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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출가의 컬렉션, 월드 컬렉터 백성현

김종근

내가 백교수를 처음 만난 곳은 1990년 초반 프랑스 파리에서 이었다. 그 때 그는 대기업 엘지의 파리 지사장이었다. 그는 일에도 열성이었지만 골프를 버리고 컬렉션 취미에 올인 했다. 어느 분야든 모르는 것이 없었고 그는 그만큼 부지런하게 컬렉션을 시작했다. 특히 역사적인 동해에 관한 고지도의 발굴은 지리학자의 영역을 훨씬 넘어서 있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를 농담처럼 서지학자라고 불렀다. 그로부터 20여년이 지난 지금 대학의 교수로서 미술관이나 박물관을 위한 컬렉션 연출교수로 그 명성을 날리고 있다. 백교수님 넘 오랜만입니다. 명함을 주고받자마자 본인의 컬렉션과 디자인, 공간에 대한 생각을 끊임없이 쏟아내었다.
백교수님, 20여년 입니다 , 너무 오랜만에 만나서 반갑습니다. 그간 어떻게 지내셨나요? 신문지상에 보니 이미 한국의 1등 컬렉터로서 유명세가 대단하던데요. 지금 혹시 무슨 컬렉션을 하고 준비 중 이십니까?

나는 항상 한 곳, 1등을 향해 달려가는 사람이고 이를 위해 다양한 디자인의 콘텐트를 가지고 컬렉션을 합니다. 컬렉션을 준비하는 기간은 샴페인의 숙성과도 같아. 컬렉션하기위한 수집대상에 대한 사전조사는 7-8년의 돔페리뇽 빈티지 숙성기간에 해당한다면, 훌륭한 콘텐트의 컬렉션일수록 최소12-16년의 2차 숙성기간을 거친 돔페리뇽의 외노테크와 같다고 볼 수 있습니다. 모든 돔페리뇽이 외노테크가 되는 것이 아니듯이, 공공성과 다문화성을 가진 콘텐트만이 가능한 일이지요. 바로 지금 나에게 그런 기막힌 컬렉션이 있습니다.

외노테크와 같은 컬렉션이라...정말 기대되는데요? 일단 반가움은 잠시 뒤로 미루고, 우선은 콘텐트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지요, 교수님은 앤티크 오브제라는 특수영역을 선구적으로 개척해온 문화콘텐트전문가라는 수식어가 따라 붙는데, 콘텐트 연출가로서 문화콘텐트에 대한 필요성을 말씀하시는데

이제는 문화. 디자인 콘텐트의 세계전쟁 시대라고 봐야합니다 , 다양한 콘텐트를 가지고, 카테고리의 협소화를 통한 디테일의 세계를 충족시켜야만 하는 것이지. 디테일에서 자라나는 게 콘텐트입니다. 각개전투를 벌여 승리하기 위해서는 하드웨어와 콘텐트를 동시에 마련하는 것이 중요해. 그래서 개념의 이분화가 필요한 것입니다. 그런데 도대체 콘텐트가 무엇이냐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콘텐트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것도 모자라서, 훌륭한 콘텐트와 세계적인 기획력을 구비해도 한국은 인프라에 꺾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나의 두 번째 컬렉션인 저금통에서 발화한 문화사고가 일례라고 보지요. 신문화를 체화하는 속도가 숙성된 문화로 가는 지름길인데…….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지요.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콘텐트의 트렌드 화는 높은 경제적 가치를 창출함으로써 문화경제대국의 성장을 촉진하는데 말입니다.

문화콘텐트의 트렌드 화는 문화적 가치를 향해 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필수 불가 결적으로 경제적 가치를 동반한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그렇지요. 문화콘텐트의 트렌드화는 높은 수익률을 자랑 함과 동시에 문화적 가치도 가지는 중요한 재테크입니다. 요즘 젊은이들은 돈입니다. 펀드나 부동산 등의 재테크를 통해 경제성의 향상을 지향하지요. 그러나 나의 전시 콘텐트는 골동 인형입니다 Antic toy가 얼마나 높은 수익률을 자랑하는지 아나요? 지금 10만 불이 보통입니다. 경제적 가치, 문화적가치등 어떠한 가치를 지향하든 컬렉터들이나, 미래의 젊은 컬렉트들에게 터닝 포인트를 알려 주고 싶어요. 그 포인트를 알려주는 ‘크리에이티브 한 누군가’가 중요한 것이지. 다양한 콘텐트에 대한 열려있는 시각을 가진 창의성과 응용력을 가진 ‘누구’가 되는 것이 중요하지요.

