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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유미 / 욕망의 표정과 행복한 기억의 해피

김종근

영국작가 메리디스 후퍼가 글을 쓰고 앨런 컬리스 등이 그림을 그린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미술관’이란 책이 있다.
이 책에는 조르주 쇠라의 1884년 작품 ‘미역 감는 사람들’이란 그림 속에 있는 귀가 축 늘어진 갈색 개가 어느 날 얀 반 아이크의 1434년 작품 ‘지오바니 아놀피니 부부의 초상’ 속에 있는 털이 많은 개와 자리를 바꿔 그림 속에 들어앉는다는 상상 할 수 없는 스토리를 상상력으로 만들어 놓은 명화 속의 개들을 주인공으로 한 판타지 그림동화이다.
오유미의 작품들을 보면서 이 환타스틱한 그림 동화를 떠올리는 것은 그 몸짓과 표정 하나 하나에서 강아지들의 모습이 너무나도 선명하게 오버랩 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강아지에 대한 일반적인 선입관을 가지고 있다. 보통 서양 그림 속에 강아지는 사냥이나 애완견의 모티브로서 등장한다. 그러나 동양에서는 충성도와 주인에 대한 사랑을 그대로 되돌려주는 강아지, 개가 보통이다.
그래서 개는 세상에서 가장 오랫동안 친구로 지낸 동물로 묘사되거나, 선사시대 사냥을 하던 시기에도 동물 중 유일하게 길이 들어 주인을 따르고 맹목적인 충성을 보이는 동물이 개다. 이러한 저간의 사정으로 미루어보면 개는 분명 우리의 가장 따뜻한 이웃사촌이자 공존하는 생명체이다.
그러나 오유미에게 있어 강아지는 그러한 보편적인 측면에서의 개라고 보기보다는 애완용으로서의 강아지라는 편이 정확하다.
그리고 생김새나 표현에서도 귀엽고 앙증맞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단순한 애완용차원에서의 강아지는 아니라는 게 오유미작품의 변별성이다. 어쩌면 오유미 작품에는 작가자신의 감정이 깊게 이입된 아이덴티티로서의 강아지 같은 느낌을 준다. 그런 의미에서 그의 작업들은 작가의 감성이나 작가 자신과 닮아 있는 것처럼 보인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그의 작품에 보이는 강아지의 공통된 감정의 노출이다. 즉 너무나 다 즐겁고 유쾌한 표정을 지닌 강아지라는 점이다. 그의 작품 속에 다양한 얼굴과 몸짓의 표정으로 나타나는 강아지의 이름은 <해피>이다. 이미 이름에서 그는 강아지의 행복한 몸짓과 표정을 드러내고 있다. 어린 시절 강아지에 관한 아름다운 추억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행복한 가정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었지만 특히 그는 아버지에게 있어 예쁨과 한없는 사랑을 받는 강아지 같은 존재였다는 뉘앙스를 주었다. 지금 그는 아버지를 떠나보내고, 이제 해피라는 강아지를 키우며 과거 어린 시절의 아버지와 강아지로 되돌아가 회상한다. 오유미의 현재 작업들은 그 아름다운 추억이 되살아나 지금 강아지에 사랑을 주는 것이다. 아버지가 어린 딸에게 준 사랑처럼 말이다.
그의 작품에 특징은 또 하나 하나같이 강아지의 눈이 없다는 것이다.
그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 눈은 모든 감정을 담아내는 중요한 신체의 부분이다. 그런데 작가는 그 눈을 표현하지 않음으로 해서 해피의 행복과 불행을 규정하지도 설명하지도 않겠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행복과 불행은 공존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2009년부터 집약적으로 제작된 그의 작품은 대부분 신문지 잡지 혼합재료로 만들어진 강아지 모습이다. 당시에는 강아지가 꼬리를 가지고 자신을 속박하는 그러한 테마에서 작업이 되었다면 이제 그는 아름다운 해피의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다. 보통 작가들이 입체 작업을 할 경우 나무나 톨, 아니면 폴리에스테를 사용하는데 그녀는 좀 색다른 재료들로 강아지를 만든다. 여기서 우리는 그가 왜 잡지이며 신문지로 만드는 것인가를 궁금해 할 것이다. 이것은 그의 아버지에 대한 추억으로 거슬러 올라가봐야 한다.
그는 유독 다른 작가들과 다르게 작품 속에 아버지에 대한 상처와 기억등 그 인상이 강렬함을 발견 할 수 있다.

사실 그가 기억하는 아버지는 출판사의 대표로서 늘 신문과 잡지를 보면서 현실적이기 보다는 아주 이상적인 꿈을 꾸는 아버지의 모습이었다. 작가가 신문이나 잡지로 강아지를 만든다는 것은 아버지와의 행복한 시절의 회귀를 의미하지만 동시에 교류이자 공감이다 강아지도 마찬가지이다. 그의 무대에 등장하는 주인공은 < 해피> 이다. 그 해피는 모든 감정 표현과 일상적 사건들을 저지르고 아우른다. 스카프를 가지고 서로 자기 것이라고 싸우는 강아지 , 밥그릇을 두고 묶여있는 강아지, “그녀들의 수다는 끝이 없다”는 것처럼 떠들고 있는 강아지들, 마치 계를 하고 있는 것처럼 모여든 그 강아지들은 천의 모습을 가지고 있다. 이불을 덮고 있는 강아지가 있는가 하면 신발이나 새로운 신상품에 열광하는 여성의 한 속성을 의인화 시켜 드러낸다. 그리하여 강아지는 부드럽고 귀여운 모습으로 익살스럽게 ,유머와 위트로 담백한 색채의 흑백 톤으로 태어난다.

마치 장인처럼 수공 느낌이 물씬 풍기는 강아지의 독특한 색감과 형상은 매번 기발한 발상의 몸짓으로 즐거움과 행복감을 준다.
특히 두 마리가 주고받는 대화 같은 개성적인 표현이 귀여움의 결정적 포인트이다. 작은 강아지들이 우르르 몰려나와 벌이는 강아지의 축제 같은 것이다. 그의 작품들이 지루하지 않고 정겹고 유쾌한 상황구조 덕택에 재미있게 감상 할 수 있다.그것을 좀 더 사색적으로 이야기한다면 욕망의 다양한 표정과 행복한 기억의 해피가 만들어낸 환타스틱한 강아지들의 동화이다. 귀엽고 ,앙증맞고 ,행복해 하는 천의 얼굴을 한 강아지들. 신발이나 새로운 신상에 눈이 번쩍 뜨이는 강아지의 표정들은 곧 그녀 마음속의 표정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것은 동시에 우리 인간들의 욕망의 표정과 그림자이기도 하다.
이제 그는 좀 더 새로운 작업으로 사람들이 그의 작업 속으로 들어오길 희망한다. 제스처야 기존의 유머와 크게 달라지지 않겠지만 , 다소 경직된 흑백의 색채 톤에서 벗어나 컬러풀한 분위기로 변화를 주면서 해피의 스토리 구조에 사탕(캔디)이 결합된 구성을 보여주고 싶다는 것이다. 그것은 캔디가 주는 먹을 때는 그 맛, 즉 먹을 때는 달콤하고 좋지만 이내 없어지고 나면 또 먹고 싶어지는 그 양면성에 주목 하겠다는 의지로 해석 된다. 이러한 그의 의지는 기존의 작품에서 보이는 소박함 그리고 개인적인 감정의 한계를 넘어서 공감대를 지닌 예술적 세계로 나가고자 하는 철학적인 의지의 하나라고 받아들인다.
이제 그 세계를 기다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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