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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에 미치다

김종근

그림에 미치다


'그림에 미치다'
국내 유명 평론가로 알려진 아트앤컬렉터 김종근 발행인의 블로그 제목은, 그의 삶과 그림이 얼마나 밀착되어 있는지를 여실히 드러낸다. 김종근 대표는 미술평론가, 전시 감독, 매거진 발행인을 비롯해 홍대와 서울대에서 강의도 하는 등 분주한 스케쥴을 보내면서도, 그림에 대한 기본적인 애정의 끊을 놓지 않고 독자적인 컬렉션을 이어가고 있다. 잘 알려진 작가 뿐 아니라 무명작가의 작품을 컬렉션하며 작가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는가 하면, 젊은 작가의 가능성을 진단하는 오차 없는 컬렉션은 평론가로서의 날카로운 직관력을 보여주기도 한다.
무엇보다 그림을 향한 뜨거운 열정을 바탕으로 작품에 애정을 쏟는 아트앤컬렉터 발행인을 만나 통권 20호를 기념하면서 컬렉터로서의 인터뷰를 가졌다.



'K씨'라는 닉네임으로 사비나 미술관과 성남 아트센터등에서 컬렉션 전시도 열었을 만큼, 오랜 시간 미술품 컬렉션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소장하고 있는 미술품은 몇 점 정도 되는지 궁금하다.
현대미술품이 100여점, 청전을 비롯한 소정, 청전, 천경자 소품 등 동양화 작품 50여점이 있다. 젊은 작가 작품 50여점 정도 있고, 그 외에 유명 작고작가의 판화 다수를 소장하고 있다. 그리고 특별히 관심 있게 컬렉션 해온 에로틱한 작품이 100여점이 있다. 작품에 열정이 있는 연예인인 하정우와 김영호 등 스타들의 그림도 가지고 있다.
하정우 작품과 소장하고 있는 베르나르 뷔페의 작품을 바꾸기도 했다. 이광기씨와도 그림을 바꾸기로 했고. 그런 프로포즈도 있다.

작품이 많은 만큼 컬렉션 보관도 쉽지 않을텐데, 어떻게 보관하는지.
보관에 대한 아픈 기억이 있다. 10여년 전 작품을 지하실에 보관했는데 장마 때문에 많은 작품이 손상되었다. 그 이후부터는 별도의 공간에 임대료를 주면서 두세군데 나누어 보관하고 있다.

컬렉션 품목이 명확한 컬렉터들을 자주 볼 수 있다. 특별한 컬렉션 취향이 있는지 궁금하다. 주로 컬렉션하는 장르가 있는지.
컬렉션 장르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하나는 피카소, 샤갈, 베이컨 등의 유럽 과 국내 작가들의 판화작품이 대부분이고 다른 하나는 동서양의 중국이나 일본 등의 에로틱한 작품들과 오브제들로 구별 된다.

모든 작품들에 애착이 가겠지만, 특별히 아끼는 작품이 있는지 궁금하다. 그리고 시장에서 가격 변동이 가장 컸던 작품, 가장 고가의 컬렉션을 소개한다면.
딱 꼽아서 말할 수 는 없지만, 그런 작품은 조금 있었는데 미술 잡지를 운영하면서 친구나 지인들에게 많이 넘어갔다. (집사람이 알면 안 되는데..) 지금은 특별히 애착이 가서 끝까지 가지고 가야지 하는 작품들은 그다지 많지 않다. 예전에는 그런 욕심과 마음이 많이 있었는데, 잡지를 하면서 나름 고뇌와 갈등이 많았기 때문에 사실 서서히 마음을 많이 비우는 연습을 한다.