교수님이야말로, 컬렉터로서 다양한 파장을 일으키는 미시적 관점과 총체적 사고를 가진 그 “누구”이신 것 같은데요, 세계적인 컬렉터가 된 여정에 대하여 듣고 싶습니다. 잠재력 있는 미래의 컬렉터들을 위하여 말씀 해주신다면 ...

1970년대부터 저금통을 시작으로 지도 및 가구를 수집하면서 나의 컬렉터 일기가 시작되었지..( 내가 프랑스에서 주재원을 보냈기에 이런 기회를 가질 수 있었지요.)
첫 번째 콘텐트는 서양 일러스트레이션에 비친 한국의 이미지로서 15세기부터 일제강점 이전 시기까지 서양 속에 비친 한국 이미지를 조명하는 작업을 했고요. 한국에 대한 최초의 일러스트레이션인 지도를 테마로 수집하기 시작했고. 이 작업덕분에 “동해 표기에 있어 프랑스 고지도의 중요성”을 발표 할 수 있었지요. 세계적인 콘텐트로 한국학을 선도하는데 기여했다고 봐요. 또한, ‘파란 눈에 비친 하얀 조선’ 을 출간함으로써 나 백성현의 브랜드화가 이루어진 것이지요. LG 연암문고라는 공간에서 콘텐트를 가지고 연출을 한 것도 다 그런 맥락입니다

컬렉션을 다 어떻게 하나요. 특히 저금통 컬렉터는 크게 주목 받았는데

두 번째 콘텐트로는 저금통이야. 고대 로마저금통을 동양 최초로 수집하였고, 1991년부터 세계적인 저금통수집가협회(EMBC)의 아시아 최초 유일 회원으로 등록되어 1등 컬렉터라는 영예를 안겨준 효자 컬렉션이지요. 하지만 문화사고가 발화했던 컬렉션이기도 해요. 원래는 우리은행 금융사 박물관의 지하1층은 저금통박물관으로 건립이 추진 중이었는데 행정 관리자가 바뀌면서 저금통박물관은 역사관으로 그 모습을 바꿔 버렸어요. 행정위주의 박물관으로 인하여 콘텐트의 가치와 기획력이 실추되었던 컬렉션으로 전락한 거지요. 좋은 기획력이 인프라에 꺾이는 것을 보여준 사례입니다. 콘텐트에 대한 인식부족과 다문화를 받아들이지 못했던 미성숙한 우리의 자화상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외에도 다른 컬렉션이 있는 것으로 아는데 특히 로봇은 정말 새로운 컬렉션 아이템으로 주목받고 있는데 어떤 계기로 모으게 되었는지요.
세 번째 콘텐트는 앤티크 로봇인데, 저금통의 마지막 하이라이트가 로봇입니다. 그래서 로봇 컬렉션이 시작되었지. 언급했듯이 컬렉터는 컬렉션을 시작하는 시기보다 더 중요한 것이 수집대상을 선정하기위해 사고하는 생각하는 시간들입니다. 로봇 같은 경우는, 아주 드물게 유럽에서 컬렉션이 이뤄지고 있지 않았지요. 그야 말로 아주 경쟁력 있는 컬렉션입니다. 아마도 아씨모의 출현 이전까지는 메카닉의 생활화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콘텐트 중에는 트렌드화의 시기가 예상보다 앞서는 경우가 있는데, 로봇컬렉션이 바로 그 예에 해당합니다. 빌게이츠와 같은 문화 선도층이 언급한 로봇발언 덕분이지요. 세계 최초의 로봇박물관을 가지는 경이로운 과정은 자손대대로 행복한 일이지 않을 수가 없어요. 훌륭한 콘텐트는 공간의 활성화를 도모하는 유기적인 관계라고 생각하는데, 로봇 박물관은 성공적인 사례라고 봅니다. 트렌드화 된 콘텐트의 입장료로 수익률을 냈으니 앞으로는 글로벌한 기획력으로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외에도 가위를 천여 점 모은 것으로 아는데 그 이야기도 좀 해주시죠.
네 번째 콘텐트는 ‘철이 만든 경이로운 예술, 가위’ 프로젝트인데, 내가 컬렉션 하는 가위들은 전부 근대 이전의 것들입니다. 가위를 단 하나의 키워드로 보면 안 되고, 가위의 작은 면에 조각되어있는 각 나라의 디자인 문화DNA의 정체성을 볼 줄 알아야 하지요. 여담인데 세계에서 소리가위는 한국과 아프리카 밖에는 없는데 엿장수의 음악시조로 생활에 사용된 것은 우리나라 밖에 없다는 거야. 이 얼마나 문화인류학적으로 흥분되는 일인지 아세요. 가위라는 테마의 흥행을 위하여 문화라는 콘텐트의 범주 안에서 다양한 콘텐트의 발견이 가능 한 것이지요.

