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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의 절제 누드 - 조 형

김종근


아름다움의 절제 누드 - 조 형


진정한 의미에서의 명화란 “천재적인 미술가가 시대정신에 입각해서 자신의 개인적인 경험을 우주적인 경험으로 승화시켜 놓은 그 순간에 제작한 작품” 이라고 케네드 클라크는 말한 적이 있다.
그만큼 명화의 탄생이라는 것은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나 모든 예술가가 이러한 명화의 탄생을 꿈꾸며 기다리고 있다. 그 점에서 아마도 조영설 만큼 치열하게 그리고 진지하게 온몸으로 인체, 특히 누드의 표현에 골몰해온 작가도 흔치 않을 것이다.

일찍이 누드를 특별하게 고집해왔던 르느아르는 “즐겁지 않다면 저는 그림을 그리지 않을 것'이라며 누드가 주는 예술의 즐거움에 도취되어 있었다. 그는 선(線)에 집착하지 않고 풍부한 양감에 충실하려 했으며 색채의 효과와 구도사이에 나타나는 조화를 이루려 노력 했다. 그러나 조형은 아름다운 누드나 인체의 표현보다는 거칠고 터프한 선, 풍부한 양감보다는 표현주의적인 색채와 양감으로 그만의 독창성을 확보하려 해왔다.

그래서 그의 누드는 다소 인상파적인 표현법에 강렬한 운동감이 드러난 독특한 여인의 개성을 보여준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러움 보다는 역동적인 힘으로 가득 찬 필치가 작품의 전체적인 인체묘사에서 두드러진다. 작가의 이러한 배경에는 사실 아카데믹한 기법과 형태 표현에 오랫동안 숙련되어 온 그의 경륜이 무관하지 않다. 그는 십수년간의 많은 드로잉 작업을 실제 누드와 함께 해오면서 그의 누드 형태로 정착 시켜왔다.

최근 그의 불투명한 필치와 인상파적인 배색과 윌리암 드쿠닝처럼 운동감 있는 붓질의 느낌은 색채의 파격이며 자연스런 혼합으로 매우 인상적인 누드의 특징과 미를 나타내준다.
외형적으로는 다소 육감적인 듯한 풍만함이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거칠음 속에서 누드의 골격이 잘 드러난다.

우리는 이러한 조형의 누드에서 여체의 안정된 아름다움과 매력을 재발견 한다. 동시에 르느아르가 후기로 갈수록 누드 작품에 열정을 기울이며 '솔직히 만일 여인의 엉덩이나 유방이 없었더라면 나는 그림을 그리지 않았을 것이다'라는 말을 왜 했는가를 잘 이해 할 수 있을 것이다.
조형은 이처럼 누드라는 대상을 하나의 의미를 지닌 존재로 인식하고 그 내면의 세계로부터 역동적이고 생동감 있는 여인 이미지를 창출한다. 그러기에 조형에게 화폭은 마치 아름다운 대지에 누워있거나 서있는 누드의 자연을 탐미적으로 바라보는 진정성이 돋보이는 회화에 닿아있다.

배경을 생략하고, 누드의 모습이 투박한 선과 색채로 명쾌하게 드러냄으로서 표현주의적인 누드작가로 불릴만하다. 특히 그의 절제 된 붓 터치에 경쾌하게 살아나는 색감과 치기의 표식처럼 낯선 선들이 나부의 형태에 극적으로 만나고 있다. 조형의 어느 그림을 보더라도 부드러움 보다는 생동감 있는 여체의 숨소리가 묻어난다. 철저히 구상적인 스타일을 지키면서 세련된 색채와 붓질로 자유분방하게 드러난 누드는 그만의 경쾌한 색채가 빛을 발한다.

그의 그림에 비중 있게 다루어지는 색채들은 각각 누드의 형태들과 서로 교감하면서 시각의 울림으로 다가온다. 그의 나부들은 마치 낯선 여인들의 초상처럼 보이지만 내면세계로 끌어 들이는 마력이 여기에 있다. 일견 ‘뜨거운 누드’라고 명명 되어도 될 만한 조형의 거친 표현주의 풍으로 감싼 누드의 격정적인 색채에는 여체의 아름다운 균형미와 아름다움이 숨어있다. 이것은 작가가 이미 오래부터 누드를 위한 형태를 절제된 생략과 필치로 이미지를 연구해 왔음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회화표현의 본질을 잃지 않으면서 인체표현에 결합시키는 회화성의 능력은 조형이 추구하는 회화의 본질이 바로 거친 미의 추구임을 다시금 확인 시켜준다. 결국 작가는 형상을 떠난 격렬함의 붓질로 작가의 마음속 누드를 보여주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기에 조형의 작업에는 놀랄만한 정서적 섬세성의 가능성과 잠재력이 엿보인다. 즉 섬세하고 예리하게 인체미를 통하여 자신의 심상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며 이러한 심상을 생략과 터프함으로 다루고 있음이 발견되기 때문이다. 작가는 섬세한 구도와 예민한 색채의 미묘한 감성으로 독자적인 영토를 열어 보일 것이다.

또한 그가 지닌 여러 가지 발견 속에는 이 숨겨진 색채와 형태의 발견이 비중 있게 작용한다. 그것이 그가 보여줄 작가적 시각이다. 결코 에로틱하지 않은 상스러운 느낌을 주지 않는 그의 작품은 이제 미적인 형태로 되돌아왔다. 이미지의 단순함을 거부하고 여체의 풍부함을 전해주는 작가의 깊은 시각, 이러한 시선이야 말로 인간의 아름다움과 생명을 드러내는 일이다.

꽃과 같은 여인의 나부가 주는 생명의 아름다움, 그 여인들의 몸의 표정이 조형에 의해 새롭게 태어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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