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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체와 영혼, 극 리얼리티의 조각가 -론 뮤엑

김종근

신체와 영혼, 극 리얼리티의 조각가 -론 뮤엑


“나는 실물크기의 작품은 만들지 않는다. 재미가 없을뿐더러, 실물크기의 사람들은 우리가 매일 만나고 있지 않은가?” 금세기 가장 뛰어난 극사실 조각가로 주목 받고 있는 론 뮤엑은 이렇게 말했다. 가장 리얼하게 진짜 사람보다 더 사람다운 사람을 만드는 조각가 그가 론뮤엑이다.

론 뮤엑은 1958년 오스트리아 멜버른에서 장남감제조업을 하는 독일계 아버지 밑에서 태어났다. 젊은 시절 그는 TV에 어린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의 인형 제작자로 일을 시작했다. 그러다가 1986년 영화제작 일의 참여를 위해 6개월 동안 미국에 머물렀다. 곧 이어 그는 짐 핸슨 감독이 만드는 텔레비전 프로그램 제작팀에 일하기 위해 영국으로 옮겨왔고 거기서 그는 작가로서의 틀을 다지는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1990년 그는 유럽인 광고 제작을 위한 마네킹 제조회사를 설립했고, 여기서 그는 많은 조각을 만들기 위한 고도의 테크닉과 재료 등을 다루면서 사실 조각가의 기초를 마련했다.
화가로서 그의 시작은 화가 폴라 레고의 피노키오를 위한 극사실 조각(hyperrealism) 을 만들면서부터 이었는데 이는 모두 디즈니를 위한 조각들이었다.
1996이후 그의 작업들은 워낙 정교하고 극사실적인 표현으로 서서히 주목을 받기 시작 ,많은 국제전과 각종 미술관 전시에 초대를 받았다. 동시에 그는 영국 최고의 컬렉터이자 컬렉션인 챨스 사치가 기획한 전시에서 크게 주목을 받았다.
무엇보다 그의 조각에 경이스러운 것은 관람객의 ‘호흡을 멎게 할 정도로’ 크고 섬세하고 리얼리티가 존재한다는 점이다.

또한 '사진만 봐서는 절대로 이 작품의 크기를 짐작할 수 없다'라는 말대로 그의 조각들은 인간 실물 크기의 조각품 이상으로 거대한 스케일과 매우 일관된 테마를 추구했다.
예를 들면 산모가 아이를 낳는 순간을 그대로 보여주는 탄생에서 유아기, 그리고 벌거벗은 청년의 모습, 여자의 출산, 그리고 나이가 들어 쓸쓸하고 초로한 모습의 노년, 마지막 인간의 죽음 등을 마치 한 인간의 일대기를 보여주듯 차례대로 묘사했다. 그것은 인간, 즉 인생의 순환을 의미했다. 과연 ‘인간이란 존재는 과연 무엇인가’ 라는 철학적 화두를 관객들에게 던진 것이다.

그리하여 그의 모든 작품들은 너무나도 실제 인간의 모습과 너무 닮아있어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실제 인간이라는 착시와 같은 놀라움과 충격을 주었다. 그 점에서 론 뮤엑의 작품은 인간 삶의 본질적인 모습을 가장 집요하게 탐구한 천재적인 작가로 손꼽힌다. 특히 호주 예술계에서 말이다.

전시 때마다 그의 리얼리티가 너무나도 강렬하여 보는 이로 하여금 놀랍고 감동적이기 까지 했다. . 2005년에 제작한 침대(the bed)로 크기가 무려 162 x 650 x 395cm.
그의 처녀작이자 그에게 세계적 명성을 안겨다 준 작품이 <죽은 아버지>(Dead Dad, 1996)이다.
이 작품 속의 남자는 다름이 아닌 뮤엑의 아버지로 실제 그가 아버지의 임종을 지키며 느꼈던 슬픔, 연민, 죽음 등을 절제 있게 있는 그대로 표현한 작품으로 화제를 모았다.

