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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의 문화예술 향수와 기업의 사회적 공헌

윤진섭



대중의 문화예술 향수와 기업의 사회적 공헌 
영은컬렉션 <회상>전이 의미하는 것
             
윤진섭 | 미술평론가



 아마도 기업이 벌어들인 이익을 사회에 환원하는 방법 가운데 가장 세련되고 항구적인 것은 문화와 예술에 대한 투자일 것이다. 물론 장학사업도 국가의 운명을 짊어질 미래의 인재를 키운다는 점에서는 매우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장학사업이 인물의 육성에 사업의 중점을 두는 반면, 문화예술의 향수는 폭넓은 대중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 

기업의 문화예술 부문의 투자, 그중에서도 특히 미술품 소장을 통한 사회적 공헌은 반드시 메세나 운동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이제는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아 가는 추세가 역력하다. 최근 들어 국민적 관심사로 떠오른 이건희 컬렉션이 그 선명한 예거니와, 이 경우에 보듯이 미술품 소장은 아주 세련되고 품격높은 기업의 사회적 공헌이 아닐 수 없다.  
 
 영은 미술관이 주최한 <회상>전은 1992년 대유문화재단의 설립 당시부터 2000년 영은미술관의 개관에 이르는 기간 동안 수집한 소장품을 근간으로 한다. 미술계의 원로부터 중견에 이르는 82명의 작가, 117점이 출품되었다. 
 
 이 전시를 둘러보면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도자기와 단색화였다. 특히 도자기는 권순형, 김익영, 원대정, 황종례, 한길홍, 윤광조, 조정현, 이수종, 박석우, 장진, 김충식, 안드레이 톰슨 등 전통과 현대를 망라하는 컬렉션으로 눈길을 끌었다. 이처럼 영은미술관이 도자예술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회화, 설치, 미디어아트 등 현대미술 분야에 쏠림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미술계의 현 상황을 염두에 둘 때, 매우 다행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무릇 문화예술에 있어서 ‘균형과 조화’만한 미덕이 없다는 사실을 상기한다면, 영은컬렉션의 도자기 품목은 향후 그 가치가 증폭될 것이다. 

 1970년대 초반, 한국 현대미술의 중핵으로 떠오른 단색화는 현재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런 가운데 한국 단색화의 대표작가들인 박서보, 하종현, 정창섭, 이우환, 이동엽의 작품들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었던 일은 큰 기쁨이었다. 특히 박서보의 <묘법>을 비롯하여 하종현의 <접합>, 이우환의 <선으로부터>, <점으로부터>, 정창섭의 <귀(歸)>, 윤명로의 <균열>, 김진석의 <그림자>, 김창열의 <회귀>, 김형대의 <후광>, <이동엽>의 <사이> 등등 대부분 단색화 초기작품들로 컬렉션이 이루어져 있어 금전적 가치는 물론 미술사적 가치 또한 매우 높다. 특히 미술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박서보의 <유전질1-68>의 소장처를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의외의 소득이었다. 

 한국화 컬렉션 또한 눈여겨봐야 할 부분이다. 숫자는 그다지 많지 않지만 허백련을 비롯하여 장우성, 양기훈, 이건걸, 송수남, 이영찬, 오용길, 정하경, 김동수, 한진만 등등 이미 작고한 원로부터 중진에 이르는 한국화 작가들의 작품들이 다수 출품돼 전체 컬렉션의 범주 중 하나로 설정이 가능하다. 이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영은 컬렉션의 향후 수집 계획과 관련하여 볼 때 도자기, 단색화, 한국화 등등 보다 선명한 범주의 설정이 중요함을 뜻하는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산만함을 방지하고 보다 정련된 컬렉션을 지향하게 될 것이다. 

 이미 미술사의 영역으로 넘어간 작고작가들 컬렉션 또한 이번 전시의 하이라이트였다. 천병근, 손동진, 윤중식, 전성우, 이세득, 권옥연, 한묵, 최만린, 유강열, 변종화, 우경희, 김보현, 김차섭, 크리스티안 볼탄스키의 작품들은 미술사적 가치가 높은 작품들이다 

 이번 전시는 70년대 한국 현대미술의 다원화 시기를 형성한 극사실주의 회화의 차대덕, 한만영, 이석주, 주태석의 작품들과 기하학적 추상의 김재관, 실험미술의 곽덕준, 김구림, 이반, 코디최, 추상화의 곽수, 김비함, 이자경, 이두식 등등의 작품들을 망라하고 있어서 컬렉션의 다양한 폭과 깊이를 보여주었다.      

영은미술관 컬렉션전 도록 서문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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