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컬럼


  • 트위터
  • 인스타그램1604
  • 유튜브20240110

연재컬럼

인쇄 스크랩 URL 트위터 페이스북 목록

천경자

김종근

천경자 화백이 그리운 이유

잡지의 특집을 준비하면서 작가들의 그림 값을 조사 한 적이 있었다. 몇 백 명의 작가들 그림 가격을 일일이 전화로 문의 하면서 얻은 몇 개의 결론이 있었다. 그것은 참으로 우리나라의 그림 값 체계가 참 고무줄 같다는 생각을 뿌리 칠 수가 없었다. 먼저 가격을 정하는 작가의 자세이다. 일단 어느 작가가 얼마정도 하니 나는 그 정도는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너무 많았고, 작가의 위상이나 작품의 가치는 접어두고 나이가 있으니 이 정도는 받아야 한다는 논리가 가장 강세였다.

도대체 자기의 작품이나 평가가 어떤지는 큰 관심이 없는 듯 했다. 이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박수근이나 이중섭과 동시대에 사람이니까 같은 값을 받겠다는 터무니없는 욕심과 하나도 다를 것이 없다. 그러면 좋겠지만 그것은 희망 사항일 뿐 시장은 그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본인은 호당 몇 백이라고 하는데 시장에서는 한 점에 겨우 몇 백이면 살 수 있다. 경매에서의 가격은 더 더욱 볼만하다. 그래서 작가들이 경매를 싫어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부풀린 가격이 문제이다. 좀 더 바른 미술시장의 질서를 위해서 좀 더 정직한 그림 가격의 형성과 유통이 요구된다. 순수한 내 작품의 가격을 말하는 상대를 만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은 좋은 컬렉터가 태어나기 어렵다는 것과 동일하다. 고흐처럼 영혼을 팔아서라도 좋은 작품을 만들려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아져야 한다. 그리고 미술의 역사까지 들먹이지 않더라도 작가는 작품으로 말하는 풍토가 정착 되어야 한다. 우리는 사실 너무 많은 훌륭한 작가들이 대학에서 많은 시간을 소모하고 있다. 얼마 전 정년퇴임한 어느 작가가 여태까지 살면서 가장 후회되는 것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너무 선생을 오래 했다는 것이었다고 후회한 이야기를 직접 들었다.

물론 모든 화가가 다 그럴 필요도 없지만 실제 더 좋은 작품을 남길 수 있는 작가들이 대학에서 모든 정열과 시간을 써버린 사실을 나는 안타까워한다. 아무리 미술작품에 대한 평가가 편견이 있다고 하더라도 과대평가는 있어도 과소평가는 없다. 지금 현재 미술사적으로 언급되지 않는 작가가 앞으로 평가 받는다는 것은 사실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우리는 21세기를 살고 있다. 새로운 무기와 기법으로 젊은 작가들이 사실 무섭게 쳐 올라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 전업 작가로 살아도 살아남을까 말까한데 반업작가가 좋은 평가를 받기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때때로 예술은 작가의 치열한 정신에 의해 더욱 빛을 발한다. 루이스 부르주아처럼 , 프란시스 베이컨처럼 그 온 열정을 작품을 위해 생을 바친 그런 화가가 그립다. 얼마 전 김흥수 화백이 91세가 되어서야 예술원 회원이 되었다고 하여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정말 코미디이다.

그림 값은 고사하고 제대로 평가 받고 있는 작가가 찾아보기 어려운 이런 상태의 예술원이라면 이건 참 곤란한 일이다. 정말 우리에겐 우러러 볼 소중한 작가가 너무 빈약하다. 렘브란트나 마티스, 샤갈 같은 작가들의 작품에서 그러한 예술의 깊은 힘과 예술가들의 영혼을 발견하려는 기대가 그렇게 힘든 것일까 ? 절망적이다. 에술에 있어서는 단호하고 작품을 하지 않고 정치를 하는 작가가 작가냐 ?라고 일갈하던 천경자 화백 이것이 새삼 그 분이 보고 싶고 그리운 이유이기도 하다.

하단 정보

FAMILY SITE

03015 서울 종로구 홍지문1길 4 (홍지동44) 김달진미술연구소 T +82.2.730.6214 F +82.2.730.9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