 클림트는 ‘빈의 카사노바로 에로틱의 대가였다.

누군가 보고 나서 눈물이 나면 예술, 군침이 돌면 외설 , 처음부터 다시 보면 예술, 주요 부분만 다시 보면 외설 ,전체 화면이 뿌옇게 처리되면 예술, 부분만 뿌옇게 처리되면 외설 , 비디오를 빌려줘서 돌아오면 예술, 안 돌아오면 외설이라고 했다. 그러나 에로티시즘을 모두 화가들이 원하는 것은 아니다.

2005년 2월 런던 크리스티경매장에는 세계적 콜렉터들이 영국이 낳은 세계적 모델 ‘케이트 모스’를 소재로 그린 한 점의 누드화를 사기 위해 법석을 떨었다. 화가 프로이트는 “나는 사람들의 벗은 모습을 그리는 게 좋다. 옷을 벗으면 나는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아무나 벗는다고 그리진 않는다.” 이 작품이 그려진 배경에는 슈퍼모델 케이트 모스가 인터뷰에서 “프로이트 앞에서 포즈를 취해 보는 것이 자신의 꿈”이라고 직접 고백, 자신의 누드를 그려줄것을 제안하면서 6개월 간의 작업 끝에 이루어졌다. 이 그림은 옥션에서 74억원이란 천문학적 가격에 낙찰 화제 가되었다. 요즈음의 에로티시즘은 언제나 돈과 함께 한다. 돈과 에로티시즘은 분명 부적절한 관계가 아니라 혈연관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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