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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채욱 / 풍경들 마음의 색채로 옷을 갈아입다

김종근

풍경들 마음의 색채로 옷을 갈아입다.


김종근 (미술평론가, K-artist 프로젝트 감독)



“풍경 한 점이 내게로 왔다. 월천리 솔섬, 꿈같기도 현실 같기도 하다.
누군가 억지로 잡아 가두었을지라도 그것은 아주 긴 기다림 뒤에 운명적으로 나를 찾아온 것이 분명하다. “ 시인이자 여행 작가인 김인자씨는 色을 가지고 노는 작가 임채욱의 ‘월천리 솔섬’에 대하여 이렇게 노래했다.
월천리 솔섬으로 유명한 임채욱은 이미 그 풍경 시리즈로 우리들을 매혹적이고 유혹적인 색채 속으로 밀어 넣었다. 모두가 그의 풍경에 빠져 헤어나기 힘든 이유 중 하나는 그가 풍경에 칠해 놓은 색채가 기가 막히게 환상적이고 아름답기 때문이다.
바로 어떻게 이런 색채가 가능할까? 감탄하는 그 질문 속에는 부드러운 흐름과 그윽함이 주는 수묵화 같은 감추어진 풍경 덕분이다.
그래서 그가 풀어놓은 색채의 덫에 걸려본 사람들은 고요한 적막감에 저항 할 수 없어 차라리 그 유혹에 동행한다. 그런 그가 다시 돌아왔다.
강원도, 경상도, 전라도로 산을 종주하면서 이제 그는 산의 풍경들을 담백하게 열어 보인다.
다양한 경치를 만나 그가 눈을 맞추었던 무수한 손길과 발자취로 가져온 풍경들은 사진이 아니라 한 폭의 멋들어지게 생긴 수묵화와 다르지 않다.
그것들은 지리산이거나 덕유산들이거나 합천호거나 옥정호 같은 호수들이다.

임채욱은 그들에게 그가 바라본 색깔들을 입혀 어떤 것은 수묵화로 어떤 풍경은 미니멀한 화풍으로 아련한 풍경에 자신의 여백을 만들어 사색적인 공간으로 우리를 초대한다.
이렇게 그가 지니고 있는 근본적이고 본질적인 힘은 존재하는 풍경에 구속되지 않고 끊임없는 절제와 사색을 통하여 우리로 하여금 실재하는 세계와 깊은 소통과 조화를 만들어 내는데 있다.
임채욱의 작품들은 한결같이 사진기를 둘러메고 다닌 자신의 발걸음의 기억에서 출발한다. 그 순간들을 그는 가슴에 기록한다. 그래서 그에게 모든 순간의 찰나는 지나가고, 그가 마음을 빼앗겼던 그림들에 색채라는 옷을 입혀주는 일이다.
사라지는 찰나들을 어떻게 붙잡을 수 있을까. 임채욱은 색채로서 그런 풍경의 물음에 수줍게 답한다.
그는 마치 동양화의 특징 중에 먹색처럼 소극적이고 조심스럽다. 그러나 동양화를 전공하면서 가졌던 색에 대한 반기에서 넓게 보자는 그의 의도는 풍경 자체가 가진 고요한 느낌보다 색을 통해 더 극적으로 표현 된다.
그가 이렇게 색채에 애정을 갖는 것이 단순히 색감의 선호도만은 아니다, 그는 색채를 통하여 더 진지하게 보는 사람들과 교감하고 싶은 것이다.
색채들은 괴에테의 색채학이나 칸딘스키가 말하는 감정이 아니라하더라도 모든 색채란 감정을 가지고 있다.
녹색이 주는 평온, 노란색이 주는 환희, 검은색이 주는 침묵, 흰색이 주는 순수 등이 그것이다. 그는 사진의 색을 통하여 색채의 성격과 감정을 진지하게 전달하고 싶은 것이다. 그러기에 이것은 언어의 표현 이전에 본능에 가까운 것이라 불려 마땅하다.
예술가나 사진작가에게도 이러한 감정을 전달하려는 욕망은 수많은 화가들의 야망이기도 하다. 임채욱은 거기서 과감하게 사진작가들에게 이어진 사진의 위대한 전통을 변형 시키는 자유로운 색채의 도입방식으로 풍경을 포착하고 발견한다.
물론 그는 본질을 비틀거나 왜곡하지 않으며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한편의 카멜레온이나 변검술처럼 색을 아우르며 유희 할 뿐이다.
사람들은 이것을 일컬어 임채욱이 “꿈꾸는 色과 幻의 세계” 라고 부른다.
그의 이런 풍경에 대한 집착과 흔적은 그가 밝히고 있는 것처럼 양평의 <수풍리> 작품이 계기가 된 것이다. “ 드라이브를 하고 있는데 비가 갑자기 내렸고 너무나 고요한 풍경이 펼쳐졌지요. 넓은 팔당호 호수를 보며 ‘이런 멋진 풍경이 실제로 있구나, 작품으로 담고 싶다’라고 말이다.임채욱은 그 이후 이런 풍경들을 마치 강가에 노인이 배를 젓다 잠시 쉬는 순간의 이미지를 절묘하게 거머쥐었다. 그것은 먹선이 화선지의 표면을 미끄러져 흘러가도록 살며시 번져 오른 경관처럼 자연스럽다. 이것을 통해 임채욱은 함축적이고 고즈넉한 시적 단순성을 우리들에게 선물한다.
그 선물에는 언제나 그가 함께 선물하고 싶은 색감이 이미지를 강렬하게 끌어들이면서 마치 한 폭의 추상화나 미니멀 회화 같은 아우라와 환상미를 전해 준다.

