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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영국의 화가, 임신한 슈퍼모델 케이트 모스 누드화를 그리다.

김종근

지금 파리 퐁피두 미술관에는 세기의 인물화가 루시앙 프로이드의 회고전이 여름 6월 19일까지 열리고 있다. 오스트리아의 정신분석학자 지그문트 프로이드의 손자로서 1922년 베를린에서 태어나 나치의 인종차별을 피해 영국으로 귀화한 사실주의의 화가이다. 런던 골드스미스 칼리지에서 그림을 공부한 그는 1951년에 첫 전시 후 초현실주의자들과 교류하면서 곧 전후 독일의 표현주의 화풍의 인물화와 누드화로 옮겨갔다. 그는 곧 고독하고 거친 인간의 벌거벗은 나부의 모습에 빠졌다. 하나 같이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아름다운 늘씬한 몸이 아니라 , 축 늘어진 살과 지방으로 가득한 인간의 껍질을 징그럽게 드러냈다. 경직되었다는 이유로 직업 모델보다는 친분을 바탕으로 이웃이나 가족, 화상들과 화가 친구들을 모델로 선택한 그는 ‘나의 작품은 자서전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는 말처럼 철저하게 주관적인 시선으로 물컹물컹한 사람들의 벗은 모습을 보여 주었다. 유명 인사의 초상은 극소수만 그렸고 그 중에는 직접 포즈를 취했던 엘리자베스 영국 여왕도 포함 되어 있었다.

2005년 2월 런던 크리스티경매장에는 세계적 콜렉터들이 모여 들어 난리가 났었다. 영국이 낳은 세계적 인 슈퍼 모델 ‘케이트 모스’를 소재로 그린 한 점의 누드화가 출품됐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케이트 모스가 딸 릴라 그레이스(Lila Grace)를 임신했을 당시 제작된 작품으로 6개월 이상의 제작기간이 소요 된 그림으로 작품의 크기도 실물 사이즈에 맞먹는 것이었다. 특히 컬렉터들 사이에서 화제가 된 것은 이 작품이 그려진 배경이었다. 케이트 모스는 잡지 인터뷰에서 “프로이트 앞에서 포즈를 취해 보는 것이 자신의 꿈”이라고 직접 고백, 자신의 누드를 그려 줄 것을 제안하면서 그의 누드 작업이 이루어졌다. 그러나 그림은 슈퍼모델 답게 예쁘게 그려지지 않았다. 이 작품은 결국 393만 파운드라는 엄청난 가격에 (약 76억 원)에 전화로 주문한 사람에게 최종 낙찰 되었지만 그의 신분은 밝혀지지 않았다.
1965년 이후 가장 강렬하며 독창적인 화풍의 누드로 전 세계 미술계에 주목을 받은 그는 영국 구상미술의 전통을 이어 받으면서 생존하는 가장 위대한 사실주의 화가로 이름을 얻었다.
“나는 사람들의 벗은 모습을 그리는 게 좋다. 옷을 벗으면 나는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장 신나는 일들 중 하나는 피부를 관통해 피와 혈관, 그리고 많은 흔적을 보는 것이다”라고 했지만 그렇다고 아무나 벗는다고 그리진 않았다.
그의 나부상의 모델로 알려진 수 틸리라는 여성은 그림을 위해 옷을 벗은 채 포즈를 취하고 하루 20파운드(약 4만원)의 받았다고 밝혔는데 그녀는 결코 아름답지 않았다. 프로이드는 “아름다움을 추함이라 하고 추함을 아름다움”이라면서 아름다운 여인을 초라한 모습으로 그렸다. 이 때문에 프로이드의 작품은 여인의 나체를 관객에게 던져진 욕망의 고깃덩어리처럼 그려내는 친구화가 프란시스 베이컨 작품과도 닮아있다. 마약 복용 등으로 스캔들의 중심이 된 모스는 화가들에게도 인기가 있어서 척 클로스, 게리 흄, 다카시 무라카미, 마크 퀸 등 많은 작가들이 그녀를 소재로 한 작품을 만들기도 했다. 작품의 모델로 참여했던 모스 역시 '제작기간이 얼마나 오래 걸리든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강한 애착을 보였던 케이트 모스, 모델에 대한 가학적인 모습으로 넉넉한 몸매를 무자비한 살코기로 그려낸 그는 가장 아름다운 사실주의 화가 앵그르에 영향을 받았다고 했지만 그의 그림은 가장 추한 모습의 누드화가로 세계에 알려져 있다. 아름다운 모델이 만들어낸 추한 에로티시즘의 승리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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