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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테이트미술관의 연례보고서를 읽고

하계훈


지난 추석 연휴 동안에 영국 테이트미술관의 2012-13년간의 운영을 총정리한 연례보고서가 출간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인터넷을 통해 입수한 보고서는 100여 쪽에 걸쳐 지난 한 해동안의 테이트 모던, 테이트 브리튼, 테이트 리버풀과 세인트 아이비스의 테이트 미술관에서 일어난 모든 일들에 대해여 소상하게 기록을 해놓아서 이 기간 동안의 미술관 사업에 관심을 가진 사림이라면 한 번쯤 읽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보고서에는 전시나 교육 사업, 관람객 분석에 관한 기본적인 정보는 물론이고 재정에 관한 사항과 기증자 하나하나의 이름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투명하게 공개되어 있어서 외부의 관람객 입장에서도 지난 한 해 동안 테이트미술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훤히 알 수 있게 되어 있다.

우리나라와 달리 이사회를 통해 미술관 운영의 방향을 잡아가는 테이트미술관은 이 보고서의 서두에서 이사장인 브라운 경의 인사말을 통해 테이트미술관이 수행해온 일과 앞으로 지향하는 점, 그리고 관련 기관들과 인사들의 협조에 대한 감사의 표시, 한 해 동안 자리를 떠나고 새로 합류한 직원들에 대한 감사와 기대 등에 대해 세세히 언급되어 있어서 우리나라 미술관의 전시회 도록 맨 앞부분을 차지하는 장관이나 관련 정치인, 기관장들의 겉치례식 인사말들과 좋은 대조를 이루고 있다. 

이번 연례보고서를 읽으면서 필자가 느낀 점은 우리나라의 국공립 미술관들이 무엇 때문에 이러한 연례보고서를 발간하지 않는지 궁금해진다는 점이다. 테이트미술관뿐 아니라 유럽과 미주의 대부분의 미술관들은 연례보고서를 발간하여 공개하고 있으며 그 안에 담기는 내용들도 매우 상세하게 구성되어 있어서 연례보고서 하나만으로도 그 기관의 한 해 사업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게 되어 있다.

한국인으로서 이번 테이트 미술관의 연례보고서에서 눈에 띠는 점은 65쪽에 우리나라 작가인 이승택의 작품이 주요 기증품으로 작품 도판과 함께 실려 있다는 점과 그 작품의 기증에 관련된 한국인 인사들의 명단이 95쪽에 수록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처럼 이 연례보고서는 테이트미술관의 운영에 관한 세세한 내용도 모두 수록되어 있어서 누가 무슨 일을 해서 미술관을 도왔는지도 일일이 알 수 있게 되어 있다. 

그런데 이러한 정보를 접하면서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이들 인사 가운데 일부가 우리나라의 국공립미술관에 후원자나 기증자로서 활동한 기록이 별로 없다는 점이다. 물론 연간 8백만명이 넘는 관람객이 다녀가는 미술관에 우리나라 작가의 작품이 소장되도록 기여하는 행위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이러한 선행과 함께 국내의 크고 작은 미술관에 대한 배려와 지원도 균형있게 이루어진다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도 남는 것은 사실이다. 혹시 이들이 국내 미술관에 대한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이유가 테이트미술관의 연례보고서처럼 자세하고 투명하게 운영을 공개하는 미술관이 아직 없기 때문은 아닌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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