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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유를 통한 유연성의 공유

하계훈

섬유를 통한 유연성의 공유

하계훈(미술평론가)

세화미술관의 <유연한 공간 Flexible Space>전은 미술관의 모기업인 태광기업의 주요 산업인 ‘섬유’를 주제로 다룬다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 것이다. 전통적으로 시각예술의 대표적인 매체는 종이나 캔버스에 적용되는 물감과 붓, 또는 돌이나 철 등의 재료가 입체적으로 가공되는 것이었다는 점에서 이번 전시가 섬유라는 재료를 중심으로 매체의 가능성을 탐구하고자 하는 시도는 예술적 표현의 확장이라는 측면에서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으며 그 기획 의도와 발상에 있어서 독특하고 신선하다는 평가를 내릴 수 있을 것이다.
역사적으로 섬유가 미술의 영역에서 완전하게 배제되었던 것은 아니지만, 주로 그 쓰임새가 공예(craft)의 분야로 집중되어 왔고 재료의 성격상 보존성이 상대적으로 낮아서 미술사의 기록에서 섬유를 재료로 제작된 작품의 비중은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오늘날 우리가 섬유를 주재료로 제작된 작품을 목격할 수 있는 기회는 중세의 타피스트리와 이슬람 문화권의 양탄자, 그리고 왕실이나 일부 상류층들의 의식용 혹은 장례용 의복 등에서 제한적으로 찾아볼 수 있다. 현대미술에 들어와서 외국의 주목받는 작가들 가운데 루이스 부르주아(Louise Bourgeois)나 쉐일라 힉스(Sheila Hicks) 등 몇몇 작가들이 섬유를 주된 매체로 삼아 작품 제작을 해왔다. 하지만 미술계는 그러한 작품들의 해석에 있어서 장르의 구분 없이 중립적인 관점에서 작품을 바라보기보다는 재료에서 쉽게 연상되는 여성성이라는 프레임에 가두어 작품을 바라보거나, 아니면 소위 주류 미술과 병행하는 응용미술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이러한 작가들의 주류 미술계에의 진입을 소극적으로 추진한 측면이 없지 않았음을 지적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중세를 거쳐 근대와 현대로 전개되는 회화의 역사에서 종이를 제외하고 가장 널리 사용되어온 재료인 캔버스도 그 원료를 분석해보면 섬유를 바탕으로 직조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것이었다. 이렇게 만들어진 캔버스라는 화면의 경량화와 여기에 적용되는  안료와의 결합성, 그리고 작품 이동의 편의성으로 인해 미술품의 제작과 유통이 확대되어 서양의 미술이 크게 발전한 것을 생각한다면 직접적인 작품 표현의 재료가 아니더라도 섬유라는 재료가 미술사의 주류에서 배제되는 것은 합당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전통자수를 비롯하여 현대미술 작가들 가운데 이신자, 정경연과 같은 작가들이 섬유와 섬유제품을 주재료로 긴 시간동안 의미있는 활동을 해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도 섬유미술은 매체가 지닌 조형적 잠재력을 충분히 평가받지 못하고 공예의 한 부분으로 치부되어 주류미술사에서 제대로 평가를 받지 못해왔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전시를 통해  섬유라는 시각예술 매체가 가진 보다 폭넓은 가능성을 천착하는 작업은 전시의 내용을 떠나서라도 그 의미와 가치를 충분히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전시를 구성하는 5명의 작가인 강은혜, 노일훈, 박혜원, 정다운, 차승언은 섬유를 자신들의 작품을 위한 주요 재료로 다루는 작가들이다. 전시의 제목처럼 섬유라는 재료는 작품화를 위한 성형과 전개가 이루어지는 과정에 있어서 가변성과 유연성을 특징으로 한다. 