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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비엔날레의 장소 및 공간의 문제

하계훈


평창비엔날레의 장소 및 공간의 문제

하계훈(미술평론가)

강원도 지역을 대표하는 무게감 있는 미술행사로서 2015평창비엔날레가 마무리되었다. 강원도의 지역적인 특성상 춘천, 원주, 강릉 등의 도시가 저마다 강원도 문화의 중심을 자임하며 각자 비엔날레의 개최 장소로서 최적성을 주장할 수 있는 상황에서, 2018년에 개최되는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평창이 가세하면서 비엔날레의 개최지와 명칭에 관하여 고려해야 할 변수가 더욱 다양화되었던 것 같다.
주최측에서는 평창동계올림픽이 갖는 의미를 최대한 살리기 위하여 예술과 스포츠의 조합이라는 특성을 부각시킬 수 있도록 춘천시의 봄내체육관 일부를 사용하는 안을 고려하였으나 지역 체육동호회의 반발로 성사되지 못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 결과 결국 평창 알펜시아로 최종 장소를 확정하였다. 

여름과 겨울의 방학기간을 중심으로 활기를 띠는 리조트 공간에서 비엔날레를 개최하는 사례는 국내는 물론이고 국제적으로도 그리 흔한 경우는 아니다. 비엔날레와는 성격이 다르지만 국제적 명성을 누리고 있는 미술시장 행사의 하나인 아트바젤의 경우에는 겨울철에 따뜻한 기후를 따라 부유한 컬렉터들이 미국 동남부의 마이매미 지역으로 집결하는 현상을 이용하여 12월에 그 지역에서 아트바젤마이애미라는 미술시장 행사를 벌이기도 한다. 따라서 알펜시아를 행사장으로 정한 2015평창비엔날레의 경우에는 묵시적으로 이 공간을 이용하는 사람들을 주요 관람객으로 상정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알펜시아라는 장소는 일반인들의 접근이 쉽지 않은 위치에 자리하고 있다. 따라서 2015평창비엔날레 행사의 주 관람객은 현실적으로 알펜시아 시설 이용자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2015평창비엔날레는 강원도 도민의 폭넓은 참여와 관심을 이끌어내는 데에는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을 것이고, 주최측에서도 이 점을 고려하여 일부 행사를 지역순회 형식으로 돌아가며 도민들의 접근이 용이한 장소에서 순차적으로 개최하는 대안적인 방법을 도입한 것으로 알고 있다. 

다수의 비엔날레 행사가 고유의 공간을 확보한 상태에서 주제를 선정하여 2년마다 행사를 치르는 형식인데 비하면 2015평창비엔날레는 새로운 형식의 비엔날레라고 할 수 있다. 이와 비슷하게 유럽의 몇몇 비엔날레와 비엔날레 성격의 행사가 도시를 옮겨가며 개최되는 사례가 있는데 2015평창비엔날레가 가까운 장래에 행사를 위한 전용공간을 확보할 수 없거나 전용공간을 확보하는 것이 경제성이나 활용성 면에서 적합하지 않다는 판단이 선다면 이러한 유럽행사의 모델을 참고할 필요도 있다. 

다만 이 경우 매번 공간을 새롭게 조성해야 하므로 파티션과 조명, 보안장치 등 설치비용 등이 과다하게 소요될 수 있다는 단점을 어떻게 타개하는가가 당면한 과제가 될 것이다. 이번 2015평창비엔날레를 지휘한 총감독은 다음 행사가 열리는 2017년에는 동계 시즌이 아니라면 용평돔 실내링크를 주행사 장소로 활용하는 문제를 검토하였다. 그런데 이 장소 역시 강원도민 일반의 접근이 용이하다고 할 수 없는 장소라 생각되며, 그런 의미에서 장소선정에 있어서 강원도민을 중심으로 하는 일반 관람객의 접근성을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만약에 장소 선정에 어려움이 있다면 공원 등의 개활지에 임시 공간을 가설하여 행사를 치르는 것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이러한 사례로서 참고할 만한 기존의 행사는 2003년부터 영국 런던의 리젠트파크에서 며칠동안 대형 텐트 형식의 전시장을 조성하여 행사를 치르는 프리즈아트페어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이 경우에도 2015평창비엔날레에서 적용했던 순회전 형식의 행사도 여건이 허락하는 범위 안에서 본행사와 병행하는 방법을 긍정적으로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다.

이번 행사에서는 비엔날레 본행사 이외에 강원지역 작가들의 장터인 GIAX페어를 용평리조트에서 개최하였다. 강원도내 양대 미술기구인 미협과 민미협의 화합을 위해 두 기구가 공동으로 주관하는 프로그램으로 알려진 GIAX페어를 구매력이나 접근성이 좋을 것으로 예상되는 알펜시아를 장소로 쓰고 싶었으나 여의치 않아 용평리조트 타워콘도 회랑을 이용한 것은 아쉽지만 미술장터의 타겟 관람객을 겨냥하는 방법은 적절하였다고 생각된다. 향후에도 원래의 계획이 실현되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이와 함께 미술시장의 대중화라는 차원에서 일반 관람객의 접근성이 용이한 장소에서도 부담 없는 구매가 일어날 수 있는 행사를 기획하는 것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장소의 문제와 함께 고려해야 하는 것은 공간의 구성일 것이다. 공간은 작품의 성격과 연동하여 결정되어야 하며 이런 의미에서 앞으로 평창비엔날레는 평면이나 입체 뿐 아니라 영상과 설치 등 다양한 미술형식을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는 것도 앞으로의 과제 목록에 올려야 할 일이다. 한편으로 GIAX페어의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고급 소비 성향의 컬렉터들의 구매의욕을 자극할 수 있는 공간의 구성을 고민하여야 할 것이다. 물론 이러한 공간의 문제는 단순히 공간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인력과 작품의 내용 등 여러 가지 요소가 함께 상호 상승작용을 일으킬 수 있도록 총체적인 기획이 이루어져야 하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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