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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미술관

하계훈

금호미술관


금호미술관이 개관 21주년을 맞아 기념전시를 개최하였다. 우리 현대미술이 공공의 공간에서 대중들과 만나기 시작한 것이 1969년 국립현대미술관의 개관에서부터 약 40여년 정도로 본다면, 사립미술관으로서의 금호미술관의 21년은 우리 현대미술의 역사에서 제법 무게를 느낄 수 있는 중요한 업적과 경험이 축적된 시간으로 볼 수 있다. 처음에는 기업의 소박한 문화공간으로 시작하여 문화재단 사업의 하나로 독립된 건물을 마련하는 규모로 확대된 금호미술관의 지난 21년간의 운영은 칭찬과 반성이 동시에 가해져야 하겠지만, 우리 현대미술 문화의 척박성 속에서 우리 미술의 중추가 될 만한 작가들을 길러 온 몇 안 되는 공익적 미술공간 가운데 하나로 자라왔다는 점으로 보아도 금호미술관에 대해서는 그 공을 앞세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번 21&그들의 시간전은 지금까지 무려 600회가 넘게 개최해 온 그간의 전시들 가운데 작품성이 뛰어나면서도 금호미술관이 지니는 고유한 공간성을 잘 살린 21명의 작가들을 소개하였다. 이미 금호미술관을 방문해 본 사람은 다 알 수 있겠지만 지하 1층 지상 3 층으로 구성된 금호미술관의 공간은 20세기에 들어와서 현대미술을 수용하는 가장 보편적인 공간으로 알려진 화이트큐브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서양의 초기 미술관들이 상류층의 거실이나 궁전의 방을 재현한 듯하게 꾸며놓았던 데 비하여 사방의 흰 벽면 이외에 다른 장식을 최소화함으로써 중성적 입장에서 여러 가지 작품을 받아들이는 화이트큐브 형식의 공간은 작품 속의 내러티브의 증발을 초래하였으면서도 동시에 현대미술의 다양성을 수용하기에 가장 적합한 공간이었다고 평가받기도 한다.

이러한 공간에서 펼쳐지는 중견 작가 21명의 회화, 사진, 조각, 설치 등의 작품들은 신작과 구작을 나란히 펼쳐놓음으로써 작가 개인뿐 아니라 그간의 우리 현대미술의 변천사를 요약하여주는 작가들도 있고, 자신의 작업의 출발점이 된 재료나 드로잉을 완성작과 함께 전시하는 등의 방식으로 제시됨으로써 관람객들이 이들 작가들의 창작활동의 내면을 엿볼 수 있게 해주고 그들의 작품세계가 그동안 어떻게 진화해왔는지를 살펴볼 수 있게 해준다. 오늘날 미술시장의 흐름에 크게 영향을 받는 미술관 전시를 생각해볼 때 이제까지 금호미술관이 미술시장과 거리를 두고 실험성 강한 작가들의 전위적인 작품을 수용하면서 함께 성장하여 온 흔적들이 곳곳에서 발견된다는 점 역시 공공미술관의 역할을 다시 한 번 상기시켜준다.

이번 전시는 한 가지 주제로 수렴되는 성격의 전시이기보다는 작가 위주로 기획됨으로써 자칫하면 관람자 입장에서 다소 산만하다고 느낄 수도 있었지만 기획자 측에서 장르와 작품 성격을 고려해 각 층마다 작가들을 적절히 배치함으로써 한 층에서 다른 층으로 이동할 때마다 새롭게 작품을 만나는 흥미로운 전시가 될 수 있었으며 각 층의 어디서부터 관람을 시작하여도 전체적인 연결에 무리가 없는 디스플레이를 선보였다. 지면이 한정되므로 21명의 작가들의 작품을 일일이 언급할 수는 없겠지만 21&그들의 시간전은 작가들 한 사람 한 사람이 이제는 한국 현대미술사의 중요한 한 부분을 차지하는 21인의 작가들이 되었음을 의심할 수 없게 증명한 전시라고 할 수 있다.

일부 작가는 신진 작가시절부터 금호미술관과 인연을 맺어 차분하게 성장해 온 경우도 있고 또 다른 작가들은 중견으로서 꾸준한 실험적인 작업들을 금호미술관에서 단계적으로 발표한 경우도 있다. 이번 전시는 21년간의 전시를 통하여 한국현대미술 속에 형성된 금호미술관의 좌표를 확인시켜주었으며 그 좌표형성의 주인공들은 고명근, 공성훈, 김선두, 김지원, 김태호, 김호득, 문봉선, 민병헌, 설원기, 오원배, 유근택, 윤동천, 이철주, 장화진, 정종미, 정주영, 정현, 조환, 주명덕, 최진욱, 홍수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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