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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승범 황규민 / 대상에 대한 서로 다른 두 개의 시선

윤진섭




대상에 대한 서로 다른 두 개의 시선

윤진섭 | 미술평론가



 오랜만에 은평구 증산로(신사동)에 위치한 ‘SPACE.55’에 들렀다. 중견 사진작가 안종현이 운영하는 이곳은 작고 아담하지만 꽤 비중있는 전시회가 열려 사진에 관심이 있는 마니아들이 주목하는 곳이다. 안종현은 자신이 직접 기획을 하며 전시공간을 운영한다. 작년 8월에는 [세계문자 심포지아]라는 타이틀의 메타버스 공간전시를 기획하기도 했으며, 최근에는 사진계의 원로이자 실험작가인 황규태 선생을 초대, [PIXEL 아카이브]전을 개최함으로써 향후 메타버스 아트의 실험 가능성을 타진하는 한편, 시각예술의 영역 확장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그런 ‘SPAPCE.55’가 최근 두 명의 한국화가를 초대하여 눈길을 끌었다. 사진 전문 갤러리로서는 색다른 시도인데, 독창적인 작품세계를 인정받은 손승범, 황규민을 초대한 것이다. 

 ‘SPACE.55’는 여타의 화이트큐브 화랑공간과는 달리 지하 벙커처럼 회색조의 시멘트 콘크리트 건물의 뼈대가 돋보인다. 그래서 다소 차갑고 을씨년스러워 보이지만 실험작업을 선보이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안성맞춤인 공간이다. 

 그렇다면 기획자인 안종현은 왜 이 두 사람의 한국화가들을 주목하였을까? 우선 기획자의 변중 핵심적인 부분을 인용하는 것으로 글을 시작해 보자. 

 “그들이 사진에서 주목하는 부분은 사진에 있으면서도 그 이면에 존재한다.”(안종현)

 아마도 짐작컨대 안종현은 카메라라는 기계의 광학적 결과물인 사진 이미지와 인간인 작가의 눈을 통해 걸러진 작품 이미지 간의 ‘차이’에 주목하지 않았나 생각하는데, 이는 그가 정한 이 전시의 타이틀인 ‘믿음(Belief)’이란 단어를 통해 유추해 볼 수 있다. 알다시피 믿음이란 사실(fact)을 전제로 한다. 환영에 근거한 허깨비를 믿을 수 없는 까닭이다. 그렇기 때문에 재판에서 사진은 가장 믿을만한 증거로 인정받는다. 
 화가가 대상을 눈으로 본다는 것과 사진이 렌즈로 대상을 포착하는 것에는 긴밀한 공통점이 있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 손승범과 황규민이 자신들의 작업의 기초가 되는 사진에 안종현이 주목한 것은 전시 기획과 관련, 매우 설득력이 있다. 그는 이 점에 대해 다음과 같이 진술한다. 

 “이들은 자신들 눈에 들어온 대상을 사진으로 포착하고, 필요없는 부분은 제거하는 방식으로 작업하기도 하고, 때로는 필요한 부분을 강조해서 그리기도 한다.”  

 일정한 광학적 조건에서 렌즈에 포섭된 대상의 전모를 담아내는 카메라와는 달리, 인간의 눈은 뇌의 작용과 긴밀히 연결돼 있기 때문에 대상을 선택적으로 받아들인다. 이의 선명한 예가 미술사가 하인리히 뵐플린이 쓴 ‘미술사의 원리’ 도입부에 나온다. 여러 명의 화가가 똑같은 해변 풍경을 그렸는데 결과는 조금씩 달랐던 것이다. 

 이유야 어떻든 손승범, 황규민 두 사람은 다같이 고등학교에서 동양화(한국화)를 접했고 대학에서 한국화를 전공했다. 내가 이 두 작가의 작품을 전시장에서 봤을 때, 서로 착각할 만큼 유사성과 차이성이 혼재해 있었다. 그 이유는 두 작가 다 먹을 기본으로 삼는 수묵화라는 점이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작가는 수묵에 채색이 가미되고(손승범), 다른 작가는 순수한 수묵작업(황규민)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차별화를 이룬 전시였다.  

 장지에 채색으로 베르니니의 ‘페르세포네의 납치’라는 작품을 망초 이미지와 오버랩시킨 손승범의 작품과 흑백의 수묵으로 히말라야 산의 바위 표면에 적힌 티벳어 문장을 정교하게 묘사한 황규민의 작품은 서로 다르지만 뚜렷한 개성을 보여주었다.    

1차 게재: 미술세계 22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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