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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w & Here

하계훈

과학의 발달과 도시의 성장이 처음에는 미래에 대한 희망과 인간 환경의 질적 향상을 가져다주는 듯했지만 지나친 도시집중은 결과적으로 환경파괴, 계층간의 격차심화와 우범지역 확대, 대중 속의 인간소외 등의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하였다. 우리는 뒤늦게 이러한 폐단을 치유하느라고 엄청난 값을 치러가고 있다. 이러한 존재의 위협 속에 살아가고 있는 우리는 예술가들에게 우리들의 삶에 대한 치유를 맡겨 보아도 나쁘지 않을 듯하다. ● 예술의 자기정화와 자기계몽 효과는 이미 오래 전부터 입증되어왔다. 영국 왕립예술원의 초대 원장을 지낸 화가 조슈아 레이놀즈 경은 예술을 통해 인간성을 호색(sensuality)에 대한 탐닉으로부터 이성적인 인격체로 변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했으며 이것은 결과적으로 사회의 안정성을 높이는데 기여한다고 보았다. 미학자 존 러스킨도 한 나라의 도덕성의 척도를 미술에서 구하였으며, 이와 비슷하게 공예가 윌리엄 모리스도 예술과 생활의 긴밀한 결합을 통해 우리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고 보았다. ● 한편 마티스는 자신의 그림이 보는 이들에게 마치 안락의자와 같은 역할을 하기를 바랐다. 육체의 피로를 씻어주며 동시에 정신의 휴식을 제공해주는 안락의자는 그 이름만으로도 충분히 우리에게 편안함과 위안을 준다. 예술작품의 사회적 효용은 이러한 편안한 안락의자와 같으면서 동시에 현명한 스승처럼 우리의 지혜를 개발해주고, 놀이공원에 동반한 친구처럼 우리를 즐겁게 해주는 것이다.

『Now & Here』전은 우리 주변에서 쉽고 친근하게 다가와 때로는 안락의자에 앉아 우리를 기다리는 친구처럼, 또 때로는 삶의 지혜를 일깨워주는 인자한 스승처럼 만날 수 있는 미술작품의 전시를 지향한다.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기계의 부속처럼 반복적으로 돌아가며 매일매일 감당해내야 하는 일상의 무거운 짐과, 이로 인해 발생하는 스트레스의 거대한 파도를 피해 잠시 전시장을 거닐며 만나는 반가운 작품들 속에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작품 안에 투영된 자신의 희망, 고민과 불안을 공감해 가는 가운데 어느새 작품과의 대화를 통해 자신의 문제의 해답까지 발견하게 되는 과정이 이번 전시의 목적이라고 볼 수 있다. ● 이번 전시에서 아홉 명의 젊은 작가들은 평면뿐 아니라 영상, 설치 등의 다양한 작품들을 통해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 이 곳에서 우리가 느끼는 것, 바라는 것, 두려워하는 것을 자신들의 조형언어로 풀어내며 관람자들과의 소통을 유도한다. 그들의 작품은 인간 신체의 직접적인 도입을 통해 표현되기도 하고 인간의 존재와 행위의 암시를 통해 제시되기도 하며, 전달 방법에 있어서 풍자적이기도 하고 은유적이거나 명상적이기도 하다. 그 방법이 어떻든 간에 전달되는 메시지의 보편성에 의해 우리는 작품(또는 작가의 메시지)과 관람자(혹은 보편적 경험의 소유자로서의 우리 자신) 사이의 어색한 거리감을 떨쳐버릴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

『Now & Here』전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무용치료라는 퍼포먼스 형식과의 접목을 시도한다. 신체의 능동적인 운동을 통하여 심리상태를 표출하고 억눌린 내면의 갈등을 외부로 발산시킴으로써 본격적인 정신치유에서부터 일상의 스트레스 해소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는 무용치료 방식을 도입한 것은 무용과 미술이라는 서로 다른 장르의 상호작용에 의해 긍정적 상승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 도시의 삶에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스트레스를 떨쳐버리기 위하여 미술과 무용이 손을 잡고 나섰다. 비록 서로 장르는 다르지만 예술체험을 통한 자아발견과 자아치유, 그리고 나아가 존재간의 상호소통이라는 목적에 있어서는 동일한 지향점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장르간의 상호협동을 통한 새로운 시도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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