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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을 통한 도시발전 사례와 태화강미술제의 의의

하계훈

산업사회 이전의 대부분의 인류의 생활기반은 농업과 어업 등의 1차산업이었다. 중세의 봉건제도 붕괴와 도시상업 인구의 증가, 그리고 18세기 산업혁명으로 인해 도시 인구의 증가 속도가 가속화되면서 한때는 도시의 번영을 'belle epoch'라는 이름으로 칭송하였지만, 곧 이어 도래한 후기산업사회와 정보화 사회에서는 도시의 번영의 흔적이 점차 부담스럽게 여겨지게 되었다. 

최근 일어나고 있는 건강과 환경에 대한 관심은 대부분의 경우 도시를 과밀, 오염, 사고, 인간관계 단절 등의 부정적 개념과 연결된 공간으로 설정한다. 일부에서는 귀농과 자연예찬으로 도시를 부정하기도 한다. 하지만 중세 이후 꾸준히 발달해 온 도시는 인류문명의 진보와 창조의 가시적 결과로서 오래 동안 존중되었으며 근대 산업화의 물결은 도시화를 나름대로 자랑스럽고 희망적 현상으로 여기며 급속하게 도시의 확장을 전개시켰었다.

산업사회가 도래하자 도시 주변의 생산시설에 필요한 노동력이 농촌으로부터 유입되는 인구의 대이동이 벌어졌으며, 그 결과 도시는 급속하게 과밀화되어 주택문제, 위생문제, 각종 범죄 등의 문제로 골치를 썩이게 되었다. 도시의 성장은 자연스럽게 인간을 자연으로부터 분리시켰고 지역공동체를 해체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농촌과 다르게 도시는 속도와 힘, 능률과 성과를 중요시하는 공간으로서 근대에 이르기까지 발전과 희망이 가시화되는 공간으로 긍정적인 시선을 받기도 하였다. 
인간이 밀집하여 활동하는 도시는, 자연스럽게 형성되고 진화하는 촌락에 비하여 부자연스럽고 인위적이며 때로는 삭막하고 위협적이기도 하다. 도시는 소음과 속도로 묘사되기도 한다. 풍요롭고 편리하지만 소란스럽고 위태로운 양면성을 가진 것이 도시의 모습일 것이다. 우리들이 어린 시절에 읽었던 동화 가운데 <시골쥐와 서울쥐>라는 동화는 도시와 농촌의 성격을 잘 대조시켜 보여준다. 이 동화에서 주인공들은 쥐들이며 사건은 그들의 이야기로 전개되지만 의인화된 쥐들을 둘러싼 일들이 결국 우리들의 도시 생활에 관한 이야기임을 알 수 있다.

이러한 도시에서 상업과 공업의 발전은 한편으로는 풍요를 불러왔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풍요의 대가로서 적지 않은 상실을 감수하여야 하였다. 오늘날 후기산업사회로 들어선 도시에서는 과거 공업화의 상징이었던 환경과 그 환경 속의 중요한 랜드마크가 용도폐기되기도 하고 심지어 혐오의 대상으로 바뀌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현재 대도시의 화력발전시설과 공장생산시설, 그리고 탄광촌 지역의 폐기 시설과 고속화된 철로가 용도폐기시킨 옛 선로의 활용문제 등등의 공간에 대한 효율적인 활용의 문제가 이제 새롭게 공간을 구성해야 하는 시점에서 사회적 관심의 중심에 놓이게 되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정부차원에서 검토되고 있는 공간 재활용 문제로 서울시 마포구의 당인리발전소를 문화공간으로 전환하는 문제를 사례로 들 수 있다.

산업화의 선봉에 섰던 영국도 이와 유사한 문제를 안고 있었으며 일부 해결책을 이끌어내기도 하였다. 예를 들어 런던에 있는 화력발전소가 공해를 유발한다는 이유로 1984년 가동을 멈춘 채 서있던 것을 테이트모던(Tate Modern)이라는 훌륭한 현대미술관으로 탈바꿈시킨다거나, 밀가루 제조 공장이었던 건물을 미술관으로 탈바꿈시킨 영국 북동부 뉴카슬(Newcastle)의 발틱센터(Baltic Center for Contemporary Art), 영국 산업혁명의 시발지역이라고 할 수 있는 중서부 지역의 서번강( River Severn)에 1779년 세계에서 최초로 설치되었던 협곡철로다리(Ironbridge Gorge)를 중심으로 이 지역을 하나의 야외 자연사박물관으로 탈바꿈시킨 사례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이 지역의 중요 산업유산들은 1986년 유네스코문화유산으로 등재되기도 하였다.
스페인에서는 북서부 대서양 연안의 바스크 지역의 중요 도시 가운데 하나인 빌바오(Bilbao)에서 도시재생의 모범을 보여준 사례가 있다. 미국의 유명 미술관 가운데 하나인 구겐하임미술관이 빌바오에 분관형식으로 새로운 미술관을 개관함으로써 한때 공업도시로서 활기를 띠다가 점차 쇄락하게 된 수변도시를 세계적인 문화도시이자 관광도시로 새롭게 태어나게 만든 사례는 울산시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을 것이다.

울산시의 경우 태화강이라는 풍부한 공업용수를 바탕으로 산업사회를 거쳐오면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공업도시로 성장해왔다. 하지만 제조업 중심에서 정보산업이나 IT산업 등으로 산업의 패러다임이 변하면서 공업도시 울산의 이미지를 계속 유지하는 것이 도움이 될 지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태화강이라는 수자원은 울산시에게 산업도시로서의 성장을 도와준 고마운 강이지만 이제는 새로운 역할로 또다시 울산시에 기여할 기회를 가져야 할 것이다. 세계의 대도시들은 크건 작건 도시의 젖줄로서 강을 끼고 성장해왔으며 그 가운데 상당수의 도시가 사회의 변화에 맞춰 그들이 가진 수자원인 강을 적절하게 잘 이용하고 있다. 앞서 예를 든 것처럼 영국의 경우와 스페인의 경우 이외에도 프랑스 파리 세느강가의 기차역이 오르세이 미술관으로 탈바꿈한 경우와, 독일과 오스트리아의 크고 작은 도시에서 이와 유사한 공간의 재탄생 등을 참조하여 울산의 경우에도 산업사회 이후의 정보화사회에 부응하는 문화적인 환경의 도시재생 작업을 체계적으로 모색해볼 필요가 있다. 

이런 의미에서 2015년까지 9차례의 행사를 치룬 태화강국제설치미술제가 울산시의 환경개선과 시민문화의식 향상,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부가기치를 높이는 산업으로까지 연결될 수 있다. 더 나아가 태화강국제설치미술제와 같은 문화행사는 중장기적으로는 울산시의 범죄율 증가 억제 효과와 관광자원화 효과 등으로까지 확산될 수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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