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컬럼


  • 트위터
  • 인스타그램1604
  • 유튜브20240110

연재컬럼

인쇄 스크랩 URL 트위터 페이스북 목록

이도 / 그의 하이퍼를 말한다 - 진을 입은 엉덩이

김종근

우리를 철저하게 진짜처럼 감쪽같이 눈을 속이는 그림을 그린다. 영미권 사람들은 그런 그림을 하이퍼리얼리즘이라 하고 불어권에서는 트롱프뢰이유라고 부른다. 트롱프뢰유라는 단어는 풀어 말하면 눈이 잘못 실수를 한다는 것이다. 이 말은 그림이라는 원래의 뜻이 ‘가짜를 진짜처럼 눈속임을 하게 만드는 것이다’라는 의미이다.

그는 집요하게 청바지를 입은 사람들의 모습을 끈질기게 묘사해 왔다. 더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청바지를 입은 여자들의 뒷모습, 명품 백을 뒤로 둘러맨 모습, 손과 손을 맞잡은 모습, 핸드폰을 끼고 히프가 통통하게 드러난 모습, 신문이나 잡지를 끼고 있는 진을 입은 처녀의 엉덩이 등이 대부분 이다. 그는 이런 사실주의적인 그림에 최근 4년여 동안 치열하게 매달려왔다. 그는 하루하루의 일기를 쓰듯이 담담하게 중얼거리고 웃고 시무룩하게 그 일상의 흔적들을 하나씩 주워서 닦고 주머니에 소중하게 채워나가는 기록이 곧 미술이라고 했다.
그 미술의 기록에서 그가 선택한 오브제가 바로 청바지였다. 청바지는 진한 노동의 흔적부터 가장 섹시한 느낌까지 거느리면서 자본주의의 냄새까지 풍겨내는 것이 청바지이다. 그 청바지를 이도는 100호 이상의 대형 화폭에 극대화 시켜 클로즈업 시킨다. 때로는 에로틱한 감성으로 때로는 섹시하게 전면적인 회화로 테크닉의 진수를 보여준다. 그 등장하는 여인들은 공통적으로 보석과 명품으로 짙은 화장의 입술을 보이는가 하면 럭셔리한 액세서리를 걸치고 있다. 이러한 청바지와 젊은 여성을 통해 그는 물질적 욕망을 따르는 현대인의 모습을 다소 시니컬하게 담아내고 있다. 이 장식성에 탐닉하고 있는 그의 모습이 바로 이도가 추구하는 현대여자들의 초상이며 그가 바라보고 있는 코드이다.

그는 예술은 예술다워야 하며 예술이 철학이 되거나 심각하길 바라지 않는다. 그래서 그의 그림은 경쾌하고 밝고 섹시하다. 그는 많은 노동과 시간을 이러한 표현을 위해 희생한다. 그것은 잘 그리고 싶어 하는 그의 강렬한 욕구이기 때문이다. 그는 예술의 첫 번째 목표가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여기서 사람을 행복하게 한다는 것은 그가 묘사하는 사람들에게 행복한 감정을 전달하는 것이다. 바로 흔하게 볼 수 있는 대중화된 청바지를 채택하여 작품을 구상하고 소재가 지닌 현재적 의미를 작품을 통하여 현대인들이 가진 욕망을 표출하고자 한다. 그는 대중화 된 사회의 문화 속에서 부유하는 이미지들을 정밀 사진 찍듯이 포착해 상징조작을 해보고 싶은 욕망이 극사실주의의로 빠져 들게 했다고 말한 적 있다.
이처럼 작가의 작품 속 청바지에는 그것이 지닌 과거의 흔적과 용도 보다는 지금 그게 어떻게 우리들 이미 현실 속에 비쳐지고 만들어져 사용되고 있는가를 화면을 통해 확인 시켜준다. 특히 그 이미지나 포즈와 제스처만으로도 얼마든지 그의 그림 속 이미지는 설정되어 있다.



화려함과 럭셔리가 주는 보석과 패션명품들 핸드백, 가방, 최첨단 현대 산물인 핸드폰, 그러한 피사체에 언제나 함께 하는 것이 여인이고 명품이 주는 오늘날 우리의 풍속도이다. 가장 보편적이고 대중화된 소재, 그러나 그게 전부인 것처럼 보이는 오늘 우리들의 초상을 그는 조심스럽게 그러나 과감하게 드러낸다.
청바지를 입고 걸어가는 여인의 엉덩이는 그 어느 누드화 보다 섹시하고 매혹적이다. 그런 대중적인 코드에 일관성과 집중성을 보이던 그의 작품에 최근 약간의 변화가 감지된다.
예를 들면 흑인의 얼굴이라든가 ,흑인의 손과 백인종, 황인종의 손들을 마주 잡은 모습들에서 우리는 그가 보다 성숙되고 코스모폴리탄적인 시각을 열어 보이는 것은 아닌가? 판단된다. 특히 최근 작품에 보이는 종교적인 성스러움 같은 것도 눈에 뛴다. 이러한 영향은 주변의 종교적인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그의 이러한 열린 사고나 태도, 그리고 세계관이 이들 작품의 감동의 진폭을 더욱 키워 줄 것이며 또한 새로운 열린 지평으로 나아갈 때 그의 작품들은 보다 파워풀한 그림으로 우리에게 다가올 것이다. 특히 탁월한 묘사력에서 보이는 회화의 힘이나 밀도 있는 구성들에서 보이는 뛰어난 청바지의 텍스츄어와 천 그대로를 착각하게 하는 질감의 리얼리티는 주목 할 만 기술이다. 한 때 그가 즐겨 유머러스하게 다루는 인물도 충분히 자제의 인상을 보이면서 그 회화적 감성과 사실력을 긴장감 있게 보여주는 것은 흥미롭다.
우리가 이도의 작품에서 다소 가벼움이라든가 팝아트적인 감성이 엿보임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 새로운 회화의 맛을 느끼게 해주는 것을 흘려보내서는 안 될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이도의 최근 코스모폴리탄적인 작품에 더욱 주목하고 싶은 진정한 이유이다.

하단 정보

FAMILY SITE

03015 서울 종로구 홍지문1길 4 (홍지동44) 김달진미술연구소 T +82.2.730.6214 F +82.2.730.9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