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컬럼


  • 트위터
  • 인스타그램1604
  • 유튜브20240110

연재컬럼

인쇄 스크랩 URL 트위터 페이스북 목록

야투 40년, ‘최소한의 개입’에서 신체성의 의미와 양상

윤진섭


야투 40년, ‘최소한의 개입’에서 신체성의 의미와 양상 

윤진섭 | 미술평론가


Ⅰ. 1981년, ‘야투(野投)1) ’란 이름으로 ‘자연에 몸을 던진’ 20대 청년작가들의 몸짓이 이 땅에 나타난 지도 어느덧 40년이 넘었다. 당시 미술대학을 갓 졸업했거나 재학 중이던 20대의 혈기왕성한 젊은이들이 장·노년기에 접어든 사실은 그만큼 세월이 흘렀음을 증명한다. 졸졸 흘러나오던 옹달샘의 물이 작은 시내를 이루고, 시내는 다시 다른 지류들의 물과 합쳐 강이 되고, 강은 이제 ‘세계’라는 바다를 향해 멀고도 긴 항해를 하는 중이다.2) 거선(巨船)의 이름은 ‘野投號’이다. 

 세계 현대미술사에 유례가 없는 야투의 행보를 놓고 첫 시발로부터 40년의 세월이 흐른 오늘날 우리는 과연 무엇을 해야 하며, 또한 그것은 세계사의 지평에서 어떤 의미를 지니는가? 이런 질문을 던지는 이유는 다른 데 있지 않다. ‘코로나 19’로 대변되는 팬데믹 상황 하나만 놓고 보더라도 자연과 생태의 문제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고 대안을 모색하던 청년작가들의 활동은 매우 중대한 의의(意義)를 지닌다. 

 야투의 회원들이 산이나 들로 나가 활동을 하던 때는 생수라는 개념조차 없었다. 물론 이 시기는 산업화시대를 연 70년대에 이어서 한국 사회가 고도성장을 향해 질주하던 때이기는 하나, 사람들이 그 폐해를 피부로 느낄 만큼 환경 내지는 산업재해가 심각하지 않았다. 이 말은 곧 당시 야투회원들의 활동이 화단에서 제대로 인식, 평가되지 못했음을 의미한다. 

 1981년 8월 14일 공주시내를 관통하며 흐르는 금강의 한 백사장에서 시작된 ‘야투’ 3) 의 활동은 사계절연구회(1981)를 시발로 하여 금강국제자연미술전(1991-2001), 금강자연미술비엔날레(2004- ), 야투인터내셔널프로젝트(Yatooi : 2011- ), 야투국제레지던시프로그렘(2010-  ), 글로벌노마딕아트프로젝트(GNAP : 2014) 등등으로 뻗어나가고 있다.4) 공주시 원골에서 열린 <예술과 마을>(1993) 등등의 활동도 주목된다. 

 사계절연구회5)는 사계절의 변화가 뚜렷한 한국의 기후조건에 착안, 자연의 변화에 따라 작품의 내용 또한 변하는 워크숍을 벌인다. 봄에는 봄의 자연적 특성이 있는데, 이는 나머지 계절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봄에는 여름과 같은 성숙기의 나뭇잎을 이용할 수 없고 겨울에는 가을의 단풍을 구하기 어려우니, 제철 음식처럼 그때그때의 사물이 제격이다. 이것이 바로 야투 회원들이 원하는 것이다. 

 이처럼 자연에 대한 인간의 ‘순응’과, 자연과 인간의 마음과의 ‘감응’은 생태적 ‘소통’의 기본구조를 이룬다. 따라서 사계절연구회(야투)의 활동은 서구의 합리주의 정신이 낳은 계몽사상의 핵심인 자연정복과는 상반되는 자연과의 상생이며, 자연이 인간적 삶의 토대이자 거역할 수 없는 모태임을 인식하는 행위이다. 그러기에 이들은 자연에 나아감에 있어서 마음을 비우고 자연에 임하며, 행위 후에는 행위의 흔적인 작품을 자연에 맡기고 돌아오는 것이다. 

