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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익루트 / 창작의지를 상호 자극하는 폭넓은 스펙트럼

하계훈

창작의지를 상호 자극하는 폭넓은 스펙트럼


하계훈(미술평론가)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을 졸업한 70대로부터 20대에 이르는 여성 작가들로 구성된 홍익루트 회원들이 해마다 개최해 온 홍익루트전이 올해로 32회를 맞았다. 작가들이 동일한 생각이나 경험을 공유하고 그로부터 떠오르는 창작의 영감을 함께 나눠보는 기회를 30년 넘게 이어오는 것은 오늘날과 같이 생활의 파편화와 세대간의 단절이 일상화된 현실에서는 보기 드문 현상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으로부터 100년 쯤 거슬러 올라가보면 이러한 현상은 일상화되어 있었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미술의 중심지로서의 파리에 형성되었던 몽마르트 지역의 화가 마을이나 몽파르나스 지역의 일명 벌집(La Ruche)이라고 불렸던 화가들의 집단 거주공간 등은 오늘날의 미술사를 낳게 만든 진원지 같은 곳이 된 셈이다. 이러한 집단거주를 바탕으로 하는 창작 활동은 오늘날에도 일반화되어 있었으며 정부나 문화재단 등에 의해 장려되고 있다.


홍익루트 회원들의 작품들은 회원들 개개인의 경험과 미학적 관점만큼이나 다양하게 드러난다. 회원들이 출품한 작품들을 전체적으로 살펴보면 사실적 경향에서 추상까지, 단색 드로잉에서 아크릴과 유화 뿐 아니라 바느질과 오브제의 사용에 이르기까지 사실상 오늘날의 미술 경향의 총체를 동시에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가운데 126명의 출품작들을 몇 개의 키워드로 살펴보면 무엇보다도 우선 ‘여성성’ 혹은 ‘모성’으로 설명될 수 있는 정서가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것은 작가이기 이전에 여성으로서 생득적으로 가지고 있는 특성이라고 할 수 있으며 창작과 병행해 온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숙성되어온 정서가 작품에 반영된 결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런가 하면 작품을 통해 성별을 구분하기 어렵게 해주는 작품들도 다수 출품되었다. 포스트모더니즘의 논의가 더 이상 새로움을 주지 못하는 오늘날의 미술계에서 남녀의 성별 구분이 무의미한 것이 되어 버렸으므로 이러한 관점에서 작품을 바라보는 태도 자체가 신선하지 않지만, 앞서 언급한 여성성이나 모성의 균형추로서 특정할 수 있는 경향을 찾아보는 시도였다고 해석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작품 전체로 볼 때는 작가 자신의 심리적 정황이나 감수성을 시각화한 작품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일부 작품들에서는 낭만적 정서나 동시대를 관조하는 사색적 태도도 발견된다. 주최측에서는 특히 금년 전시에서 우리 사회의 미래에 대한 숙명적 불안과 현대 여성의 자아실현에 대한 열정이 집중적으로 표현될 것이라고 전하고 있는데 이러한 주제들도 다수 발견된다. 작품의 주제가 무엇이냐, 창작 주체가 누구냐를 떠나서 오늘날의 작가들에게 요구되는 사명감 가운데 하나는 창작과정에서의 몰입과 창작 태도의 진정성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작가로서의 천부적인 재능도 중요하겠지만 작품과 씨름하는 끈기와 열정은 숨기려 해도 숨길 수 없이 완성된 작품 속에 드러난다. 


홍익루트 회원들의 이번 전시에서도 다양함 속에 몇 가지 공통점과 개성적인 차이점이 동시에 드러나지만, 좀 더 세밀하게 들여다 볼 때 회원들 가운데 몇몇 작가들이 우리 미술계의 현재를 좀 더 날카로운 촉수로 읽어내고 있으며 작품을 통해 그것을 담아내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작가들의 창작 태도가 함께 출품한 동료들에게 전달되고 그들에게 좋은 의미에서의 자극이 된다면 32년 동안 이어온 홍익루트 회원전의 의미는 충분히 찾아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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