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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의 신체

하계훈

예술가가 스스로를 작품에 투영하는 오래된 대표적인 사례는 자화상이었다. 역사상 수많은 자화상이 그려졌고 그 작품들에 대하여 형식과 주제를 논하는 연구가 이어져 왔다. 그러나 이러한 자화상은 작가의 자의식을 강하게 드러내는 일부의 작품을 제외하고는 화면 속의 작가의 모습을 다른 모델로 대체할 수 있는 단순한 외형적 탐구이며 형식적 실험인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20세기에 들어서면 작가는 이전과 달리 좀 더 적극적이며 다양한 방법으로 자신의 작품에 개입하는 경우가 증가하게 된다.

현대미술에서 작가는 자신의 몸을 이용하여 작품을 만들기도 한다. 인간의 신체는 자신과 타인을 이어주는 소통의 매개체로서 다양한 메시지를 담아낸다. 그것은 성과 인종, 권력과 신분 등의 개인적, 사회적 이슈가 생산되는 발원지이기도 하다. 따라서 관객과의 소통을 목표하는 예술가들에게 자신들의 몸은 훌륭한 커뮤니케이션의 도구가 될 수 있다.

이번에 스페이스 c 미술관에서 개최한 <예술가의 신체Artists Body>전은 이처럼 작가가 자신의 신체를 매개로 작품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국내외 작가 16명의 영상, 사진, 오브제 등의 작품 30여점으로 마련한 기획전시였다. 국내뿐 아니라 국외로부터의 작가 섭외라는 현실적인 어려움과 제한된 준비기간 때문에 스스로의 신체를 이용하여 작품에 개입하는 대표적인 작가들을 총망라하였다고 볼 수는 없을지 모르겠지만, 이번 전시는 주제의 착안부터 단계적인 준비 진행에서 큐레이터로서의 연구 능력과 행정적 업무수행 능력을 고루 잘 발휘한 전시였다. 특히 요즈음 공공미술관을 포함한 대부분의 전시공간에서 상업적으로 편중된 전시 이외에 이렇다 할 기획력을 찾아볼 수 없는 우리 미술관의 전시 풍토에서 <예술가의 신체>전은 좋은 모범이 된다고 생각된다.

이번에 출품된 작품은 '몸으로 사유하기', '타자와 세상과 소통하는 몸', '이질적인 몸' 등 세 가지 주제로 분류된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평범한 자화상을 제외한다면 작품 속에서 예술가의 신체가 일부 또는 전부 드러나면서 의미 있는 메시지를 생산하고 그것을 관객과 소통하려는 태도는 1960년대 플럭서스 운동이나 이후의 여러 가지 행위예술, 사진 등의 작품에서 발견된다.

이번 출품작 가운데 '몸으로 사유하기' 주제에 출품한 마리나 아브라모빅(Marina Abramovic)은 1972년부터 고통과 육체적 저항에 대한 주제를 다루면서 인간의 한계를 탐구해왔는데 그의 작품 <누드와 해골>은 작가 자신의 누드 위에 동일한 자세로 인골의 골격을 나란히 배치하고 그 해골이 작가의 호흡에 반응하여 작은 움직임을 만들어내는 작품이다. 1990년대 이후 아브라모빅 작품에서는 해골이 반복적으로 등장하는데, 작가는 관람자가 살아있는 작가의 육체와 해골로 각각 상징되는 삶과 죽음에 대해 동시에 사유하게 만든다. 이 작품은 삶과 죽음의 문제를 떠나 우리가 겉모습으로 상대와 자신을 판단하는 현대사회에서 외관과 본질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해주기도 한다.

'타자와 세상과 소통하는 몸'에 출품한 작품 가운데에는 자신이 인터뷰한 모델과 작가 자신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감정적으로 동화되고 그것이 외화되어 둘 다 유사한 모습과 표정으로 드러나는 것을 보여주는 독일 작가 마르쿠스 한센(Marcus Hansen)의 비디오 영상 <타인의 감정을 느끼다>와 사회 내에서 자아와 타자를 매개하고 공공의 문제를 해결하는 중개자로서의 역할을 추구하는 영국 작가 마커스 코츠(Marcus Coates)의 퍼포먼스, 그리고 재개발 지역에서 작가의 흔적 남기기라는 신체 행위를 통해 사회 비판을 가하는 고승욱의 퍼포먼스 등이 눈에 띈다.

마지막으로 '이질적인 몸'을 주제로 한 작품들 가운데에서는 인간의 관습적 영역을 타파하기 위하여 인간의 음역을 벗어나는 이질적 소리와 찌푸리기 등의 행위를 보여주는 그리스 출신의 미카일 카리키스(Mikhail Karikis)와 신체의 배설물인 오줌과 그것이 고착되는 이미지를 오브제와 사진으로 해석한 장지아의 작품 등이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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