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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에 포섭된 인간과 동물, 그리고 사물의 세계

윤진섭

자연에 포섭된 인간과 동물, 그리고 사물의 세계

               윤 진 섭(미술평론가/전 국제미술평론가협회(AICA) 부회장)

 사단법인 아시아예술경영협회가 주관하는 [아시아 대표작가 교류전]이 올해로 3회째를 맞이하면서 국제전의 위상을 뚜렷이 보여주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가 주최하는 이 행사는 해마다 제주자연유산센터에서 열리고 있는데, 작년까지는 한중(韓中) 두 나라의 작가들이 참여했으나 올해는 인도의 작가들을 추가, 해가 거듭될수록 아시아의 여러 나라들이 참가할 가능성의 문을 열어놓고 있다. 이런 추세로 간다면 머지 않은 장래에 한중일 대만 등 동아시아를 비롯하여 아세안(ASEAN) 10개국이 중심이 된 동남아시아의 여러 나라, 나아가서는 중동을 비롯하여 서아시아에 이르기까지 문호를 개방하고 외연을 넓혀 마치 문화올림픽을 방불케 하는 축제로 발전할 수도 있다.   
 이처럼 화려한 미래의 청사진을 펼칠 수 있는 근거는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이라는, 제주도가 지닌 세계적 인지도와 천혜의 자원을 지닌 관광자원에 있다. 특히 올해는 세계자연유산 지정 12주년을 맞이하여 제주도가 마련한 다양한 행사들에 편승하여 이 [아시아 대표작가 교류전]이 문화예술에 큰 시너지 효과를 낳을 공산이 크다. 
 “제주, 아시아를 그리다-무위(無爲), 자연스럽게”를 주제로 열리는 이번 [2019 아시아 대표작가 교류전]의 특징은 한국, 중국, 인도의 유명작가들이 참여하여 각자 개성있는 작품세계를 선보인다는 점이다. 인도의 자가나스 판다, 만주나스 카마스, 중국의 저우춘야, 궈웨이, 우밍중, 펑정지에, 왕칭송, 쥐안치, 한국의 고광표, 김근중, 김동유, 양태근, 이길우, 이승수(제주), 홍경택 등 15명의 작가들은 회화, 조각, 건축, 사진 등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로서 독자적인 예술세계를 구축한 중견, 중진급 작가들이다. 따라서 다양한 개성을 바탕으로 한 이들의 예술작품들에서 뿜어나오는 유려하면서도 화려한 예술의 광채는 관람객들의 시선을 끌게 될 것이다. 
 국립 아카데미상 수상자이기도 한 인도의 자가나스 판다는 부엉이, 사슴, 양 등 동물들의 우의적인 묘사를 통해 인간이 배제된 자연의 신비스런 풍경을 그리는 작가이다. 섬세하고 정밀한 사물들의 묘사를 통해 특유의 상상의 세계를 보여준다. 만주나스 카마스는 각기 독립된 내용을 지닌 여러 개의 캔버스를 한 자리에 모아 보여주는 옵니버스 형식의 작품을 구사하는 작가이다. 코끼리 등 인도 특유의 신성한 동물들을 소재로 하거나 인간, 식물, 동물을 비롯하여 온갖 다양한 사물들을 등장시켜 인도 특유의 정서와 문화적 배경을 보여준다. 
 “나에게 녹색은 로맨틱하며, 서정적이다”라고 하며 개를 소재로 하여 풍부한 녹색의 세계를 펼쳐온 저우춘야는 중국의 유명한 블루칩 작가 가운데 한 사람이다. 그가 이번에 소개하는 화려한 복숭아 꽃의 세계는 몽환적이며 때로는 ‘시경(詩經)’ 속의 청춘남녀들이 벌이는 연애처럼 관능미를 담고 있다. 속옷 차림의 남녀의 모습을 청회색조로 그리는 작가가 궈웨이이다. 인물상을 주로 그리는 그는 방 속에 갇혀 절규하는 현대인의 고독한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중국의 아방가르드 아트가 태동된 1989년에 스촨미술대학을 졸업한 그는 ‘85미술운동’을 20대 시절에 목격했기 때문에 저항정신을 획득할 수 있었다. 2005년에 예술의 전당에서 열린 [중국 현대미술 특별전-그라운딩 리얼리티]전에 참가한 이후, 한국과 꾸준한 교류를 가져 한국의 미술애호가들에게 친숙한 우밍종은 붉은색과 어름조각과도 같은 인물상으로 유명한 작가이다. 