그리고 회화나 조각 등 전통적인 장르의 작품들에 비하여 공간과의 관계에 있어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으며 비교적 부드럽게 공간에 개입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작품과 조우하는 관람객들의 낯선 감정이나 긴장감을 완화시켜주는 효과가 발생한다. 따라서 이번 전시의 기획자가 언급하고 있는 것처럼 전시기간 동안 관람객은 화이트 큐브(White Cube)의 경직된 공간 대신 유기적으로 변화하는 미술관 공간을 체험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우리가 섬유라고 통칭하는 재료들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그 안에서도 다양한 물성과 특징이 발견된다. 그리고 같은 재료의 섬유라 하더라도 작품에 적용되는 방법이나 그것이 내포하는 상징성에 따라 그 해석의 의미는 다르게 나타난다. 예를 들어 실을 양쪽 벽면에 반복적으로 연결하여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인식하던 공간에 운동성을 부여하고 공간 사이에 관계를 형성하는 매개로서 섬유의 역할을 부여하는 작품에서의 섬유, 광섬유와 탄소섬유를 활용하여 물리학적 원리를 적용하는 선적인 드로잉을 공간에 제시함으로써 하나의 오브제를 형성해내는 작품에서의 첨단적 성격의 섬유, 실로 감싼 집을 통해 인간의 근원인 장소로서의 모성을 가시화시키는 작품에서의 입체적 볼륨을 형성하는 도구로서의 섬유, 섬유와 패브릭을 공간의 지형이나 지물과 결합시킴으로써 공간 자체를 하나의 작품으로 엮어내는 공간 드로잉 작업에서의 섬유, 그리고 직조 등 전통 섬유기법을 현대적으로 해석하면서 회화적 가능성과 의미의 확장을 시도한 작품에서의 비교적 전통적인 성격을 담아내는 섬유 등 다양한 기능과 의미를 담아내고 있다.
이번 전시에 선보이는 작품들은 작품 재료로 동원되는 섬유의 종류나 기능, 그로부터 도출되는 시각적 의미 등에 있어서 섬유의 물성을 다채롭게 활용하여 흥미로운 방법으로 공간과 적극 소통하면서 다양한 이야기를 전개해 줌으로써 미술의 지평을 새롭게 확대시키는 기능을 하고 있다. 이러한 작품들이 서식하는 미술관 전시장이라는 공간에서 관람객은 정형화된 전시공간의 경직성을 넘어서서 보다 자유롭고 흥미롭게 공간을 주유(周遊)할 수 있으며, 그러한 경험을 통해 섬유의 물성에 대하여 자연스럽게 확장된 인식을 키울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럼으로써 보다 넓은 섬유 매체의 활용가능성을 확인하고 정형화된 타블로(tableaux)나 독립된 오브제에 국한되는 영식의 예술이 아닌 총체예술(Total Art)을 구현해주는 공간으로서의 미술관을 보다 의미있고 친숙하게 받아들일 것이다.
출품작들 대부분은 섬유라는 재료를 바탕으로 작품화해가는 과정에서 세화미술관 공간의 특성을 각자의 작품에 적극적으로 반영하도록 노력하고 있다. 그러한 노력의 결과로 작품들은 장소특정적인 작품들이 갖는 고유한 성격을 드러내주게 된다. 또한 5명의 작가가 전시공간을 적절하게 분할하여 사용하면서 공간과 공간 사이의 분절을 최소화하고 관람객들의 시각적, 공간적 경험을 연속된 흐름으로 이어주고 있다. 그럼으로써 전체 전시장이 하나의 유기적인 공간으로 연출되게 되고, 그 안에서 개별 작품의 작품성과 가치를 뛰어넘는 상호촉진적인 효과가 발생하고 있음을 현장에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전시장 입구를 들어서서 처음 마주치게 되는 박혜원의 작품의 경우는 입체의 볼륨을 규정짓는 재료로서 실이라는 재료를 사용해왔었다. 개인적으로 주변의 지인들의 죽음을 경험하면서 관계의 상실, 삶과 죽음이라는 다소 무거운 사유를 작품의 화두로 이끌어낸 작가는 끊어진 인연을 다시 잇는 상징적인 의미의 매개로서 붉은 실을 작품에 도입했었다. 작가는 붉은 실을 이용하여 그 실을 감거나 허공에 늘어뜨리고, 매듭짓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실들을 공간에 적용시킴으로써 형성되는 형태와 그 형태들의 종합을 포함하는 공간을 통해 조형성과 주제를 소화해왔었다. 
