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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아

하계훈

1998년부터 미래의 한국미술을 이끌어나갈 젊은 작가를 발굴하여 전시를 통해 그 작가를 지원하는 형식으로 진행된 <성곡미술관 내일의 작가>전으로 박진아의 작품전시가 열렸다. 박진아는 사진을 바탕으로 채집한 일상의 이미지를 유화기법을 통해 회화적으로 재현하는 작품을 해오고 있다. 이번 전시는 크게 3개의 전시공간으로 구분되어 있는데 1층에 있는 1전시실은 페터 간(Peter Gahn)과 함께 협업한 사운드 설치 작업 Black Landscape를 포함하여 Night Tree, Night Picnic 등과 같은 밤 풍경들이 전시되었다. 이어서 2층의 2,3전시실은 미술관, 갤러리 등 최근 그가 주목하고 있는 전시실 내부 공간에서 벌어지는 사람들의 활동 상황을 묘사한 장면들이 표현된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2002년에 첫 개인전을 가진 박진아는 스냅사진 용도에 알맞게 사용되는 로모(Lomo) 카메라에 자신의 주변과 지인들의 모습을 담은 후 이를 회화적으로 재구성하는 작업으로부터 시작하여 일상의 시각적 경험을 특별한 충격 없이 담담하게 제시하는 작품들을 제작해오고 있다. 이번에 출품된 박진아의 작업 역시 작가 자신을 둘러싼 일상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는 미술관, 갤러리 등의 전시장에서 작품을 설치하거나 전시를 준비하는 어느 한 순간의 모습, 그리고 오프닝 행사와 같은 장면들이 대부분이다.

스냅사진에 포착된 이미지를 회화적으로 변환시키는 박진아의 직업에는 대상의 표정이나 모습이 전혀 기획되거나 연출되지 않은 채 마치 우연한 어느 한 순간의 평범한 이미지들을 덤덤하게 제시하는 듯하게 표현된다. 사진 이미지를 회화적으로 전환하는 작업은 서양 미술사에서 인상파 화가들의 활동 시기 전후로 자주 발견할 수 있었는데, 박진아의 작품에서도 이러한 인상파 작품들에서 발견되는 우연적 성질(snappiness)을 찾아볼 수 있다.

전통적인 회화에서는 화면의 등장인물 가운데 중심이 되는 인물이나 주요 모티브가 쉽게 파악되도록 화면이 짜인다. 그리고 대분의 경우 등장인물들은 화면 밖의 관람자 또는 작가의 시선과 마주치는 시선을 던져준다. 그러나 박진아의 작품에서는 이러한 인물의 시선을 찾을 수 없으며 화면의 중심인물이나 사물을 파악하기가 어렵게 되어있다. 마치 화면속의 인물들은 이쪽에서 누군가가 자신들을 카메라로 촬영하고 있다는 것을 의식하지 못한 채 그냥 하던 일에 몰두하고 있는 모습으로 표현되어 있다. 일부 작품에서는 화면의 구도상 마치 실수로 셔터를 눌러버린 듯한 화면이 구성되기도 한다.

박진아의 작품이 사진을 기초로 제작되고 재현적인 표현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면서도 사진과 다른 점을 보이는 것은 그의 작품이 회화의 속성을 잃지 않는 표현 기법을 담고 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박진아 특유의 빠른 붓놀림은 화면 속의 인물과 오브제들을 정확하게 재현하고 있지 않지만 이러한 사실적 표현이나 사진이 순간적으로 포착하는 정지 화면보다도 더욱 설득력 있게 관람객들에게 다가온다. 빠른 붓놀림으로 엷은 물감 층을 겹쳐 표현하는 화면 속의 인물들과 그들이 처해 있는 상황은 사진처럼 분명하게 재현되지 않지만 오히려 그보다 더 사실처럼 설득력 있게 관람자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너무 많이 그리지 않으려고 했다라고 스스로 말한 것처럼 박진아가 표현하고자 하는 화면은 사진을 사용하지만 사진같은 사실주의적 재현을 지향하기보다는 우리의 감각을 통해 대상을 인식하는 정서에 호소하는 고도의 전술을 펼쳐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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