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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옥

하계훈

김종옥은 도시생활이 조성해놓은 현대적인 공간에 익숙한 세대의 작가다. 한국은 1960년대 후반부터 본격적으로 공업화를 추진하여 왔으므로 작가 자신의 10대와 20대의 수학기간에는 김종옥이 상당한 정도로 현대화와 도시화가 이루어진 공간 환경에서 생활하며 사고를 숙성시키고 조형적 수련을 심화시켜갔을 것으로 생각된다. 특히 김종옥은 고교 졸업 이후 우리나라보다 먼저 현대화를 이룬 미국의 대표적인 대도시 가운데 하나인 시카고로 건너가서 미술대학을 다녔던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곳은 우리나라보다 먼저 현대화를 성취하여 구한말 고종황제가 이곳에 신하들을 파견하여 조선을 알리고 현대 문물을 배우려 했을 정도로 우리나라보다 현대적인 생활 패턴이 사회 구성원들에게 일상화되어있던 곳이었다.
김종옥의 작품에서는 이러한 상황을 바탕으로 작가가 머문 환경 속에서 체득하고 관찰한 경험이 축적되어 자신의 감수성과 조형 논리를 거쳐 모종의 시각적 이미지로 드러난다. 작가는 부드러운 천에 이미지를 직조하여 그려내거나 염색하는 방법으로 자신이 경험한 공간의 기억을 펼치기도 하고, 최근에 와서는 자신이 경험한 도시의 이미지를 2차원적 평면에 표현하는 단계를 넘어서서 3차원적 공간에 입체적 작품으로 제시하고 여기에 조명이나 움직임 등의 추가적인 요소를 개입시켜서 종합적인 설치 작업으로 표현하는 형식으로까지 작품의 스펙트럼을 확장시키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만화경(Kaleidoscope)이라는 개념을 도입하고 있는데 화면의 중심을 기준으로 이미지가 복수로 회전하면서 자기 증식되는 형식으로 나타나는 만화경의 이미지를 연상시키는 작품이 전시장 한 곳을 점유하고 있다. 하나의 단위가 육면체로 구성되어 있는 이 작품에 담겨진 이미지들은 자세히 보면 이제까지 작가의 체류를 기록한 대도시의 고층건물의 이미지들로서 중심에서 점대칭을 이루며 자기 복제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육면체들은 이웃한 육면체와 면접합을 이루며 공간에서 세포증식 현상처럼 공간을 뻗어 나아가며 공간에 부유하는 듯 떠있고, 그 형상에 조명과 음향 등이 추가되어 전시장 공간은 종합적인 감각의 융합을 이루고 있다. 
사실 도시는 속도와 발전, 효율 등을 추구하는 공간으로서 예술적 감수성과 낭만적 정서를 지향하기에는 적절한 환경이 아니라고 볼 수도 있다. 근대 산업혁명 이후 대도시들이 탄생하게 되었으며 20세기에 이르러서는 소위 ‘국제양식’이라는 기능지향적인 건축 양식이 미국 동부에서 시작하여 전세계로 전파됨으로써 대도시는 곧 비인간적이고 차가움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공간으로 인식되어 왔다. 그러나 20세기에 돌입하면서 유럽이나 미국 등에서는 이러한 도시의 표정을 다양한 시각으로 화면에 담는 작가들이 점차 증가해왔다. 그들의 시각이 머무는 도시의 모습도 긍정과 부정의 양면적인 관점에 서정성과 기계주의적 현대성 등이 다양하게 교차하면서 풍부한 작품으로 드러나 왔다.
김종옥은 이러한 도시에서의 경험과 기억을 시각적으로 풀어냄에 있어서 섬유예술로부터 키네틱 아트와 장소특정적인 관람객 감응(Interactive) 작품에 이르기까지 장르 확장적 표현을 적극적으로 시도하고 있다. 작가의 말을 따르면 이러한 작업 과정은 “섬유의 물성과 기법이 뉴미디어 요소들과 융합하고, ...그러한 과정을 거쳐서 디지털과 순수미술의 결합을 통해 관객과 소통”하려는 의지를 드러내는 것이다. 
우리 미술계의 관례에 의해 섬유예술을 포함한 공예와 사진 등의 장르가 미술 분야에서 전적으로 흡수되지 않은 경향이 있어왔기는 하다. 하지만 앞으로 이러한 경향은 점차 종합적인 예술로서의 시각예술로 자리매김하는 것이 요구되며 실제로 오늘날 우리 미술계에서 이러한 추세가 진행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김종옥의 섬유예술을 바탕으로 하는 다양하고 확산적인 작품들은 예술성과 더불어 시대성을 적절하게 담아내고 있으며, 더 나아가 기존의 회화와 미디어 설치 작품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번에 출품된 작품들을 통해 작가는 미국에서 수학하고 돌아와 국내에서 활동해 온 10여 년 간의 활동 궤적 가운데 중요한 부분들을 펼쳐 보여주는 기회로 삼고 있다. 이번 전시를 통해 김종옥은 평면 섬유회화 작품에서부터 커튼처럼 공간을 점유하고 있는 작품 공간에 관람객들이 참여함으로써 작품과 관람객을 하나의 공간에 몰입하게 하는 상황, 그리고 레이저 컷으로 형성된 도시의 이미지가 공간에서 마치 자기증식하면서 부유하며 조명과 음향을 더해서 만화경처럼 환상적인 4차원의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설치 작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작품의 면모들을 보여주고 있는데, 공간의 제약으로 작가가 2011년 서울시립미술관의 신진작가지원프로그램에 소개한 대형 담장의 이미지가 제외된 것이 다소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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