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컬럼


  • 트위터
  • 인스타그램1604
  • 유튜브20240110

연재컬럼

인쇄 스크랩 URL 트위터 페이스북 목록

국제적 수준을 추구하는 아마추어리즘

하계훈

국제적 수준을 추구하는 아마추어리즘


하계훈(미술평론가)



2013년 한 해가 저무는 시기에 미술계가 시끄럽다. 11월 12일 개관한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은 개막식 초청인사 가운데 일부 인사가 제외되었다든가, 전시 내용에서 특정 대학 출신 작가들의 비중이 지나치게 높다는 비판을 받는다든지, 서울관 개관에 집중하느라고 정작 같은 시기에 과천관에 초청한 인도와 중국의 작가들에 대해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푸대접을 했다든지, 그리고 원만한(?) 개막식 행사를 위해 일부 작품의 전시가 취소되었다는 의혹이 일어나는 등의 잡음으로 시끄러웠다. 이 일이 불거졌을 때 미술관 측에서는 잘못을 시인하기보다는 초청장 발송의 단순 실수였다든지, 전시기획은 기획자의 고유 권한이라든가, 전시 작품에 대한 외압은 없었다고 주장하다가 결국은 대부분의 문제점에 대해 대응이 미숙했음을 시인하는 사과문을 발표하였다.


그런가 하면 부산에서는 몇 달 전부터 2014 부산비엔날레의 전시감독을 선정하는 문제를 둘러싸고 잡음이 그치지 않고 있다. 각종 매체의 보도를 통해 이제까지 밝혀진 내용을 종합해보면 비엔날레운영위원회가 전시감독을 선정하기 위하여 회의를 열었고, 회의에서 1인 감독제를 할 것인가, 아니면 2인 공동 감독제를 할 것인가를 논의했다고 한다. 참석 위원들 가운데 다수의 의견은 1인감독제를, 그리고 소수 의견은 공동 감독제를 제안하였지만 왠일인지 회의를 주재한 위원장은 아무런 결정을 하지 않고 투표에 들어가서 다득표순으로 세 명의 후보자를 결정하였다고 한다. 문제는 여기서부터인데 위원장은 1위 득표자를 단독 선정하지 않고 2위 득표자와 공공 감독으로 행사를 진행할 것을 결정하였다. 이 결정을 통보하는 방식에서도 2위 득표자에게 먼저 의견을 물어보고 나중에 1위 득표자에게 공동 감독제 수용 의사를 물은 것도 그 순서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결국 1위 득표자는 위원장의 제안을 거절하였고 3위 득표자도 2위 득표자외의 공공 감독제를 거부하니 위원장은 1인 감독으로 2위 득표자를 일방적으로 발표해버렸다. 이러한 과정에서 1위 득표자를 옹호하는 부산 지역의 문화단체들이 연대를 조직하여 위원장의 결정에 반대하며 마침내 위원장의 퇴진을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이처럼 최근 몇 달 동안 서울과 부산의 미술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잡음과 시시비비의 문제는 결국 프로페셔널답지 않은 미숙한 일처리에 그 원인이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서울에서는 주최측의 사과가 발표되었으나 부산은 아직 양 진영의 대립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돌아보면 문제의 당사자인 두 기관들은 이번 일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공공연히 ‘국제적인 수준’ 표방하였다. 하지만 일의 진행 경과를 보면 국제적인 수준을 전혀 실감할 수가 없었다. 국제적인 수준은 선언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전문적인 인력의 전문적인 노력이 그 결과를 국제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상당한 규모의 미술행사들의 공통점은 국제적인 수준을 지향하지만 그 현실은 아마추어 수준이라는데 문제가 있는 것이다.



하단 정보

FAMILY SITE

03015 서울 종로구 홍지문1길 4 (홍지동44) 김달진미술연구소 T +82.2.730.6214 F +82.2.730.9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