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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에 담긴 인간 본성의 순환과 환원

하계훈



하계훈(미술평론가)

김동우의 돌 조각 작품들은 기본적으로 인물상으로 구성된다. 작가는 인간의 본성을 추구하는 자신의 창작 작업을 ‘침묵의 언어’ 행위로 간주하고 있는데, 말보다 작품으로 자신의 메시지를 전하겠다는 작가적 의지를 드러내는 말이라고 할 수 있다. 예술가의 창작 행위는 자신의 내면을 관조하는 행위이면서 그로부터 자신의 내부에 자리잡은 창조의 불꽃을 외부로 이끌어내서 관람자들에게 구원과 위안, 희망과 치유를 제공해 줄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것이 곧 우리시대를 사는 예술가의 사명이라고 할 수 있다. 


김동우의 작품은 지극히 한국적이다. 돌을 사용하여 인물을 조각해내는 창조방식은 무엇보다도 서양 고대의 조각을 떠올리게 하며 실제로 작가 본인도 이탈리아 조각의 메카라고 할 수 있는 카라라에서 수학한 바 있지만, 김동우의 손을 거쳐 탄생한 돌조각 작품들에서는 그러한 서양 고전주의 작품들에서 느낄 수 있는 이상주의적 거리감이 없이 마치 우리 이웃에서 평범하게 생활하는 인물들을 만나는 듯한 경험을 하게 해준다. 


김동우의 조각 인물상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대부분의 경우 누드 인물로 묘사되고 있으며, 흔히 말하는 인체 비율이 5대1 혹은 6대 1 정도 되는 상태에서 두 눈을 감은 듯한 표현이 나타나고 있다. 인물의 동작은 그리 크지 않으며 정지된 상태가 대부분이지만 악기를 연주한다거나 말을 타고 출발하려는 순간을 표현한 작품들도 있다. 


누드 인물상은 고대 이집트나 그리스 조각에서 흔히 나타난다. 누드는 인간의 본연의 모습이면서 신 앞에 나아가는 대표적인 모습이기도 하다. 특히 고대 그리스 사회에서는 건강한 육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고 생각하여 인체의 모습을 인간의 정신과도 연관시키기도 했다. 김동우의 조각 인물상에 표현된 누드 역시 단순히 인체에 대한 조형적 표현이라고 보기 보다는 건강하고 토속적인 우리 자신들의 모습을 대변해주는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정적인 동작의 인물에 담긴 건강미와 풍부한 볼륨감이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김동우의 작품에는 솔직함과 원시미술의 건강미가 이미지화 되는 방법으로서 누드의 표현이 적용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인물이 눈을 감는다는 것은 오감의 기능 가운데 외부의 사물과 현상을 바라보는 시각 기능을 차단하고 청각이나 촉각의 기능을 활성화하는 동작이라고 볼 수 있으며, 감각의 기능과 함께 비감각적인 사유와 상상을 발동시키는 자세라고 볼 수도 있다. 작가가 언술한 것처럼 이러한 동작을 통해 작가는 인간이 스스로 자신의 내부를 관조하는 모습을 작품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젊은 시절 김동우는 조각가 권진규로부터 배움을 시작하여 외국으로 나아가 파리를 거쳐 이태리 카라라로 옮겨가면서 동서양의 조각의 요지를 순례하였다. 적지 않은 한국의 조각가들이 이태리 카라라로 진출 이유는 다양하고도 질 좋은 대리석에 대한 작가의 관심이 작용하였다고 할 수 있다. 김동우 역시 이러한 매력에 이끌려 카라라를 방문하였겠지만 그가 결론적으로 도달한 생각은 재료적인 매력이 아니라 대리석이라는 재료를 이용한 조각을 통해 인간의 본성을 표현한다는 근원적인 사고에 다다른 것이다.


김동우는 인간에 대한 탐구의 결과로서 사랑을 나누는 남녀의 포옹, 모성애를 담은 엄마와 아기, 그리고 가족의 군상 등으로 자신의 작품들을 구성하고 있다. 그의 작품에서는 이상화된 신화적 인물상의 빼어난 아름다움이 담겨있기보다는 간결하면서도 평범한 우리 주변의 인물들의 표정과 사실적인 모습에 담긴 따스한 정이 느껴지는데, 이러한 점이 그의 작품을 특징적인 것으로 만들어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김동우의 작품에서는 간결하고 단순하지만, 돌이라는 재료의 속성이라고 할 수 있는 단단하고 힘차게 이 땅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안정적인 느낌이 담겨있다. 아마도 작가는 이러한 느낌을 위하여 인물의 볼륨감과 인체비례를 지금과 같이 선택하고 있는 것 같다. 어느 평론가가 말한 것처럼 김동우의 돌 조각상들은 돌에서 어떤 형태가 태어난다기보다 오히려 작가의 손을 거친 인물상들이 자연의 돌로 환원되어가는 느낌을 준다. 결국 이러한 순환과 환원은 작가가 인간의 본성을 탐구해 온 긴 시간이 이끌어낸 결론이면서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불변의 진리로 받아들일 수 있는 우리 인간의 본질이 김동우의 손끝을 통해 시각화되는 구도의 과정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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