한국화를 전공한 박혜원은 한국화의 화면 속에 등장하는 집의 형태를 발췌하여 그것을 공간으로 이끌어냈다. 이렇게 공간에서 입체화된 조형으로서의 집은 작가의 창작의 바탕을 이루고 있으며 그 의미에 있어서도 명료한 설득 논리를 제공한다. 이러한 작품 창작의 프로세스가 이번 전시에서는 인간의 탄생과 소멸에 이르는 모든 지점에 ‘집’이라는 공간이 존재함을 말하고 있으며 각각의 집은 삶의 중요한 모멘텀을 상징한다. 이번 작품에서 작가는 붉은 실에서 흰색 실로 재료를 전환하여 삶의 순환을 관통하는 소재로서의 집과 그 집의 본성을 가장 잘 나타내줄 수 있는 소재로서의 흰색 실을 채택하고 있다. 간단한 구조의 집 모양에 실이 감긴 오브제 안에 광원을 배치한 박혜원의 작품에서는 생명과 순환, 그리고 그 순환 과정의 안정적인 진행을 보호해주는 기제(mechanism)로서의 집이라는 주제가 잘 표현되어 있다.
 
노일훈은 영국에서 건축을 공부한 후 건축가로 활동하다가 2010년부터 설치 작품을 통해 자신의 개인 창작을 이어오고 있다. 작가는 자연에서 발견하는 산의 능선과 같은 아름다운 조형성을 구현하기 위해 탄소섬유, 광섬유, 아라미드 등 첨단소재를 활용하여 독창적인 오브제를 제작한다. 이번 작품에서 노일훈이 사용하고 있는 이러한 재료들은 보다 확장된 의미에서의 섬유로 해석되며 부분적으로 일반적인 섬유의 속성을 공유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일반 섬유와 차별되는 재료로서의 특성을 강하게 드러내기도 한다. 무엇보다도 작가는 제작 과정에서 CNC, 3D 프린팅 등 최신의 프로그램을 사용하여 정성적이기보다는 과학적 원리나 수학적 수치에 의거한 제작방식을 채택하기도 한다. 하지만 노일훈의 작업 근간에는 섬유매체에 내재된 수공성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으며 첨단 소재와 기술을 사용하더라도 마지막에는 작가의 손이 작품을 마무리한다는 예술의 원칙을 준수하고 있는 듯하다. 
이번 전시에 선보이는 광섬유와 탄소섬유를 활용한 작품 파라볼라 시리즈는 포물선과 같은 곡선의 과학적 원리를 응용하여 조형작업을 하고 공간을 연출함으로써 산업과 예술의 융합에 의한 작품을 탄생시키고 있다. 작가는 일정 정도로 꺾으면 빛이 새어 나온다는 점을 활용하여 광섬유를 수공으로 꺾고 비즈를 꿰어 빛나는 자연스러운 포물선을 만들어 냄으로써 그러한 조형에 의해 작품 공간을 완성해낸다. 그리고 유사한 과정으로 탄소섬유 가닥을 꼬아 포물선을 만들고 이를 경화하여 광섬유 포물선에 대칭을 이루는 아치를 제작하기도 한다. 
