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컬럼


  • 트위터
  • 인스타그램1604
  • 유튜브20240110

연재컬럼

인쇄 스크랩 URL 트위터 페이스북 목록

국립현대 외국인관장

하계훈


이번 외국인 관장이 문제가 되는 것은 한국미술에 대한 그 사람의 이해 부족은 제쳐두고라도 그가 외국인이기 때문이 아니라 통역 없이는 정상적으로 일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그는 준비되어 있는 관장이라고 할 수 없다. 물론 그 때문에 추가로 비용도  많이 든다. 문화부는 이러한 상황에서 왜 굳이 외국인을 임명해야 하였는지, 또 그 외국인 관장은 무슨 애정이 있어서 우리말도 모르면서 말설고 물설은 이곳까지 와서 국립현대미술관을 맡아 운영하겠다는건지 그 속내를 알 수가 없다.


돌아보면 국립현대미술관장 임명을 둘러싼 일련의 상황 전개는 미술계를 화나게도 했고, 지치게도 했고, 결국은 냉소적인 방관자의 입장으로 몰아가기도 했다. 지난해 6월에 1차 선정과정에서 문화부 장관은 최종 후보자가 부적합하다고 하며 임명을 철회했지만, 그 기준이 무엇이었으며 과연 그렇다면 이번 관장은 적합하다고 할 수 있겠는가? 이번에 임명되는 외국인 관장은 자국에서 미술관장으로 재직하는 중에 불미스런 일도 있었고, 우리 언어와 미술문화에 대한 이해에서도 이전 후보자보다 현저하게 뒤쳐진다. 그런데도 무엇이 그를 적임자로 판단하게 만들었는지 모르겠다. 이런 것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판단이었는가? 그렇다면 문화부의 말대로 과연 그가 우리 미술계의 파벌 대립을 해소할 수 있는가, 또는 우리 현대미술의 국제적인 약진을 도모할 수 있는가?

이중 어느 하나도 쉽게 가능하다는 명확한 확신이 서지 않는다. 단기간에 해결될 일도 아니다. 추측해보면 결국 그가 유럽에서 마땅한 자리가 없는 상태에서 때마침 좋은 조건이 제시되어 일단 수락형식의 지원을 하였지만, 언제라도 자신이 익숙하게 생각하는 지역에서 좋은 조건의 기회가 오면 훌쩍 떠나지 않을까 하는 회의와 염려가 든다. 실제로 단기간의 성과에 목을 매고 매번 국정감사로 국회에 불려나가 답변도 해야 하는 현재의 미술관 운영 시스템에서 그가 무엇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 국립현대미술관 관장인 그에게는 미술관 직원에 대한 실질적인 인사권도 미술관 사업에 대한 예산운영권도 없다. 우리는 이런 경우를 속된 말로 ‘얼굴마담’이라고 한다. 


어쩌면 외국인 관장은 우리나라 미술행정의 관료주의적인 후진성을 알게 되면 이것을 견디지 못하고 포기할지도 모른다. 만일 그가 중도 포기하게 되면 그를 임명할 때 했던 그럴듯한 말들에 대해 누군가가 책임을 져야 되겠지만, 그때는 이미 담당자들의 보직도 바뀌고 어쩌면 임명권자도 바뀔 수 있으니 누구도 책임지려 하지 않을 것이다. 그저 우리 현대미술과 국립현대미술관만 또다시 만신창이로 남을 것이다.


지난 한 해 동안 이해할 수 없게 진행되어온 국립현대미술관의 관장 임명과정에서 우리가 배워야 하는 교훈은 무엇보다도 능력있는 인재의 육성을 위한 노력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미술관이 운영되어 온 모습을 보면 이러한 노력과는 거리가 멀다. 그리고 그 결과가 오늘의 사태를 초래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도 문화부는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지 못하고 지난봄에 내부 조직을 개편하고 규정을 개정하여 학예연구 중심의 미술관이 아니라 행정직 위주로 돌아가는 미술관을 만들어 버려 외국의 저널에서 조롱을 사기도 했다. 세상 어느 미술관이 행정관리 중심으로 운영을 잘해서 세계적인 미술관이 된 경우가 있는가? 


지금부터라도 국립현대미술관은 불필요한 행정 절차를 바로잡고 행정 조직을 최소화하고 이 부분에서 소모되는 예산과 인력을 학예연구와 전시기획 및 질 높은 교육 프로그램 등에 투입하여야 할 것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국립현대미술관은 전문인력이 존중받고 하루빨리 성장하여 외국의 도움 없이 국제적인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당면한 과제임을 깨달아야 한다. 그나저나 국제수준을 지향하는 국립현대미술관에서는 학예사가 마치 군대 당직병처럼 숙직 근무를 한다는 것을 신임 외국인 관장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하단 정보

FAMILY SITE

03015 서울 종로구 홍지문1길 4 (홍지동44) 김달진미술연구소 T +82.2.730.6214 F +82.2.730.9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