 야투 회원들의 이러한 자연친화적 행위에는 노자가 말한 ‘도법자연(道法自然)’의 정신이 깃들어 있다. “도는 스스로(自) 그러한(然) 자연을 본받는다.”는 의미의 이 도법자연은 노자의 도덕경 제25장에 나오는 말이다. 노자는 이를 풀이하여 “사람은 땅을 본받고, 땅은 하늘을 본받으며, 하늘을 도를 본받고, 도는 자연을 본받는다.(人法地, 地法天. 天法道, 道法自然)”고 했다.   여기서 보이는 사람(人)-땅(地)-하늘(天)-자연(自然)의 관계는 다시 자연-사람-하늘-땅으로 이어져 끝없는 순환이 이루어진다. 사계절연구회가 활동의 배경으로 삼는 봄, 여름, 가을, 겨울 등 사계절 또한 순환의 원리가 생명이다. 겨울에 꽃이 피고 여름에 눈이 오면 사계절이라 할 수 없다. 봄이면 파종을 해야 하는데 땅이 꽁꽁 얼어있으면 씨를 뿌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지난 수십 년간 지구상에서 벌어진 이상기후는 자연의 이법이 헝클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극명한 예이다. 우리가 실감하듯이, 봄 가을이 예전에 비해 극히 짧고 한국의 기후가 점차 아열대성 기후로 바뀌어가는 현상은 이러한 현상과 무관치 않다. 

 산업혁명 이후 석탄연료 중심의 산업구조는 필연적으로 환경의 파괴를 불러왔다. 여기에 덧붙여 석유산업은 비닐을 비롯하여 각종 합성수지 등 산업제품으로 인한 환경오염의 문제를 야기했다. 어디 그 뿐인가? 각종 자동차가 내뿜는 매연은 메탄가스 등과 함께 오존층의 파괴를 가져왔다. 오존층의 파괴로 인한 기후변화는 남북극의 빙하는 물론 히말라야 등 고산지대의 만년설 등 빙하기때부터 존재해 온 얼음이 녹아 지구상의 해수면을 높이는 대재앙을 초래했다.  




1)  ‘자연에 몸을 던진다’는 의미를 지닌 ‘야투’의 창립 회원은 다음과 같다. 곽문상, 강희순, 고승현, 김영철, 김지숙, 나경자, 박수용, 신현태, 이동구, 이순구, 이응우, 임동식, 조충연, 정봉숙, 정영진, 지석철, 함상호, 허강, 허진권, 홍오봉 

2)  주역(周易)에서 말하는 몽(蒙)의 괘이다. 무지몽매(無知蒙昧)하다는 말이 있듯이, 이 몽의 괘는 ‘철들지 않은 어린이’가 어떻게 해서 세계를 인식하고 발전해 나가느냐 하는 계몽(啓蒙)의 의미를 지닌다. 가시덤불에 가려져 어두컴컴한 상태에 처한 옹달샘은 처음에는 졸졸 흐르다 점차 시내가 되고 강이 되면서 때로는 거센 소용돌이를 이루기도 하나 종래는 평안한 상태에서 보다 큰 세계인 바다로 진입한다. 그런데 여기에는 근본정신이 있으니, 사물의 근본이 되는 원리 즉, ‘원형이정(元亨利貞)’이 바로 그것이다.  

3)  야외현장미술연구회창립전. 기간 : 1981년 8월 14일부터 19일까지. 장소 : 공주금강백사장
   창립전 드록의 표지에는 한 손을 편 손가락 끝에 나비 한 마리가 살포시 앉아있는 장면의 사진이 실려 있다. 이 사진은 아투의 미래를 상징하는 바, 인류의 평화를 위한 회원들의 염원을 담고 있다. 한편, 야투회원을 중심으로 봄, 여름, 가을, 겨울 등 계절마다 장소를 바꿔가며 여는 <사계절연구회>는 현재 158회를 맞이하고 있다. ‘야투’의 근본정신을 담고 있는 이 연구회 활동은 야투의 핵심인 바, 그 외의 행사들은 국제화를 위한 할동의 확산이자 야투의 정신을 세계화하는데 따르는 일종의 시대적 소명이라 할 수 있다. 

4)  진선희, <한국 자연미술가 협회 야투(野投) 연구>, 홍익대학교 대학원 미술사학과 석사논문, 2016년 8월, 26쪽. 

5)  진선희가 쓴 석사논문에 의하면, 야투의 회원들이 ‘사계절연구회’란 용어를 처음 사용한 해는 2009년도였다. 



하단 정보

FAMILY SITE

03015 서울 종로구 홍지문1길 4 (홍지동44) 김달진미술연구소 T +82.2.730.6214 F +82.2.730.9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