이렇게 제작된 포물선과 아치의 조합은 섬유매체가 지닌 본연의 특성을 유지하면서도  과학 기술을 동반하는, 공간 속에서 산업과 예술의 융합에 의한 자연의 풍경을 탄생시킨다. 전시장에 설치된 작품에서 산의 실루엣을 연상시키는 겹쳐진 포물선 형태를 바닥에 설치하고 여기서 드러나는 곡선의 형태들이 허공에 널어놓듯이 설치한 U자형 곡선들에 의해 조응(調應)하는 형식은 조형성 측면에서도 조화와 균형, 대조 등의 요소들이 잘 나타난 작품으로 볼 수 있다.
  
강은혜는 기본적으로 직선을 공간에 적용하는 작업을 한다. 물리학적으로 모든 선은 직선이며 점과 점 사이를 잇는 최단거리의 이동 이력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관점을 유지하는 분석기하학(Analytic Geometry)과 달리 결합기하학(Incidence Geometry)에서는 선 그 자체를 점과 무관한 독립된 개체로 보기도 하지만, 강은혜의 작품에서는 기하학적 이론들과 관계없이 점과 선의 종합으로서 만들어지는 평면과 공간의 이미지들이 조형적으로 어떻게 기능하고 그 결과로서 어떠한 미학적 효과를 산출하는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작업의 성격상 작가는 전시 공간 현장에서 작품을 완성해 나아가며 공간 설치 작업에서는 선의 조형성과 함께 선이 갖는 운동성 등이 중요한 작업의 요소가 된다. 이것은 평면 회화에서 볼 수 있는 선 이외의 다양한 요소의 도입이 가능하지 않은 강은혜의 작업에 조형 언어의 제한성을 부과하게 될 수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정제된 요소들만으로 완성해가는 작품을 통해 구현하는 주제와 메시지가 보다 선명하게 드러나는 특징이 되기도 한다.
강은혜는 자신의 작품을 설치하는 과정을 ‘수행’에 비유한 적이 있다. 작품의 구상 과정이 창작이라면 설치 과정은 노동을 수반하는 반복적인 작업일 수 있으며, 이 과정에서 작가는 예술적 명제를 포함한 우리 삶의 전체를 사유하고 성찰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강은혜의 선을 통한 공간 설치 작업은 기본적으로 시각을 동원하면서 청각과 촉각 등의 감각으로 확장시키는 예술적이면서 철학적이고, 좀 더 나아가서 종교적인 차원에서의 사유와 명상을 가시화하는 차원 높은 작업으로 자리 잡을 수 있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작품에서 작가는 의도적으로 관람객들을 자신의 작품에 좀 더 적극적으로 개입하게 만듦으로써 작가가 추구하는 사유와 감각을 공유하고자 한다. 강은혜의 작품은 관람자가 작품 공간을 돌아다니면서 결정되는 시점으로부터 작품과 공간의 관계, 그 안에서 관람자의 좌표와 작품의 관계, 그러한 관계에서 창출되는 미학적, 심리학적 의미 등이 다양하게 만들어질 수 있다는 점이 특징 가운데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섬유예술을 전공한 차승언은 서양미술사에서 등장하는 추상 회화 작품을 섬유직조 기법으로 해석해보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작가는 실에 염색을 하거나 색실을 계산해 넣어 무늬를 만들면서 캔버스를 짜고 경우에 따라서는 그 위에 페인팅을 하는 방식으로 직물을 통한 추상회화로의 확장 가능성을 실험해왔다고 언술하고 있다. 작가는 기본적으로 직조라는 손노동을 수행하면서 부분적으로 직조된 화면을 의도적으로 부분 해체하거나 직조화면 밖으로 섬유의 일부분을 늘어뜨리는 방식으로 평면과 입체의 장르를 넘나들 수 있는 작품을 구사해오고 있다. 