이 작품은 그가 추구하는 신체와 영혼을 대변하는 작품이다. 모든 신체의 부위를 그대로 드러낸 이 <아버지>는 죽음의 그 표정과 순간들을 가감 없이 보여주고 있다. 그는 여기서 새로운 리얼리티의 힘과 실존의 메시지를 집요하게 추구했다. 또 다른 작품에 눈을 감고 있는 모습들은 다시 2001-2년에 제작된 <마스크 2>에서 중년의 얼굴만 마치 브랑쿠지의 얼굴처럼 달랑 옮겨놓아 그 리얼리티의 마지막 절정의 극적 표현을 묘사했다.

2000년도의 서 있는 사람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초라한 인생 후반을 상징하는 중년의 머리가 벗겨진 모습 , 외투만 걸친 채 초라하게 어딘가를 응시하는 그 인생의 모습은 마치 늙은 인생의 부질없음과 덧없음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반추하게 한다. 두 손을 쭈그리고 앉아 머리를 깍은 모습을 보이는 벌거벗은 청년 , 그의 작업들은 한결 같이 모두 벌거벗거나 나체의 모습으로 등장시킴으로 인간 본연의 본질적 모습과 신체를 도구로 의미를 담아낸다.

그런가 하면 몸에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채 작은 검은 목조 배에 들어가 앉아있는 한 남성의 <보트에 있는 남자>도 예외는 아니다. 전나의 모습으로 성기는 물론 사색적인 자세로 생의 순간들을 바라본다. 이와 유사한 그러나 전혀 다른 욕망과 야망이 눈앞을 바라보는 시각으로 강열하게 포착한 것이 <빅맨 > 이란 2000년도의 작품도 그의 이런 인간의 상황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이 작품들은 과연 어디에서 연유 된 것일까 ? 이 작품들에서 우리는 영국의 최고화가들인 프란시스 베이컨이나 루시앙 프로이드가 보여주는 인물의 표현과 어떤 인간 신체에 대한 강렬한 인상과 스타일의 영향을 발견한다.
징그러움과 처절함 등이 묻어나는 <여자아이>(A Girl, 2006)라는 거대한 규모의 작품도 엄마의 자궁을 막 빠져 나온 신생아로 그대로 핏자국이 묻어있고 , 신생아를 보여주는 주름, 발톱 모양의 사실적 묘사에 전율이 느껴질 만큼 그것은 징그럽기 까지 하다.
이처럼 생과 사 (Life and death)라는 화두를 뮤엑은 관객들에게 집요하게 제시하는 <죽음과 탄생>의 메신저가 바로 조각인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의 작품에서 ‘과연 삶과 죽음 사이에는 무엇이 존재할까’ 라는 또 다른 질문을 던진다고 말한다.
철저하게 리얼하고 철저하게 보여주고 있는 그의 작품들은 그래서 보는 모든 관객이 반응한다. 결코 ‘평범한 건 좋아하지 않는다’ 라는 뮤엑은 그 인간 삶의 보편적인 나체의 모습을 통하여 인간의 진실과 참다움을 보게 하는 마력으로 우리를 빠져 들게 한다.

특히 얼굴의 피부 그리고 주름 ,털 하나하나 까지 철저하게 장인처럼 작가의 삶과 죽음에 대한 날카로운 표정과 시선으로 인간의 적나라한 존재를 일깨워 준다. 객관적인 시각, 그리고 냉정함이 가져다주는 하이퍼 리얼리즘의 차가운 매력 , 그 관객들에게 던지는 충격적인 탄생과 죽음에 이르는 벌거벗은 모든 과정들의 전달 , 도구로서 신체를 무섭고 악착 같이 다루는 것이 뮤엑 작품의 본질이다.

21세기를 살고 있는 우리들을 향한 인간 삶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인간의 순환으로 극명하게 제시하는 작가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그의 조각에 열광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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