고요하고 그윽한 풍경 속에서 더 명상적인 분위기를 전해주는 그의 극적 표현은 사실 투명하고 정갈한 색채를 통해 더욱 밀도 있게 색채의 오르가즘에 도달한다.
그것은 눈이 마주치는 그 현장의 느낌과 감정, 그것들을 통하여 사람들에게 숨겨져 있는 감정을 건드리고 싶다는 작가의 의지이다.

그래서 우리는 주저 없이 기쁜 마음으로 그의 중독성 있는 풍경과 색채에 침몰하면 헤어나기 어렵다. 이것이 바로 임채욱 풍경의 치명적인 유혹이다. 덕유산이나 지리산을 향한 작품들은 절대적인 풍경으로 포착 되었지만 그것들은 자유로운 동양화나 수묵화의 차원으로 우리들에게 읽혀진다. 그 모습들은 디테일이 생략되고 형상만 남아 우리들에게 그 세밀한 부분들을 상상하거나 꿈꾸라고 말한다. 물론 슬픔이나 희망, 꿈과 기쁨, 외로움과 쓸쓸함 등을 향한 렌즈의 눈이 우리들 앞에 있음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우리는 그 렌즈의 눈 뒤에서 그가 만들어 내는 색의 끝없는 흐름과 변주에 공명하는 것이다. 이것이 그가 말하는 소통이다.
무엇보다 임채욱의 작품들은 한없이 부드러운 표정들을 포착 할 뿐만 아니라 그것을 가지고 맛있게 보이고 만들어 내는 1급 요리사 같다.

그는 우리에게 자세한 산의 이야기며 생긴 모양새며 날씨를 서술하지도 않고 들려주지도 않는다. 왜냐하면 그의 작품들은 우리 자신이 먼저 보아온 각인된 풍경들을 지우라고 말하기 때문이다. 그 이후에 색칠해 놓은 풍경 속에 순간의 기억을 음미하고 향유하라는 것이다. 그런 부분에서 작가는 사진과 회화의 경계에 서 있는 회색의 칼라를 지닌 예술가라고 불러야 한다. 다양한 색채로 그림을 그리는 수묵화가, 그래서 그에게 여백은 색채 못지않게 중요하게 다루어진다.

그렇다면 그는 이러한 산행과 여행을 통하여 말하려 하는 것은 무엇일까? 그는 의외로 이것을 “사람들의 마음에 평온과 기쁨을 주고 그림으로 마음을 치유시킬 수 있는 작업” 이라고 간명하게 말한다. 그의 사진이 단순하게 한 폭의 풍경화를 찍어내는 재현의 의미가 아닌 이유이다. 이러한 언어로 그는 그만의 색과 빛, 그리고 물과 하늘 등을 채집한다.
그러나 한편 사실 우리는 임채욱의 작품이 주는 이미지의 풍경이나 수묵화의 잔상이라는 덫에 갇혀 있다. 정작 우리가 그의 작품에서 소중하게 발견 할 수 있는 일관되게 그리고 변함없이 드러나는 수평선에 대한 철학과 시선, 색에 대한 감성은 무시되고 있다.
수평선이 주는 마음의 평온과 치유, 색채가 건네주는 내면의 감성과 풍경. 그 상처 난 마음을 치유하는 마음의 스펙트럼 , 그 마인드 스펙트럼이 임채욱 작품의 본질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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