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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에서 작가로 옮겨가는 보이지 않는 문

하계훈

이번 전시회에 출품하는 학생/작가들은 이제 학생에서 작가로 옮겨가는 보이지 않는 문을 통과하는 셈이다. 미술대학이라는 교육제도의 틀 안에서 조형훈련과 사고의 폭을 넓혀 온 결과를 한자리에 모아놓는 이번 작품은 단순한 작품의 모음을 넘어 참여하는 학생들 전체의 수년간의 의식과 노력의 집합이라고 할 수 있다.

 

요즈음 젊은 작가들의 생각과 관심, 지향점과 가치관들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미술 대학원 졸업생들의 전시는 나름대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고, 여기에 덤으로 장래가 촉망되는 작가를 일찍이 발견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어서 필자를 포함한 미술계의 관련자들이 이러한 전시에 적지 않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출품자들이 자신의 작품을 표현하는 형식은 극사실적인 것에서부터 초현실주의적이거나 팝아트적인 것, 그리고 추상적인 것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이번 작품들을 전체적으로 살펴보면 몇 가지 유형으로 그룹을 지을 수 있다는 것을 발견한다. 우선 많은 수의 작가들이 자신의 외부 환경과 상황을 관조하거나 그 상황에서 자신의 내부를 들여다보는 성찰과 사유에 몰입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번에 출품된 작품들 가운데에는 특히 여학생 혹은 여성으로서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과 작가로서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이 이항적으로 나타나거나 때로는 이 두 가지가 복합적으로 드러나기도 한다.

 

한 편 작가를 둘러싼 환경과 상황을 바탕으로 작가 자신의 내면으로 수렴해가는 시각을 보여주는 작품들도 적지 않는데 이러한 작품에서도 많은 작품들이 여성성의 문제를 작품의 중심에 도입하기도 한다. 이것은 여성 작가로서 극히 자연스러운 것이며 앞으로 출품자들이 전업작가로 활동하면서 국내뿐 아니라 국제적으로 활동하게 될 때에도 반복적으로 짚어내야 하는 영역이며 주제인 것이다.

작품을 표현하는 주제가 이러하다면 표현 형식면에서는 한국화의 전통적인 표현의 가능성과 잠재력을 염두에 두면서도 많은 수의 참가자들이 매체의 확장과 다양화에 관심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현대사회의 특징 가운데 하나로 융합과 통섭을 이야기하는 것처럼 이제 한국화 분야에서도 전통을 지켜 나아가는 고립적인 몰두와 함께 융합과 통섭을 통한 다양한 시도와 그로부터 생성되는 창조적 에너지의 분출이 필요한 것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기성의 작가들 가운데에도 학창시절의 조형훈련 배경을 짐작하기 어려울 정도로 획기적으로 변화된 매체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으므로 우리는 이러한 실험과 시도를 긍정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에 출품된 작품들을 보면서 떠오르는 이러한 긍정적 평가와 기대의 한 편에는 프로페셔널한 작가로서 출발하는 젊은 예술가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몇 가지 떠오른다. 우선 작가라는 길이 험난하고 그 끝을 알기 어려운 힘든 길이라는 인식이 확고하여야 하며, 그러한 인식이 확고한 다음에는 어떤 어려운 조건과 환경이 닥치더라도 강한 목표의식으로 이를 극복할 것이며 결코 포기하지 않는 집요한 작가정신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또한 여기에 더하여 이제는 무조건 열심히 작업에 몰두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미술 생태계의 질서와 현황, 그것의 국제적 흐름과 전망을 감지할 수 있는 예민한 촉수를 키우는 일에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할 것이며 이러한 모든 작업의 출발점이 지금과 같은, 현재의 작지만 진정성 있는 작품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이번 기회를 통해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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