많은 컬렉터들의 역사 속 일화가 작품에는 주인이 있다는 말을 실감하게 하곤 한다. 소장하고 싶었던 작품이 어렵게 손에 들어온 적이 있었는지, 에피소드를 들려준다면.
그런 에피소드는 정말 많다. 두 세가지 에피소드는 26년 전 뉴욕에 출장을 갔다가 몇 백만원하는 페르난도 보테로 조각을 발견했다 . 그 때는 그렇게 지금처럼 덜 유명했는데 한 이백만원 정도가 모자라 못산것이 두고 두고 후회가 되었다. 또 한번은 몇 년전 파리 출장을 갔다가 어떤 사람이 그림을 전당포에 맡기려고 서있는 것을 보았다. 그림이 내가 주로 컬렉션하는 춘화여서 관심이 갔다. 그 사람한테 이야기해서 출장비를 털어 그림을 3점 사왔다. 인도쪽의 춘화였다. 그 전당포 주인이 거세게 불만을 해와 싹싹 빌고 사 왔다. 또 스위스에서는 클림트 짝퉁 그림을 사왓는데 액자집에서 그것을 팔라고 해서 곤란했던 적도 있다.
또 파리의 벼룩시장에 박래현 김흥수 등 판화작품을 좋은 가격에 구입 한적도 있었다.
우연한 기회에 약간의 여유가 있어서 작업실에 가서 그림을 산 경우도 두 번 있는데, 그 작가가 나중에 스타작가가 되었다. 그 작가 중 한명이 정혜윤이고 한명이 이경미다. 그 작가들이 아주 무명이고 어려웠던 시절이었다.

8년간 프랑스에서 유학생활을 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공부하던 기간이라 컬렉션을 하는데 경제적인 어려움이 있지 않았을지 궁금한데. 가족들의 반대는 없었는지.
유학시절 아는 친구나 선배 화가들이 공부하느라 고생한다고 봉투를 준적이 종종 있었는데, 주로 그것을 몰래 빼돌려서 그림을 샀다. 당시 100만원 정도 되는 앤디워홀 오리지널 판화도 그렇게 살 수 있었다. 컬렉션을 몰래 하는 편이었다. 집사람에게 혼나기도 많이 혼나고. 그래서 사실 공부를 열심히 못했다.

컬렉터이기 전에 유명 미술평론가로 알려져 있다. 그만큼 작품을 보는 안목과 철학이 남다를 것이라 생각하고, 대부분의 작품이 수준이 있을것 같다. 평론가로서 작품을 보는 본인만의 컬렉션 기준이 있다면.
작품을 봤을 때 직관적으로 저 작가는 크게 주목을 받을 것 같다는 독특한 나만의 직관과 통찰력,그리고 안목이 생겨난 것 같다. 그것이 컬렉션 할 때 나의 가장 기본적인 입장이다. 그냥 작품을 보면 건방진 이야기지만 느낌이 있다. 아마 다른 전문가들도 그런 혜안이 있을것으로 안다. 어느 정도 내용들은 작품을 보는 순간 바로 확실한 인상과 느낌을 체크할 수 있다.

마음에 드는 무명 신진작가의 작품을 소장하고 성장 과정을 지켜보는 것도 좋겠지만, 아무래도 시장에서의 위험성을 배제할 수 없을 것 같다. 컬렉션을 할 때 화단에서 꾸준히 좋은 평가를 받아온 블루칩 작가의 작품을 선호하는지, 혹은 가능성이 있는 신진작가 발굴에 더 중점을 두는지 궁금하다. 혹은 둘 중 어떤 컬렉션에 더 흥미를 느끼는지도.
일단은 둘 다 관심이 있는데, 아무래도 훨씬 짜릿한 것은 무명작가 작품을 좋은 가격에 구입하거나 샀을 때다. 그렇게 구입하면 80프로 정도는 직관했던 대로 성공하는것 같다. 25년 전에 젊은 작가의 전람회에서 작품을 사고 싶었던 적이 있었다. 그 전시가 그 사람의 첫 개인전이어서 작가는 얼마에 팔아야 할지 가격도 잘 몰랐던 적이 있었는데, 그 작가가 현재는 유명 갤러리 전속작가이자 대학교수가 되었다. 그가 E여대에 있는 J화가다. 나중에 그 작가가 그 때의 미안함과 감사의 마음으로 그때 가격에 그림을 주겠다고 해서 기다리고 있다. 위험부담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나는 내 직관과 안목을 믿는 편이다.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겠지만 .


컬렉터를 위한 미술전문지 아트앤컬렉터의 발행인이다. 어느덧 아트앤컬렉터가 창간 된지도 3년, 통권 20호를 맞았다. 소감이 어떤지 궁금하다.
많은 감정이 교차한다. 매 호마다 순간 순간 이런 어려운 미술잡지를 출판을 계속 해야 하는 것인지 고민하고 번뇌한다. 그러나 좋은 작가들을 찾아서 발굴하고, 컬렉터를 소개하는 그런 매력에 중독이 되어 이렇게 험난하고 고된 일을 자초하고 있는 것 같다. 그것이 일복인지 아니면 팔자인지 나도 모르겠다.

