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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PS전 / 완성과 설득의 논리를 지향하는 노력의 흔적들이 모인 전시를 희망하며

하계훈

완성과 설득의 논리를 지향하는 노력의 흔적들이 모인 전시를 희망하며



잘 알려진 영국출신의 유명 작가 데이빗 호크니(David Hockney)는 1960년대 미술대학에 재학하고 있던 시절인 22살에 당시 저명한 영국 미술평론가였던 로렌스 고윙(Lawrence Gowing)과 알란 보우니스(Alan Bowness)의 눈에 띄어서 영국 예술평의회(Art Council)의 컬렉션에 작품이 소장되게 되었다. 고윙과 보우니스는 작품을 고르는 데 있어서 작가에 대한 어떠한 정보도 참고하지 않고 전시된 작품 그 자체만을 평가하고 판단하여 호크니의 작품을 선정하기로 결정을 내렸었다.

이러한 에피소드가 흔한 것은 아니지만 젊은 미술학도들에게 용기와 지극을 주기에는 더 없이 좋은 사례가 될 것이다. 최근 우리 미술계에서는 미술시장의 활성화와 맞물려 점점 젊은 작가들의 잠재적 가능성에 주목하고 우리 미술의 미래를 이들에게 투자하는 분위기기 확산되어 오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도 미술은행(Art Bank)제도나 아시아프(ASYAAF Asian Students and Young Artists Art Festival) 행사 등을 통해 젊은 작가들의 창작의욕을 고취시키고 있다.

예전에 작가로 성공하는 길은 공모전에 입상한다거나 비엔날레와 같은 국제 규모의 기획 프로젝트에 선정되어 자신을 노출시키는 방법이 중심이 되었었다. 그리고 이러한 발탁의 과정에서 작가는 선발 주체에게 소극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형성되어 있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으로 올라올수록 작가와 관람객이 상호 적극적으로 조우하는 패러다임의 변화가 일어났으며, 작가들이 이전보다 폭넓게 노출되는 데에는 매스미디어나 인터넷의 기술적 발전의 힘이 어느 때보다도 크게 작용한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우리 젊은 작가들도 자신들의 작품이 사회적으로 파급되고 수용되는 시스템에 대한 연구와 그에 따른 대응 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러한 정보전달의 확산은 젊은 작가들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으나 최근에는 시장이 개입된 홍보 활동에 의해 젊은 작가의 미래가 결정되는 비중이 점점 높아짐으로써 이러한 현상이 젊은 작가들에게 좋은 기회이면서 동시에 위험한 함정이 되기도 한다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원 재학생들이 매년 정기적으로 열고 있는 그룹전인 은 올해로 열한 번째 열리게 되는데, 학생작가들 스스로가 자신들의 작품을 적극적으로 홍보하려는 노력은 우리 미술계의 변화와 맞물려 시기적절하다고 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전시회에 출품된 30명이 넘는 학생작가들의 작품 하나하나를 소개하기에는 지면의 사정이 허락하지 않지만 작품들의 공통된 속성을 몇 가지로 분류해볼 수는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선 전체적으로 볼 때 학생작가들의 공통된 관심은 자신들의 작업 속에 자기의 이야기를 담고자한다는 점이다. 그들의 이야기란 무엇보다도 예비 작가로서의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작업방향에 대한 확신을 구하고자 하는 노력, 그리고 작가 이전의 한 젊은이로서의 자기 정체성과 존재감에 대한 나름대로의 사유와 상상이 화면에 반영된 작품들이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여기에 작가들 자신을 둘러싼 환경에 대한 관심과 우려, 그리고 그 속에서 작가 자신의 적극적인 개입으로 변화를 유도하려는 희망 등이 여러 작품에서 공통적으로 읽히고 있다.

30 여명의 학생 작가들의 작품에서는 소비, 욕망, 상상, 자아, 시선, 영원, 소통, 자유, 실재, 생명, 좌절, 희망, 해석, 경험, 꿈, 소유 등의 키워드가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개념이며 이러한 개념을 조형적으로 풀어가며 사회와 소통하려는 노력의 흔적이 작품의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학생 작가들이 관심을 갖는 주제들을 놓고 어떤 작가는 이러한 개념을 직설적으로 표현하고 있고, 또 어떤 작가는 자신의 메시지를 은유적 혹은 추상적 이미지에 담아 표현해내고 있다. 대부분의 작가들이 사실주의적인 표현을 직접적으로 도입하는 것을 회피하고 있는 가운데 김수진, 정호상, 최재혁, 최정인, 황민경 등의 작가는 인물과 풍경에 대한 사실주의적 묘사를 통해 순수한 회화적 실험에서 회화 공간을 통한 개인의 경험에 대한 인식의 문제, 회화 공간 속에 전개되는 초현실주의적 시선과 모순적인 상황 등을 표현해내고 있다. 가장 많은 수의 학생들이 표현 방식에 있어서 반추상적 혹은 반(半)사실주의적인 방식을 채택하고 있으며 그만큼 다양한 표현의 가능성에 대한 실험이 이루어지고 있다. 양은혜, 박은영, 김선혜, 김보미, 염지희, 주지오, 임정아, 김설애, 장성주, 전유리, 이채원, 김선숙 등은 그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공통적으로 인물 혹은 인체의 부분을 왜곡하거나 반추상화하여 암시적이거나 은유적인 방식으로 자신들의 메시지를 화면에 담아내고 있으며 이정민과 권송연, 윤나리는 사진을 이용한 페인팅을 통해 나르시즘적인 욕망이나 자연, 그리고 시간과 역사 공간의 소통을 모색하는 작업들을 표현하고 있다.

작가가 자신의 이야기를 화면에 담으면서 자신의 존재나 사고의 흔적을 배제하거나 암시적으로 등장시키는 방법 가운데에는 인물을 배제하고 나무, 식물, 동물 등의 주변 상황을 대입하는 방법이 흔히 사용된다. 조혜정, 오용무, 임성연, 이보리, 박성은. 이진희, 조여진, 조현지, 이윤미, 유지혜의 작품들은 이러한 카테고리에 포함시킬 수 있을 듯하다.

요즈음 우리 미술계의 진화 속도가 전에 경험해보지 못한 스피드와 활력, 그리고 역동적인 소통에 의해 숨 가쁘게 전개되고 있기 때문에 아직 학교 울타리를 벗어나지 못한 학생작가들 사이에서도 그 변화의 기운을 체감하고 이에 대응하는 방법 모색에 이전보다 더 일찍이 고민하게 되는 것이 사실이지만, 훌륭한 예술가가 탄생하는 길은 예나 지금이나 아무리 바쁘더라도 거쳐야 할 과정이 있으며 꾀를 내에 건너뛸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니라는 것은 선배 작가들의 성공을 통해서도 알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이번에 출품된 홍익대학교 대학원 학생들의 작품을 포함하여 상당수의 젊은 작가들의 작품들은 다양한 사유와 논리, 기법과 재료의 활용 사례를 보여주지만 아직까지 완성된 작품으로서의 완결성이나 설득의 논리를 충분히 갖추었다고 보기 어렵다. 오히려 이러한 작품들은 완결을 향한 과정의 표현이며 다양성만큼이나 가능성을 내포한 잠재적 가치를 드러내는 것으로서의 작품으로 해석하고 평가하는 것이 젊은 학생작가들의 미래를 위해서도 도움이 되는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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