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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진

하계훈

이번 전시회에서 박미진은 화면 가득 확대하여 그려진 여성의 얼굴과 목, 그리고 어깨부분을 사실주의적인 기법으로 표현하였다. 머리카락 한 올과 눈썹 한 가닥, 그리고 입술의 주름이나 눈망울의 촉촉한 느낌까지 화면에 담은 박미진의 작품은 서양의 인물화 기법에서 볼 수 없는 독특한 감각을 전달한다. 우리 한국화 물감을 재료로 하되 원하는 색을 얻기 위하여 여러 번 덧칠하는 중채법을 통해 한국화적 기법과 적극적으로 색채를 적용하여 사실적 묘사를 중시하는 서양적인 기법을 혼용해서 표현하는 작가의 작품은 기법 면에서도 현대적이며 주제 면에서도 현대사회에서의 인간의 내면과 존재에 대한 탐구를 추구하는 심리연구의 시도라고 할 수 있다.박미진의 이번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2004년 첫 개인전에서부터 한 해 한 해 전개해 온 작품들의 변천사를 짚어볼 필요가 있다. 작가는 언제나 자신 주변의 인물들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들이 일상에서 드러내는 무심한 표정과 사소한 동작을 통해 인간의 본연의 성격과 정서를 읽으려 하였으며 타인의 모습에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는 창작과정을 거쳤다. 초기의 작품은 거리나 그 밖의 일상의 생활공간에서 발견되는 인물의 전신상을 배경이 배제된 상태에서 단색조의 먹색으로 표현하였으며, 점차 이러한 인물의 모습은 채색화로 이행되면서 전신상에서 반신상이나 얼굴부분에 시선이 집중되는 모습으로 바뀌어간다.

2004년의 <여행>, 2005년의 <집을 나서다>에 이어 2006년에 가진 개인전에서 작가는 라는 제목으로 전시회를 열며 작가 주변 인물들의 표정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는데 주목하였다. 그런데 마치 사진기의 줌 렌즈로 확대 포착한 것같이 화면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화면을 정면으로 응시하지 않는 자세와 표정을 보여줌으로써 관람자가 그 정체를 알아내기 어려운 익명의 인물들로 남는다.

2008년에 라는 제목으로 갤러리 우덕에서 열린 개인전에서 작가는 이제까지 자신의 주변에서 찾던 모델을 버리고 대중매체에서 발견되는 유명 배우들의 이미지를 화면에 도입하며, 다시 화면 안에 나비를 그려 넣어 이미지를 사실적으로 재현해내는 것과 이미지를 박제화 하는 것 사이에서의 작가로서의 고민과 사색의 결과를 보여주기도 한다. 그리고 이와 함께‘illusion’이라는 제목을 붙인 일련의 인물상을 통해 이번 전시와 연결되는 인물들을 창조해낸다. <응시를 넘어서(Beyond gaze)>라는 제목으로 개최된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화면 속의 인물들에게 일방적인 응시의 대상에서 한 단계 나아가 관객과의 소통을 의도한 매개자의 역할을 부여한 듯하다. 그러한 해석의 근거로는 인물들이 보여주는 표정과 함께 다양하게 등장하는 손동작을 읽어 볼 수 있을 것이다. 박미진의 작품은 이처럼 작가 주변에서 발견되는 익명의 개인 이미지에서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인물들의 이미지를 거쳐 하나의 정형화된 인물로 발전하였으며 이 인물이 정면을 응시하는 모습을 담은 대형 화면으로 진화하였다.

박미진의 작품처럼 인물화에서 얼굴부분만을 대형으로 강조하는 그림은 미술사를 통틀어서 그리 흔하게 발견되지 않는다. 스스로 회고한 것처럼 박미진이 언젠가 해남에서 본 적이 있는 윤두서의 자화상이 그녀의 작품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짐작하는데, 윤두서의 자화상이나 서양미술에서의 루오의 예수 이미지, 그리고 동유럽의 몇몇 이콘화 등을 제외한다면 대부분의 초상 인물화들은 그 인물의 정체를 알 수 있게 복장이나 장식물 등을 화면에 함께 담게 되며, 따라서 적어도 상반신 정도의 모습이 화면에 담기게 된다.

이런 의미에서 본다면 박미진의 작품은 전통적인 초상화 기법을 따르면서 이콘화의 속성을 보여주기도 하며 동시에 화면 속의 인물을 통해 우리시대의 대중 미디어가 전달하는 코드를 잘 읽어내고 있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필자는 박미진의 작품을 우리시대의 대중문화를 보편화시키는 문화적 이콘의 전형화된 형태를 보여주는 ‘pop icon’ 또는 ‘iconic pop이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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