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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무 /

하계훈




이종무

하계훈 | 미술평론가


우리 화단에서 서양화의 첫 세대라고 할 수 있는 이종무의 화력은 우리 현대미술의 전개에 있어서 대부분의 선도적인 작가들이 밟아온 전형적인 궤적을 그리고 있다. 작가는 일제 강점기에 태어나서 청년시절에 선배 화가의 지도를 거치고, 좀 더 넓은 미술의 세계로 진출하는 방법으로서 일본 유학을 다녀온 뒤에 미술대학에서 후학을 지도하며 작가활동을 하였다.
화가들이 왕성한 창작력을 발휘하게 되는 청년기에 6.25 전쟁으로 폐허가 된 이종무의 조국은 미술 문화를 심고 키워 나아가기에는 너무나 척박한 토양이었다. 미술 시장이 제대로 가동되지 못하는 이러한 사회에서 대부분의 작가들이 자연스럽게 선택하게 되는 길은 미술협회와 예술원 등과 같은 단체에 소속되거나 미술대전과 같은 관제 행사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미술계를 이끌어 왔던 이종무도 미술대학에서 강사와 교수로 후학을 지도하고 한국미술협회, 대한민국 예술원 등의 단체에서 회원과 심사위원으로 활동하면서 화가로서의 창작활동을 해왔다.
작가의 기질과 성격에 따라 다를 수는 있지만 이러한 이력을 가진 작가에게서 시대의 첨예한 문제나 사회에 대한 비판적 참여와 혁신적 행보를 찾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오히려 아카데미즘과 순수한 미학적 주제, 그리고 재료의 물성에 대한 탐닉이 작품 창작에 있어서 주요 관심사일 가능성이 높으며, 예술적 지향성과 진화도 이러한 방향으로 전개되는 것이 자연스럽고 당연하였다고 할 수 있다. 

이종무 작가의 세대에는 서양화의 역사가 짧았기 때문에 국내의 선배 작가들에게서 작가로서의 길을 안내받고 예술적 기량을 훈련받을 기회가 적었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작가가 자신들의 작업에 대한 참조를 일본을 통해 들어온 서양미술이나 서양미술사에 등장하는 외국의 작가에 대한 단편적인 정보에 의존하기도 하였다. 비록 원작을 대할 기회는 많지 않았지만 그 나름대로의 영감의 원천으로서 외국 작가들의 작품들이 일정한 역할을 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종무의 경우에도 작가는 자신이 일본화가 와타나베 고베와 서양화가 세잔, 브라크 등의 영향을 받았음을 이야기하고 있다. 실제로 이번 전시에 출품된 작품들 안에서 세잔의 색채 연구와 고갱의 상징주의적 표현 등이 풍경 속의 산이나 하늘의 구름 표현 등에서 감지되기도 한다. 청년 화가 이종무가 활동하던 시기가 일본의 식민 통치 기간이었고 2차 대전 기간을 포함하였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미술 생태계가 정상적인 창작환경을 제공해주었다고 말할 수 없었던 점을 감안할 때, 어쩌면 이종무의 작업 방향 선택은 불가피할 수도 있었다.  

한 때 추상적이 작업을 시도하기도 하였지만 작가가 스스로 언술하고 있는 것처럼 이종무는 색채에 대한 감각과 친숙한 모티브를 통해 드러나는 분위기를 구상적으로 화폭에 담아내는 것을 자신의 작가로서의 사명으로 여기며 창작활동을 해왔다. 이번에 출품된 작품들은 이러한 화업을 보여준 화가 이종무의 후기 활동기라고 할 수 있는 1980년대의 산을 그린 풍경화를 중심으로 구성되었다. 산 풍경들은 스스로의 작품을 재현적 사실주의라기보다는 구상적 표현 안에서 대상의 사계절의 환경을 담은 모습과 각각의 산들이 서로 다른 시간대의 빛을 품은 모습에서 전해주는 자연스러운 시적 분위기를 부드럽게 표현하는, 순수한 색채의 감각에 주안점을 두고 작업해왔음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의 곳곳을 답사하면서 마주한 산들의 다양한 모습을 화면 안에 ‘일정한 질서에 따라 배열한 색채로 뒤덮인 평면'으로 치환하여 작품화한 작가는 색채의 깊이에 대한 몰입과 산이 지니고 있는 무한한 신비와 아름다움을 추구하면서 풍부한 창조적 에너지를 감지하였다. 이러한 작품들은 보는 이가 작품으로부터 정서적으로 특별한 감정을 체험하도록 도와주는 색채의 역할을 담아내며,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한 단계 다듬은 색면으로서의 화면에 전개되는 시각적 치유와 정신적 고양의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미술이 사회적으로 기여하는 하나의 효용성을 증명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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