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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미술관 관람객은 누구인가

하계훈

우리의 미술관 관람객은 누구인가
- 우리사회의 대중문화와 미술문화 향유의 방식

하계훈(미술평론가)

미술관을 설립, 운영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훌륭한 소장품과 유능한 전문인력, 그리고 이들이 소장품을 다룰 수 있는 충분한 공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러한 모든 것들도 관람객의 반응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즉, 아무리 공들인 전시라도 관람객의 호응이 없다면 반쪽의 성공에 불과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미술관의 관람객에 대한 연구는 그 중요성과 유의미성을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서양에서는 일찍부터 미술관 운영에 있어서 관람객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들에 대한 심리분석이나 행동분석이 이루어져 왔다. 영국의 경우 특히 1970년대 말을 전후로 정부에서 부담하던 미술관의 운영을 민영화하는 과정에서 미술관의 경영과 관련하여 관람객에 대한 연구가 이전보다 활발하게 이루어졌었다. 

“미술관 관람객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에는 미술관이 대중적으로 개방되기 이전과 그 이후의 시기로 구분하여 파악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대략 18세기 후반에서 19세기 초반으로 잡고 있는 미술관의 대중적인 개방시기에서, 그 이전 시기의 미술관(과 유사한 공간)은 개인적인 수집을 바탕으로 하여 제한적인 관람객들이 개인의 미술 컬렉션에 접근할 수 있는 폐쇄적인 성격의 공간이었다. 이 시기에 대표적인 전시 공간은 유명 인사가 운영하는 쿤스트캄머(Kunstkammer)나 살롱에서의 전시라고 할 수 있는데 일부 유명 살롱에서는 음악, 미술, 문학 등 다양한 장르에 대한 사교적 모임이 정기적으로 이루어졌다. 이러한 모임은 주로 상류층을 중심으로 이루어졌으며 일반 서민들에게는 미술품의 감상 기회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파리에서 매년 개최되는 살롱전과 19세기 중반부터 개관한 백화점의 전시 공간 등은 살롱 미술품에 접근할 수 없는 관람객들까지 접근하면서 더욱 붐비게 되었다. 

1793년 프랑스 혁명의 결과로 대중에게 개방된 루브르미술관을 비롯하여 이 무렵 전후로 개관한 바티칸미술관, 대영/영국박물관, 우피치미술관 등 초기의 미술관들은 정치 사회적 변화에 따라 대중적인 개방정책을 채택하였으나 이 시기의 일반 관람객들은 미술관으로부터 그다지 환영받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그들은 미술관의 운영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으며 오히려 무례하고 관람에 방해가 되는 존재들로 인식되어 미술관 측에서는 교묘하게 그들의 입장을 제한하려고 하기도 했다. 니콜라스 세로타에 의하면 일반 관람객들이 미술관의 학예직원들로부터 작품에 대한 해석과 설명을 제공받게 시작하는 시기는 19세기 중반 이후라고 한다. 그 후 20세기에 들어 미술관의 숫자가 늘어나게 되자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지원 능력이 점차 한계에 부딪치면서 관람객들은 재정지원 주체로부터 지원의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중요한 요소가 되었고 미술관들도 이 점을 보다 진지하게 인식하게 되었다.  

공공성을 띠는 일정 규모 이상의 미술관에서 관람객의 역할이 중요해지게 되는 계기는 이처럼 미술관 운영에 있어서 재정적인 압박이 증가하면서부터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최근에 와서 관람객에 대한 연구가 홍보 마케팅 분야에서 주로 이루어지고, 상대적으로 학예부서의 전시나 교육 분야와 연계하여 연구가 이루어지는 경우가 적다는 반성과 관람객 연구의 결과로 대중성과 전문성이 충돌하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점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2010년 한국문화관광정책연구원에서 실시한 <국립박물·미술 무료관람정책 개선방안 연구>에 따르면 2009년에는 예외적으로 과천 본관 뿐 아니라 덕수궁 분관의 폭발적인 관람객 증가로 2008년 10월부터 2009년 3월까지 여름방학 기간의 관람객 수에 육박할 정도의 관람객 수의 상승을 보였다고 보고되고 있는데, 그 이유로는 무료관람 정책과 함께 기획전시의 우수성을 꼽고 있다. 이러한 관람객의 변화는 일반적으로 예측할 수 있는 관람객 증가 유도방식 이외에도 전시기획의 내용이 관람객에게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음을 시사한다고 볼 수 있다.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대략 1970년대까지 미술관에서 바라보는 관람객은 미술관의 전시와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무언가를 ‘배워야하는’ 대상으로 파악되었다. 따라서 보다 효율적으로 교육하여 미술관 측이 전달하는 전시의 내용을 학습하도록 하는 방법으로서 관람객을 연구하였고, 관람객들도 미술관이 제공하는 전시를 학습의 대상으로 이해하는 편이었다. 그러나 현재로 가까이 올수록 미술관을 방문하는 관람객은 무언가를 배우기보다는 여가와 휴식, 그리고 미학적 체험을 위하여 그곳을 방문하고 있으며, 진지한 연구자이기보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전시 작품들을 구경하러 오는 무심한 방문객(casual visitor)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현재 국립현대미술관을 중심으로 대부분의 대형 미술관 관람객의 성격이 양분되는 것을 볼 수 있다. 학생 단체 입장 관람객의 경우에는 아직까지도 학습을 위주로 한 관람 형태를 보여주고 있다. 이에 비하여 일반 관람객들은 대부분의 경우 학습 의무감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관람행동을 보이고 있다. 

미술관의 관람객은 미취학 아동에서부터 청소년, 일반인, 전문가, 은퇴자, 그리고 외국인 등 다양하게 구성된다. 국립현대미술관과 같은 정도의 규모를 가진 미술관은 이러한 관람객들과 종합적으로 소통하여야 하며, 현대사회에서 관광산업이 발달함에 따라서 점증하는 관광객들 역시 중요한 관람객의 구성원으로 포함시켜 관람객 연구와 정책 수립에 참고로 할 필요가 있다. 

관람객에 대한 연구는 미술관의 지속 가능성과도 연결되며 그들로부터의 반응은 이전 어느 때보다도 중요해져서 중앙정부나 지방정부, 또는 미술관과 관련된 재단 이사회 등의 정책 결정과 재정 지원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관람객에 대한 연구는 미술관의 전시나 교육 활동과 마찬가지로 중요한 미술관 업무의 하나로 받아들이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며, 무엇보다도 미술관의 관람객이라는 집단을 고정된 하나의 대상으로 바라보지 말고 꾸준히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와 같은 주체로 파악함으로써 그들이 우리 사회 환경과 문화 생태계의 변화에 따라 어떻게 반응하는지에 대한 지속적인 관찰과 그 결과에 대한 신속한 대응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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