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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화예술위원회, '대수술'이 필요하다

하계훈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지난 4월 37년간 둥지를 틀어 온 종로구 동숭동에서 구로구로 이전하였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전신은 한국문화예술진흥원이다. 1972년 8월 14일 법률 제2337호로 제정된 문화예술진흥법에 의해 이듬해 3월 재단법인 한국문화예술진흥원이 설립되었고, 같은 해 10월 한국문화예술진흥원이 서울시 종로구 동숭동에 개원하였었다. 문화예술진흥원은 이름 그대로 문화와 예술분야의 진흥을 목적으로 설립된 기관이다. 물론 그 설립시기가 5·16쿠데타로 집권한 군사독재정권의 반공과 경제부흥 일변도 정책강행에 따른 인권탄압실태가 국내외로 더 이상 은폐가 어려운 임계점에 도달하였을 때 독재정권의 문화적 치장을 통한 유연성을 표방하기 위한 맥락에서 한국문화예술진흥원이 탄생한 것이라는 지적도 있지만, 어쨌든 이렇게 설립된 한국문화예술진흥원이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질책을 받으며 30 여년을 이어오면서 우리 문화예술계에 기여한 바는 적지 않았음을 누구나 인정할 것이다.

한국문화예술진흥원은 문학, 시각예술, 공연예술, 전통예술, 다원예술 등 문화예술 영역에서의 기초예술 분야와 문화산업의 비영리적 실험영역을 대상으로 창조와 소통, 향유가 효과적으로 매개되기 위한 인프라를 구축하는 일에 역점을 두고 사업을 집행해왔다고 한다. 한국문화예술진흥원은 이러한 목적사업을 수행하기 위하여 준조세적 성격의 기부금, 일부의 국고 자금, 그리고 극장이나 고궁, 공연장 등의 입장권에 강제 부과되는 문예진흥기금으로 재원을 마련해왔다. 1979년에는 한국문화예술진흥원의 부속기관으로 미술회관과 예술자료관 등의 직접사업 기관을 개관하였고 이렇게 운영되어 오던 한국문화예술진흥원은 2003년 문화예술위원회로 그 명칭을 바꾸면서 1인 위원장 대표체제에서 10인의 민간전문가들로 구성된 위원회체제로 의사결정방식을 바꾸고 기금조성도 문예진흥기금 징수제도를 폐지하고 국고와 복권기금을 주요 재원으로 삼게 되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홈페이지에는“훌륭한 예술이 우리 모두의 삶을 변화시키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믿음으로 문화예술진흥을 위한 사업과 활동을 지원함으로써 모든 이가 창조의 기쁨을 공유하고 가치 있는 삶을 누리게 하는 것”을 목적으로 설립되었다고 표방하고 있다.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우선 훌륭한 예술이 생산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렇게 생산된 예술이 많은 사람들에게 확산되어 향유되면서 우리의 삶이 향상되어야 한다. 문화예술위원회는 이러한 과정에서 예술생산과 소통, 그리고 향수가 효과적으로 가동되도록 지원하는 것이 자신들의 임무임을 알고 그 원칙에 의해 의사결정을 내리고 재원을 집행하면 아무 문제가 될 것이 없다.

그런데 현실은 이와 좀 다르게 진행되어 왔다. 무엇보다도 지속적으로 지적이 되어 온 문제는 소위 ‘선택과 집중’이라는 지원방식에 대한 논의로서 소수의 우수한 예술 컨텐츠를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예술성의 질적 차이에 관계없이 골고루 재원을 분배하는 소액다건(少額多件)식 지원을 대체하여야 한다는 주장인데, 위원회 위원들이나 문화예술계 인사들 대부분이 이러한 원칙에 동감하면서도 장르간의 이기주의와 민원발생에 대한 두려움, 지역에서의 예술계의 인적 관계의 특성 때문에 실제적으로 이러한 지원방식이 실효성 있게 집행되고 있지는 않다. 게다가 지난 몇 년간은 문화예술진흥기금의 배분 문제에 있어서 이념의 문제까지 대두되기도 하였다.

문화예술위원회의 운영에 있어서 10인 위원회 체제가 표면적으로는 민주적인 방식인 것처럼 보이지만 위원들의 전문성과 도덕성까지 시비거리로 거론되기도 하며 감독기관이라고 할 수 있는 문화체육관광부의 불필요한 간섭이 쓸데없는 잡음을 일으키기도 하면서 문화예술위원회의 정치적 독립성 문제도 잡음의 원인을 제공하기도 한다. 그렇게 되니까 새로 사무총장이 부임하면서 노조와의 대립이 일어나고, 위원들간의 분쟁으로 위원장이 사퇴하는가 하면 한때는 무리한 위원장의 해임에 따른 법적 소송의 결과로 한 기관에 두 위원장이 동시에 출근하는 웃지 못할 일이 생기기도 하였다.

문화예술위원회 조직의 문제도 한 번쯤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다. 지난 30여 년 동안 위원회가 겉모습을 이리저리 바꾸기는 하였지만 결국 지원사업이라는 큰 틀은 변함이 없는데 그 사업을 집행하는 직원들은 같은 일을 해오면서 직급과 임금이 상승하여 비효율성이 증가하고 있다. 현재 문화예술위원회의 직원 평균 나이가 상당히 높은 것을 보면 운영비 가운데 인건비의 비중이 얼마나 높을 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해마다 시행되는 정부의 기관평가에서 문화예술위원회가 매년 최하위권을 맴돌며 문화예술위원회 조직의 존폐문제까지 거론되는 상황까지 이르고 있는 것도 문화예술위원회의 운영에 대폭적인 수술이 필요하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일 것이다.
현 정부가 들어서면서 출발한 2기 문화예술위원회가 장르별 소위 구성방식을 벗어나 정기공모사업개선소위(3명), 별도공모사업개선소위(5명),자체기획사업개선소위(3명), 지역협력형사업개선소위(4명),복권기금사업개선소위(4명),자체시설운영개선소위(3명) 등의 위원회 활동을 마치고 현재 재원확충소위(6명), 지원심의제도개선소위(6명), 지방이전대책소위(6명), 2012전략개발소위(6명), 2010기금운용계획편성소위(3명) 등으로 개편된 것은 이제까지 고질적으로 지적되어온 장르간의 이기주의적 분쟁을 넘어서서 문화예술위원회의 당면한 문제해결과 미래의 비전을 보다 명확히 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다만 명칭만 그럴듯하게 지어놓고 그 구성원들의 전문성이나 기획력이 의심되는 인적 구성을 마련한 것이라면 또다시 모래성 쌓기를 하는 셈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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