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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 mobile in immobility

하계훈

be mobile in immobility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거주하는 시각예술분야의 작가들을 중심으로 하되 그들뿐만 아니라,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여러 나라의 기획자, 디자이너, 문인, 이론가들 15명이 ‘예술가는 모든 경험과 기억을 예술로 형상화하고 사람들과 공유해야 한다’는 기치 아래 전세계의 중요 장소에서 순회전을 열고 있다.

4월 29일부터 서울 평창동 토탈미술관에서 열린 ‘be mobile in immobility’전은 이러한 배경에서 개최된 전시로서 내년에는 터키의 이스탄불과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으로 이어질 예정이다.

출품작가 가운데 9·11 테러가 발생한 지 1년 뒤에 인도네시아 발리의 한 나이트클럽에서 발생한 연쇄폭탄테러 사건을 다뤘던 <약속된 천국>이라는 비디오 작품을 출품한 인도네시아계 네덜란드 작가 레오나르트 레털헬름리흐나 수년간 여러 나라의 도시를 여행하며 겪은 경험과 그 기억을 디지털 이미지와 프린트물, 비디오에 담은 <음모의 벽>을 선보인 터키 작가 파흐레틴 외렌리, 그리고 열판 위에서 녹아내리는 예술가 자신의 초콜릿 전신상을 작품화한 <예술가>를 출품한 함양아 등은 서로 다른 배경에서 활동해 온 작가들이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문제의식과 이를 바라보는 시각을 살펴볼 수 있는 장을 펼쳐주고 있다.

이번 전시는 이처럼 주어진 상황에서 자신들을 둘러싼 사회적 환경으로부터 유동적이면서도 구체적으로 무언가를 느끼고 기억하기 위해서 한 걸음 앞으로 내딛는 참가자들의 감각과 기억들을 다양한 매체를 통해서 조형적으로 번역하여 제시하고 있다. 움직일 수 없는 조건 속에서 활발하게 움직인다는 대조적인 상황을 의미하는 이번 전시 제목에는 ‘형상화된 기억’이라는 부제가 붙어있다.

이번 전시는 우리가 살고 있는 현대 사회에 편성된 문화적 환경에 내재되어 있는 다양한 관점을 제시하기 위해 기획된 전시로서 유럽, 중동, 그리고 극동 지역 등 서로 다른 역사적, 사회적 배경을 가진 지역을 순회하면서 각 도시의 문화예술 분야 활동가들과 작가들을 초대하여 현장에서 협업해나가는 전시로서 이번 전시를 통해 작가들은 자신들이 활동하는 지역사회의 구성원의 하나로서 각자 경험한 사적인 기억과 공동체적인 기억을 비디오, 드로잉, 설치, 사진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역사적, 사회적, 정치적 측면 등으로 해석하여 동료 참여자 및 관람객들과 공유하고자 했다.
이번 전시의 참가자들은 그들이 제시하는 기억과 해석이 작가 자신이 아닌 누군가에 의해서, 또 다른 상황에서는 어떻게 다른 해석을 낳을 수 있을까라는 문제에도 주목했다.

따라서 이번 전시의 관객들은 일반적으로 고정된(immobile) 주제를 전달받는 대상으로서 단순히 전시회라는 상황에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관람자로서의 경험의 공유와 함께 작품에 대한 새로운 해석과 시각을 도출하기 위하여 작가들이 자신들의 주변 환경과 자신들이 처한 상황을 어떻게 기억하고, 해석하며 재구성하는지를 검토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이번 전시는 그 내용이나 형식에 있어서 확장 가능한(mobile) 가변성을 띠는 것이다.

작가들과 관람객들은 서로 다른 문화, 다른 삶의 방식, 그리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그들 사이의 경험과 기억을 공유하고 공감하며 서로를 이해하고 서로의 존재를 통하여 스스로를 비춰보고 자기성찰의 기회를 갖게 된다. 자유롭게 예술을 실천하는 과정에서 작가들은 한 장소에서 다른 장소로 옮기거나 한 사람으로부터 다른 사람에게로 전달되고, 그리하여 그들은 가변적인(mobile) 세계를 만들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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