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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진흥기금 지원방식 및 지원판도 변화 어떻게 볼 것인가

하계훈

문예진흥기금은 우리사회의 여러 활동 분야 가운데 문화예술 분야의 자생적 추동력이 모자라는 현상을 보완해주고 우수한 활동을 장려해주기 위하여 국고적 성격의 기금이 문화예술의 각 장르에 지원되는 재원이다. 올해의 경우 시각예술분야에서는 ‘시각예술창작 및 전시공간지원 사업’이라는 사업명으로 약 9억 원의 지원금이 31개의 대안공간과 사립미술관에 지원되기로 결정되었다. 이번에 시행된 사업은 기존의 대안공간에 대한 지원 사업이 올해부터 새롭게 시작되는 전국의 사립미술관에 대한 지원사업과 합쳐지면서 지원금의 규모가 증가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제까지 16개의 대안공간에 5억 원 정도의 예산이 지원되던 것이 사립미술관을 포함하여 대안공간 18개, 사립미술관이 13개, 도합 31개 기관에 9억 원의 예산 지원이 이루어질 예정이니 산술적으로 보면 사립미술관에 대한 지원이 약 4억 원 정도 새로 생긴 셈이다.

10 여개의 대안 공간에 대한 지원은 지난 수년간 관성적으로 진행되었던 사업이라고 볼 수 있는데, 이번에는 새로운 공간이 추가되고 기금지원을 신청해 온 기존의 대안공간 중에서 탈락한 공간이 처음 나오기도 하였다. 이러한 결과를 놓고 10여년의 시간이 흐르면서 대안공간의 대안성이 흐려지는 것을 반영하는 결과라는 반성과 이제 대안공간의 정체성을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는 비판적인 의견도 나오고 있으나, 새로 출발하는 대안적 성격의 공간들의 의욕적인 활동을 격려하여야 한다는 의견과 기존의 대부분의 대안공간들이 지금까지도 각 지역의 거점 도시들을 중심으로 의미 있는 활동을 전개하여 예술적 활동과 더불어 지역의 문화적 지형을 균형 잡고 있다는 의견이 우세하였다.

실제로 초기의 대안공간이 가지고 있던 참신성과 기존의 미술 공간과 차별되는 활동이 시간이 지나면서 그 성격이 흐려지고 일부 공간은 대안공간이라는 성격과 맞지 않게 주류공간보다 더 과시적으로 공간을 확보하고 공격적으로 전시나 국내외의 교류 활동을 펼치고 있어서 일부에서는 이러한 공간들의 대안성이 이미 사라졌고 이제는 이러한 공간에 대한 성격 규정과 지원의 필요성에 대해 다시 검토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대안공간에 대한 지원과 함께 이번에 새롭게 시작되는 사립미술관에 대한 지원은 양면적으로 바라볼 수 있을 것 같다. 우선 ‘시각예술창작 및 전시공간지원 사업’이라는 사업의 목적에 맞게 기금을 신청하였는지, 그리고 사립미술관에 대한 지원이 기존의 한국박물관협회의 화원기관으로서의 사립미술관들에 대한 지원 혜택과 결과적으로 중복되는 것은 아닌지, 그리고 그 사업의 내용이 정말로 국민의 세금에 가까운 문예진흥기금을 추가로 사용하여야 할 정도로 예술성이나 공익성이 충분히 설명될 수 있는지 등을 고려해봐야 한다는 신중한 회의론과 수도권 이외의 대부분의 지원 대상 사립미술관들이 지역에서 시각예술에 관한 풀뿌리 문화를 지탱하는 건강한 문화생태의 버팀목 역할을 해왔고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그러한 기능을 할 가능성을 가진 공간이 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시각이 교차되고 있었다.

문예진흥기금은 이번 지원사업 이외에도 해외 창작스튜디오에 참가하는 작가를 지원하거나 각 지역의 문화재단 등을 통하여 개별 작가의 창작 활동에 대해서도 지원이 되고 있다. 이러한 기금의 시각예술 분야 지원을 복권기금이나 정부의 다른 부처 지원사업과 연계하여 전체적으로 고려해 볼 때 시각예술창작 및 전시공간지원에 대한 문화예술위원회의 지원 사업은 외국의 사례와 비교하거나 문화예술 이외의 다른 분야의 사업과 비교하여 볼 때 양적인 면에 있어서 결코 적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이제는 지원에 대한 효율성과 예술성, 그리고 피지원 기관들의 자립적 능력과 자발적 의지를 점검해야 하는 단계에 이르렀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대안공간의 경우에는 10년간의 지원이 실시되었고 사립미술관의 경우에도 5년 정도 복권기금을 통한 한국박물관협회의 지원과 인건비에 대한 지원이 상당한 정도로 이루어져 왔다. 그런데 이러한 지원의 결과와 효과에 대한 평가는 다분히 형식적이고 감사 지적사항을 모면하거나 지원심사 과정의 잡음을 피하면 그걸로 만족하는 수준에서 머물렀던 것 같으며, 보다 첨예하게 우리 문화예술의 공익성과 효율성, 그리고 국제적인 경쟁력 함양 등에 대한 냉정한 평가를 내리는 노력은 미진하였던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가운데 일부의 불미스런 사건을 포함하여 공공기금지원의 부정적인 면들이 수면 아래서 암세포처럼 점점 자라나고 있었던 것도 염려되는 점이다.

작가 개인과 기관들이 지원을 신청한 내용을 보면 개인의 전시나 기관의 주제 전시, 그리고 전시와 관련된 행사나 교육 프로그램에 소요되는 예산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무엇보다도 눈에 띠는 것은 이러한 사업이 학문적 연구의 깊이나 예술적 고민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의심의 눈초리로 보면 사업의지에 대한 진정성보다는 기금을 타내기 위하여 신청조건에 맞춰 신청서를 작성한 듯한 인상을 준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업이 지난 수년간 계속되었지만 그로부터 축적되는 의미 있는 결과나 업적은 부족한 편이다. 특히 매 사업마다 거의 빠짐없이 팸플릿이나 도록을 제작하는 비용을 요청하고 있는데 외국의 경우에는 웬만한 전시에는 우리나라처럼 일일이 도록을 제작하지 않는다. 심지어 아마추어 동호회 수준의 단체 행사에서도 지원요청 예산의 상당 부분이 도록 제작으로 구성되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금까지 지원된 문예진흥기금 예산에서 도록제작 예산을 단순히 엽서나 접지 정도의 제작 예산으로 바꾸기만 하여도 진흥 기금의 활용도와 효율성이 크게 증가하게 될 것이다.

기금신청에 대한 심사를 할 때마다 매번 논의가 반복되는 것처럼 이제는 널리 나눠주기 식의 지원을 지양하고 사업의 가능성과 우수성을 엄정하게 선별하여 선택과 집중의 원칙 아래 지원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며 지원을 신청하는 기관들이 협의체나 협회를 결성하여 평가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거론하며 운명을 함께하는 식으로 기금지원과 관련하여 소집단 이기주의를 발휘한다면 이에 대해서도 엄중하게 대처할 수 있는 전문 심사자들의 역할이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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