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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그르의 <터키탕의 욕녀>들

김종근

앵그르의 스승 다비드는 “미술이란 자연을 가장 아름답게, 완벽하게 모방하는 것이며 미술 작품의 목적은 눈을 즐겁게 해주는 것”이라고 했다. 앵그르는 이 가르침을 그림 속에서 엄격한 리얼리즘으로 승화시키려 애썼다. 그림속의 강조와 비례의 미묘한 변화, 우아함과 사실적 깊이로 비로소 그는 19세기 고전주의 미술의 극치에 도달할 수 있었다. 일찍이 21세 때 로마대상을 받고 18년 동안 이탈리아에 체류하면서 그는 르네상스의 거장 라파엘로의 화풍을 익혀 ‘오이디푸스와 스핑크스’ ‘목욕하는 여인’ 등의 주옥 같은 아름다운작품을 만들어냈다.



천부적인 묘사력과 고전미를 보여주던 그는 고대 그리스·로마 미술을 가장 이상적인 아름다움으로 하는 신고전주의 화풍을 이어 받고자 했다. 그의 최고의 예술가적 이상은 라파엘로였고 역사화와 가장 개성적인 초상화와 나체화로 이름을 날렸다. 불멸의 명작 ‘샘’ ‘오달리스크’ 등이 그것이다. 젊은 시절 ‘목욕하는 여인’ 이후 욕탕과 여성의 아름다운 몸매에 끊임없는 흥미를 느낀 그는 84세라는 늙은 말년에 이 화제의 ‘터키 욕탕’을 완성했다.
이 작품은 현실보다는 가상적인 공간을 설정, 그가 그렸던 나체 여인들을 한곳에 끌어모은 듯한 구성을 보여준다. 수 십여명의 나체를 전면에 배치하면서 육감적이고 풍만한 여체의 관능미를 한곳에 모아 표현함으로서 다양한 여인의 아름다움을 넉넉하게 보여준다. 원래는 사각형이었는데 구멍을 통해 훔쳐보는 관음적 요소를 위하여 둥글게 그렸다고 한다.앵그르 여인의 총집합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발팽송의 욕녀’ 등 그의 그림 모델의 포즈가 이 작품 속에 들어 있다. 원래 나폴레옹 왕자의 주문에 의해 그려진 것으로 전해지는 이 그림은 왕녀의 반대로 반환되기도 했다. “여자들은 이렇게 청결하게 그려져 있는데” 하며 아쉬워했던 앵그르는 뒷모습과 손을 올린 여자의 포즈, 원근법에 나타나는 여인들의 자세에서 풍만하지만 천박하지 않은 우아한 여체들을 그려내고 있다. 동시에 나체의 이 여인들은 예쁜 얼굴에 화장을 한 모습으로 진정한 목욕탕의 풍경만은 아니다.

이 그림은 ‘오달리스크’와 더불어 19세기 유럽의 동방문화의 관심의 상징으로 불리기도 한다. 인체를 더 에로틱하게 하기 위해 다비드의 생각을 무시, 풍만한 여체와 부드럽고 유연한 선, 우윳빛 피부 등으로 매혹적인 여인으로 탄생 시켰다. 앵그르가 훗의 화가들에게 준 영향은 “데생은 사물을 보는 형식”이라고 말했던 드가와 르느아르에게로 이어졌으며 피카소의 누드작품에까지도 영향을 미쳤다. 르느아르가 여체의 벗은 아름다움이 없었다면 나는 재미가 없어 그림을 안 그렸을 것이다, 라는 솔직한 고백을 확인 시켜주는 그런 걸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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