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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예술의 현재와 미래

하계훈

1939년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자 유럽의 유태인들 가운데 자본가들 뿐 아니라 지식인과 예술인들은 나치의 압박을 피해 서쪽으로 옮겨갔다. 어떤 이들은 잠시 혼란스런 현실을 피해있으면 다시 고향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믿고 서유럽에서 조용히 피신해있었지만, 다른 이들은 아예 대서양 바다를 건너 미국으로 피신하였다. 바다를 건너지 않은 사람들 가운데에는 나치에게 붙잡혀 목숨을 잃은 사람들도 많았는데 암스테르담에서 숨어 지내던 안네 프랑크의 가족들은 나치에게 적발되어 희생된 대표적인 사례다. 하지만 세계적인 물리학자 아인슈타인과 작곡가 스트라빈스키와 같은 사람들은 미국으로 건너가 목숨을 건졌을 뿐 아니라 자신의 전문 분야에서 지속적으로 활동하며 의미 있는 업적을 남길 수 있었다.

2차 대전 이후 외부 유입에 힘입어 예술의 중심지는 미국으로 바뀌었고, 그 주도권은 포스트모더니즘 담론이 본격화되고 뉴욕의 금융시장이 흔들리기 시작하였던 1990년대까지 유지되었다. 미국의 미술시장이 흔들리고 세기말 예술적 담론의 명쾌한 방향과 해석이 불분명하던 시기에 때마침 정권교체를 이룬 영국의 노동당 정부는 예술을 포함한 사회 전반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는 시도를 감행하였고, 적어도 미술 분야에서는 그 전략이 주효하여 한 때 미술의 중심이 뉴욕에서 다시 런던으로 이동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예측을 하는 이들도 있었다. 그러나 미국의 잠재력은 여전히 세계 미술계를 리드하였으며 영국은 금융시장의 뒷받침과 젊은 영국 예술가들의 약진에 힘입어 2인자의 위치를 굳게 지킬 수 있었다.

문제는 넘버 쓰리인데, 이제까지 미술계에서 세계 3위는 프랑스가 지켜왔었다. 그러나 2008 베이징 올림픽을 전후하여 몇 해 전부터 불어온 중국현대미술의 강풍으로 세계 미술시장의 판도는 미국, 영국에 이어 중국을 3위에 올려놓았다. 최근까지만 해도 중국미술의 위세는 가히 위압적이었다. 이에 따라 영국과 프랑스는 기세등등하게 밀려오는 중국을 의식하며 현대미술에서 자국의 위치를 굳히거나 잃어버린 위치를 탈환하기 위하여 각종 문화진흥 정책을 내놓았고 상당 부분의 정책이 주효하여 시장과 예술계에 그 효과가 반영되고 있는 상황이며 이에 반하여 중국의 급작스런 상승은 가파른 하락으로 반전되고 있는 상황이다.

잠시 10 여년 전의 미술계로 돌아가 보면, 1995년 우리나라에서 광주비엔날레가 시작되었을 무렵 세계 각국은 미국 중심의 미술계 판도가 중앙집권에서 지방분권으로 해체되는 듯한 상황을 경험하였다. 전세계적으로 100개가 넘는 비엔날레가 이제까지 미술의 주변부로 인식되었던 남아프리카 공화국, 터키, 동유럽, 아시아 등에서 개최되었으며 이러한 맥락의 흐름 속에서 광주비엔날레도 개최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정책적 후원과 자국의 경제력이 뒷받침해주지 않는 문화 현장의 체력은 허약할 수밖에 없었으며, 따라서 지금은 많은 수의 비엔날레 행사들이 정리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제 미술계의 힘의 판도는 비엔날레와 같은 이벤트성 행사의 성공에 달려있는 것이 아니라 철저하게 미술시장의 성과에 의존하고 있다. 비영리적 운영을 지향하던 공공미술 공간에서도 자본의 공략이 눈에 띈다. 이제 미술관에서 유명 디자이너나 유명 상품 회사가 자신들의 제품을 전시하여 거기에 예술적 아우라를 발생시키고, 그 대가로 미술관에 거액의 기부금을 지불하는 방식의 거래는 흔하게 발견할 수 있게 되었다.

20세기 전반부터 지금까지의 현대의 미술의 전개 양상은 이렇게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 현대미술의 나아갈 방향은 이러한 역사를 바탕으로 예측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현대미술이 나아갈 방향은 국가별로 예술가들을 양성하는 교육제도, 예술가들을 수용하는 미술시장과 공공 미술 공간의 환경 변화, 정부의 예술 정책의 향방, 그리고 좀 더 큰 틀에서의 세계적 정세 변화와 경제, 환경, 문화 등의 변화와 개별 국가간의 교류의 성격과 빈도 등을 예측해보면 그 방향을 어느 정도 예측하는 것이 가능할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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