최고의 컬렉터가 되기 위해서는 트렌드화 될 수 있는 콘텐트를 발견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 것 같아요. 최고의 승부 포인트가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저는 수집가와 연출가, 운영자와 소장가를 분리해야 한다는 것인데, 박물관 연출의 실명제인 것이지요. 로봇 박물관에서 인서울의 이윤제 대표이사, 월드 엑스포 기념품 박물관에서는 발렌타인의 김광수 대표이사가 소장가이자 운영자라면, 나는 콘텐트를 채우고 전시 연출과 디자인을 맡는 콘텐트 연출가 백성현입니다. 테마를 찾아 전문적으로 수집하고, 컬렉션을 완성하면 펀딩을 받아 박물관을 짓고 운영하는 것은 투자자의 몫인 셈이지요. 그래야 멋진 소장품인 콘텐트들은 Home Museum으로 이어지고, 콘텐트의 공급이 심장에서 실핏줄로 이어지듯이 수도권 중심의 박물관에서 분사화 될 수 있는 거지요. 여기에 글로벌한 기획력이 더해진다면 그야말로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지적 콘텐트로 발돋움 하게 되는 것입니다.

문화와 디자인, 예술의 범주 안에서 다양한 콘텐트를 가지고 연출을 하셨는데요. 콘텐트 연출가로서 앞으로 트렌드화 될 콘텐트는 무엇이 있을까요? 위에서 언급한 기가 막힌 컬렉션이 그에 해당하나요?

삶에는 생활화가 이뤄지는 축제의 장이 어디인지 아세요? 바로 공인 세계박람회야. 문화, 예술 및 기술의 진보를 한눈에 보여주며 시대적 가치를 공유하고 미래의 진로를 제시함에도 불구하고 그 중요성의 인식은 낮은 편이지요. 1851년 영국에서 처음 개최된 세계박람회는 산업디자인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이벤트로 볼 수 있습니다. 세계박람회의 역사는 산업디자인의 역사입니다. 1851년 런던의 세계박람회는 윌리엄 모리스의 미술공예운동이 전개된 동기가 되었고, 1900년 파리엑스포는 아르 누보 운동의 창구가 되었고, 1925년 파리 엑스포 역시 아르 데코 양식의 파급되는 계기가 되었으니깐 말이지요. 나의 다섯 번째 콘텐트라고 해야 할까? 1988년 파리 골동품 벼룩시장에서 목제저금통을 수집했는데, 그 저금통이 알고 보니 1937년 파리에서 열렸던 세계박람회 기념품 이였어. 그 때부터 세계박람회 기념품 수집으로 컬렉션의 다양화를 더하게 되었습니다. 1등 컬렉터가 되기 위해서는 다양한 스토리를 가진 컬렉션의 세분화가 중요합니다. 미국의 세계박람회 수집가협회 활동의 중단이 이에 해당하지. 미국은 1968년부터 세계박람회 수집가 협회(WFCS)를 결성하여 주도적으로 수집했지만, 지국의 기념물을 중점으로 수집했고, 1900년 이전에 제작된 유럽 유물이 핵심 콘텐트라는 것을 인지하고 총체적인 수집을 포기하게 된 거지요.

최고의 컬렉션으로 최초를 향해 달려가시는 교수님께서 생각하시는 컬렉터가 갖춰야 할 자질, 혹은 조건이라면 무엇이 있을까요?

누구나 컬렉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다만 1등 컬렉터가 되기 위해서는 정말 모든 것을 포기하고 1등이 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봐요. 자신의 취미생활, 예를 들어 골프, 을 다하면서 컬렉터가 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지요...
컬렉터라면 단순화를 탈피하여 다양한 컬렉션을 가지는 게 중요하다고 봐요. 최소 10-20종류의 컬렉션을 가져야 1등 컬렉터로서의 자질을 갖춘 것이지.
또 다른 조건은, 컬렉터는 책을 쓰는 데에서 시작한다고 보는데.. 자신의 컬렉션과 자신의 콘텐트를 가지고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사람만이 진정한 컬렉터라고 생각해요.

컬렉터로서 문화, 디자인, 예술 경제 등등 경계의 모호함이 불러일으키는 컬렉션의 다양한 콘텐트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크게 기여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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