직조 작업의 속성상 시간의 순서를 따라야 하고 작품 제작 이전에 면밀한 계획이 선행해야 하는 작품이지만 서승원은 씨실과 날실의 반복적 작업 속에서 부분적인 해체와 구축을 통해 작품의 확장성을 실험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이러한 작가의 직조 작업이 평면과 입체로 제시됨으로써 작가는 관람객들과 함께 회화의 본질을 사유해보는 기회를 갖고자 한다. 차승언의 작품에 대해서 일부의 해석은 매체의 속성상 여성성을 읽어내기도 하지만 오히려 작가의 관점은 이러한 차원을 초월하고 있는 듯하다. 
차승원의 작품에서 읽을 수 있는 특징은 이러한 젠더의 문제보다는 오히려 현대사회가 지향하는 디지털 프로세스와는 대조적으로 지극히 아날로그적인 작업 과정을 유지함으로써 작가의 정체성을 분명하게 부각시켜주는 작업의 특징에 맞추어져야 할 것이다. 종합적 큐비즘 시기에 피카소와 브라크가 다다른 막다른 골목을 탈출하는 방법으로서 콜라주 기법을 도입한 것처럼 차승원이 수행하는 직조작업의 한계를 넘어서는 방법으로서 해체와 채색이 도입되는 것은 섬유예술의 경계를 확장시키고, 더 나아가서 매체의  속성과 관계없이 회화 일반의 무대에서 동등하게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작품으로서 직조작업을 위치시키는 의미있는 시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서양화를 전공한 정다운은 물감이 아닌 패브릭(fabric)을 주재료로 공간드로잉 작업을 한다. 작가는 이러한 자신의 작업을 ‘패브릭 드로잉’으로 부르고 있다. 작가는 전통 회화의 틀을 깨고자 물감 대신 패브릭을, 캔버스 대신 공간을 무대로 삼았다고 한다. 이러한 작업 태도 역시 표현성의 확장을 지향하는 것이며 부분적으로 콜라주 작업과 공유되는 개념을 발견할 수도 있다. 다만 정다운의 경우에는 매체의 물성과 질감보다는 시각적 조형성을 보다 중시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이 차별성을 갖는다. 캔버스 프레임에 아마포(linen) 천을 씌워 물감을 바르기보다 이미 구성된 밝은 색조의 패턴과 이미지가 담긴 천을 여러 겹 당겨 프레임에 겹침으로써 새로운 형태의 회화가 탄생하고, 프레임을 피라미드 형태나 그 밖의 입체적인 형태로 구성하여 거기에 천을 적용함으로써 공간의 오브제가 탄생되는 정다운의 작업은 시각적 변주와 공간에 대한 새로운 인식, 그리고 섬유의 인장력이 주는 공간의 긴장감과 역동 등이 느껴지는 작품들이 특징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평범한 캔버스 프레임을 뛰어넘어 미술관 공간에 다양한 설치작품을 제시하였다. 작가는 창문을 활용하는 패브릭 레이어 설치, 패브릭으로 래핑한 정사면체, 그리고 뮤지엄 샵 공간에 설치된 작품 등을 출품하고 있는데 무엇보다도 미술관 전시공간에 세 개의 원형 기둥 구조를 설치하고 패브릭으로 팽팽하게 감싸는 작업이 시각적 자극과 인장력의 긴장감을 극대화시켜줌으로써 관람자들의 눈길을 끈다. 

이상에서 간략하게 살펴본 것처럼 이번에 <유연한 공간 Flexible Space>을 주제로 전시회를 갖는 5명의 작가들은 섬유라는 재료를 공유하여 작품을 제작하면서 창작에 대한 주제와 철학을 각자의 방법으로 작품에 담아내고 있다. 창작에 있어서 재료의 공유가 필연적으로 주제나 개념의 공유를 유발하지는 않겠지만 이번 전시에서 작가들은 이웃한 작가들의 작품에서 공통적으로 유연함(Flexible)을 공유하는 것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며 그것은 물성을 뛰어넘는 한 차원 높은 미학정신이라는 점에서 뜻을 같이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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