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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셀 뒤샹의<샘(Fountain)>과 <Han Q>

윤진섭

마르셀 뒤샹의 <샘(Fountain)>와 <Han Q>

             윤진섭(미술평론가)

 내가 마르셀 뒤샹의 <샘>을 언제 처음 봤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짐작컨대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에 재학 중이던 1975년 무렵이 아닐까 한다. 남성용 소변기의 흰색 몸체가 검정색 배경 속에서 두드러진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R. Mutt 1917’이란 사인이 선명했다. 이 사진은 알프레드 스티글리츠가 찍은 것으로 소변기 안쪽의 짙은 음영이 인상적이다 . 그런데 이 한 점의 오브제가 현대미술의 패러다임을 바꿀 줄 당시만 해도 작자인 마르셀 뒤샹을 포함, 아무도 몰랐다. 그 이전의 미술이 뒤샹의 잘 알려진 용어를 빌면 ‘망막’에 의존한 ‘재현(presentation)’에 입각해 있었다면, 뒤샹의 이 거사 이후의 미술은 바로 ‘제시(presentation)’의 미학을 추종, 번성하기에 이른다. 
 지금은 고인이 된 백남준은 생전에 마르셀 뒤샹에게 상당한 불만을 품고 있었다. 도대체 미술에서 중요한 것은 혼자 다 해 먹었기 때문에 남은 게 별로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미술사란 모래시계 한 가운데의 잘록한 구멍을 탈출하자면 비디오 예술을 펼치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백남준 역시 아날로그 예술가였다. 그는 전자 메일에 관한 작품을 선보이기도 했지만 그것은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경계에 서 있었다. 마르셀 뒤샹 역시 전형적인 아날로그 예술가였다. 그는 팩스가 나오기 전인 1968년에 세상을 떠났다.  
 Han Q는 디지털 패러다임 세상을 살아가는 전형적인 디지털 맨이다. 그는 SNS의 초창기인 2009년에 SNS의 미학적 특징과 예술적 실천 방법에 대해 페이스북 체험을 바탕으로 두 편의 논문을 썼다. 그의 논문의 핵심은 “새로운 창조는 손끝에서 나온다(New creation comes out of the fingertips)”란 경구로 요약된다. 그런데 어느 날 페이스북 본사에서 이 말을 인용, 공지하기에 이른다. 
 이는 모바일 폰이 지배하는 디지털 혁명시대에 대한 서술이다. Han Q가 대장(大腸)의 미술사를 서술한 것은 그로부터 3년 뒤이다. 곱창처럼 구불구불한 미술사의 서술에서 알타미라 동굴 벽화, 중세, 르네상스, 바로크.......뒤샹의 혁명, 남준의 비디오 아트가 이어지고 드디어 Han Q의 SNS Facebook, 디지털 매체의 총아가 막장(膜腸)을 차지하기에 이른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퀴즈 하나. Han Q가 누구게?  

                                                       <Public Art, 2015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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