왜 많은 아트매거진 중 컬렉터에 초점을 맞춘 잡지였나.
어떠한 형태로든 컬렉터를 위한 안내나 가이드가 필요하다고 느꼈다. 그들에게 가능하면 좋은 정보를 주어 사람들이 진실로 미술품을 사랑하는 건강한 컬렉터로 성장해 나가길 바랬다. 이러한 점에서 컬렉터로 방향을 잡았다.

3년간 국내 유일의 컬렉터 잡지에서 미술품 컬렉터들을 만나오며 가장 크게 느낀 부분, 문제점 등이 있다면 무엇인가.
첫째는 갤러리들이 컬렉터의 참다운 모습과 생리를 잘 모르고 있다는 인상이다. 컬렉터는 우선 취미와 열정이라는 기본 입장이 있지만, 그들은 컬렉션한 작품들이 재테크의 대상이라는 것을 거의 대부분 절대적으로 잊지 않고 있다. 반드시 그림이 좋기만 해서 사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또 하나는 컬렉터는 일반 화상 못지않게 작가들에 대해 더 자세히 깊이 알고 있다는 점이다. 그들이 미술에 대해 알고 있는 점들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들은 모두 나름대로의 철학이 있다. 수많은 컬렉터들을 만나고 인터뷰하며 내가 깨닫고 확인한 부분이다. 컬렉터를 대우하고 교류하며 미술시장을 키워야 한다. 이우복 회장 같은 컬렉터들이 더 많아 져야 한다. 겨우 1500여명의 컬렉터로는 어림없다. 이미 그들은 국내보다 해외작가들에 눈돌리고 있다. 우리가 유념하고 생각해 봐야 할 부분이다.

미술 평론가로 활동하면서 컬렉션을 하기 때문에 오히려 장점이 많을 것 같은데.
평론을 하기 때문에 컬렉션을 하는 것이 쉽기는 하지만, 경제적으로 크게 여유가 없어서 눈은 있는데 주머니가 안 따라가 괴로울 때가 많다. 스티브 잡스가 인생에서 돈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고 말을 했건만 좋은 그림을 보면 그것을 사고 싶어서 가끔 안달한다. 한번은 그림 욕심이 너무 나서 골랐다가 갚느라고 고생을 한 적도 있다. 다시는 되풀이 하고 싶지 않다.
초기에는 사람들이 평론에 대한 감사의 의미로 선물해 줘서 모으기 시작 했는데, 그게 독약이 되어 이제는 그림을 돈을 주고 사야 되는, 어떻게 보면 비극적이거나 희극적 상황의 코너에 몰려 있다.


가까운 컬렉션 전시 계획이 있는지.
사비나 미술관 이후 가일미술관, 시립미술관 별관에서 일부 컬렉션을 부분적으로 소개했었는데 근래 지인인 미술관 대표가 에로틱한 작품들만 모아서 전시를 하면 어떻겠는지 제안을 해 왔는데 아직 생각 중이다.

컬렉션으로 이루고 싶은 꿈이 있는지.
처음에는 거창하게 미술관을 꿈꿔왔다. 지금도 그 소박한 미술관의 꿈은 포기하지 않았는데, 미술관을 만들기 위해 지출해야 하는 돈이 너무 커서 절망적이다. 아니면 이 작품들을 어디 미술관에 기증을 해야 할 지 아직은 불투명하다. 다만 양평 같은 교외에 카페와 내 컬렉션을 전시하는 작은 미술관, 그리고 집사람의 기념관 같은 것을 하나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아주 소박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데 미술관장들이 다들 반대이다. 그 뜻도 안다.

어떤 컬렉터로 남고 싶은지 궁금하다.
일본의 오하라 같은 미술관을 설립하는 컬렉터가 되기를 바라지만, 현실적으로 여건이 좋지 않아서 아주 작은 예쁜 미술관을 가졌으면 하는 바램만 있을 뿐이다.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그림을 사랑하고 컬렉션을 해서 미술관이 많아지고, 그런 작품들을 미술관에 기증해서 남겼으면 좋겠다. 일년에 한두번 내가 컬렉션 하는 작품들을 일부 자선 경매에 내주고 , 사립미술관이나 도립미술관 등에도 기증을 했고 할 예정이다. 앞으로도 더 기증을 생각하고 있다. 많은 분들이 컬렉션을 해서 예술가들이 따뜻하게 지낼 수 있는 미술시장이 오면 참 좋겠다.


에디터 김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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