최근에는 중국의 전통 산수화를 현대화하는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펑정지에는 고혹적인 빨간 입술의 여성을 그리는 작가이다. 서로 반대되는 방향을 쳐다보는 작은 점의 까만 눈동자가 트레이트 마크이다. 중국의 블루칩 작가로 유명한 펑정지에는 최근에는 빨간 색의 불독, 장미, 파랗거나 노란 색의 개를 등장시켜 소재의 다변화를 꾀하고 있다. 왕칭송은 2000년 제3회 광주비엔날레 특별전을 통해 한국에 알려진 이래, 최근에는 한미사진미술관에서 초대전을 가져 한국에서 확고한 팬을 형성하고 있는 사진작가이다. 중국의 문화적 전통을 현대적 상황에 맞게 연출, 사진으로 찍는 작가이다. 한국의 단색화를 연상시키는 심플한 화면구성과 제한된 색은 쥐안치의 회화세계의 특징이다. 풀에서 소재를 구한 쥐안치는 풀잎의 구조를 엄격한 사선의 기하학적 형태로 변주, 독자적인 회화세계를 구축하였다. 
 시라큐스 대학 건축대학원을 졸업하고 15년이란 긴 세월을 외국에서 생활해 온 고광표는 제주 출신의 건축가 겸 작가이다. 그는 폭낭(팽나무), 돌하르방, 동자석 등 제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제주의 상징들을 퍼즐 형태의 목조각으로 제작한 작품들을 보여준다.  돈황석굴의 벽화를 연구하여 이를 자신의 그림에 응용한 바 있는 김근중은 민화에 바탕을 둔 화려한 목단꽃 그림으로 유명한 작가이다. 최근에는 추상적인 한국화의 실험을 하고 있으며 단색의 세계를 보여준 과거의 작품들도 리바이벌하는 등 왕성한 의욕을 보이고 있다. 김동유는 한국 팝아트의 대표작가 중 한 사람이다. 케네디처럼 세계적인 정치가의 작은 초상화를 반복적으로 그려 하나의 전체 화면으로 보면 마릴린 먼로의 초상화가 되는 중의성을 보여주는 작가이다. 모택동, 체게바라, 박정희 등등 다양한 유명인들의 초상을 즐겨 그렸으나 최근에는 격랑이 이는 파도를 소재로 한 그림을 제작하고 있다. 
 양태근은 닭, 소, 하마 등 다양한 동물들을 소재로 작업을 하는 작가이다. 수천 개의 둥근 암나사를 조합하여 하마를 만들거나 같은 크기의 철제파편을 용접하여 고개를 숙이고 서있는 남자를 조각하는 등 다양한 방법론을 구사하고 있다. 이길우는 얇은 한지를 향불로 태워 만든 작은 구멍들로 이미지를 생성해 내는 작가이다. 팝아트적인 성격도 어느 정도 드러내고 있으나 그의 관심은 그것보다는 가령 겸재 정선의 몽유도원도 등 한국의 고전 명화를 새로운 제작방법론을 통해 자기 언어화하는 데 두고 있다. 제주 출신의 조각가인 이승수는 철사를 이용하여 인체, 물고기, 말 등등을 만든다. 그는 또한 철사로 잠수부를 만들어 천장에 매다는 등 설치작품을 제작하기도 하며, 해녀를 소재로 조각작품을 제작한다. 재료의 성질을 잘 파악하고 활용하는 작가이다. 탁월한 회화적 기량을 갖춘 홍경택은 한국의 팝아트 작가로 유명하다. 반 고흐와 존 레논 등 세계적 명성을 지닌 유명인들을 소재로 그림을 그리기도 했으나, 그 후속 작업으로 나타난 형형색색의 필기구들을 소재로 한 일련의 연작들은 집합에서 오는 시각적 충격을 불러일으킨다. 마치 우주의 빙뱅을 연상시키는 작품들은 소재의 즉물성에서 벗어나 추상화된 경지를 보여주고 있다. 
 이상 살펴본 것처럼 인도, 중국, 한국의 작가들 15인의 작품세계는 각자 개성이 넘치고 있어 그 다채로운 세계가 관람객을 매료시킬 것이다. 이것이 이번 전시가 지닌 최대의 장점이기도 하다. 문화가 다르고 역사가 다른 인도, 중국, 한국에서 성장한 이들 15인의 작가들이 뿜어내는 다채로운 예술의 스펙트럼이 이제 문화와 예술, 자연의 도시인 제주에서 막을 연게 된 것이다. 아시아예술경영협회가 주관하는 이번 행사가 앞으로 도래할 아시아의 시대를 예견하고 정확한 문화적 좌표와 위치의 탐색을 위한 실험에 하나의 초석이 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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