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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공립 미술관장의 디렉터십, 이대로 괜찮은가?

하계훈

국공립 미술관장의 디렉터십, 이대로 괜찮은가?


하계훈(단국대문화예술대학원교수)



국립현대미술관이 한국큐레이터협회와 함께 2011 전국미술관 큐레이터 컨퍼런스 열었다. 2011년 6월 9일 대구시립미술관에서 “디렉터십의 현재와 대안”이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행사에는 미술관 관련 업무에 종사하는 많은 청중들이 참가한 가운데 우리 미술계에서 활동하는 전, 현직 미술관장 3명의 발제와 이에 대응하는 3명의 지정 토의가 있었고, 청중석에서의 질의와 참고 발언이 이루어지면서 행사의 외형은 요즈음 열리는 이런저런 학술행사들 가운데 제법 모양 좋게 마무리 되었다.

이번 세미나에서 발제자들과 토론자들의 주장을 통해 반복적으로 언급된 주요 내용은 이번에 새롭게 제기된 문제라기보다는 오래 전부터 반복적으로 언급되고 성토되어 온 내용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정작 이러한 문제들이 찻잔 속의 태풍처럼 행사장 안에서만 열띤 토론으로 그치고 마는 것은 이러한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그것을 바로잡을 의무와 권한을 가진 사람들의 불참에서 그 원인의 일부분을 찾아야 할 것이다.
이번 행사에서도 국공립미술관 관장들의 디렉터쉽 문제를 이야기 하였지만 장소를 제공해준 대구시립미술관의 관장을 빼고는 국공립미술관장 가운데 어느 누구도 참석하지 않았으며 이들의 임명권을 가진 기관의 공무원들이나 관련된 인사들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역시 그들에게 이러한 세미나는 그저 이제까지 여러 차례 개최되었던 세미나들 가운데 하나일 뿐인 것이다.

국공립미술관의 관장 문제에서 발제자와 토론자들의 대부분이 공감하는 것은 이들의 자격문제와 임기, 자율성 보장 등으로 요약될 수 있다. 상식적인 이야기지만 국공립뿐 아니라 사립 미술관에서도 관장은 해당 미술관의 소장품에 대한 학문적 연구 성과가 뛰어나고 관련 분야에 대한 경험이 많으며 조직을 이끌어갈 리더쉽을 갖춘 사람이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우리 미술계에서 나타나는 현상은 이러한 상식을 무시하고 정치적 고려, 지역의 토호 세력과의 타협 등에 의해 결정되는 관장의 임명과 이렇게 임명된 관장의 업무 성과를 냉정하게 평가하지 못하는 행정으로 이어져 왔으며, 또 다른 한편으로는 관장의 소신 있는 업무 추진을 보장하는 예산 편성권이나 인사권을 제한하는 규정과 제도들을 지적할 수 있다.

첫 번째 발제를 한 김찬동 아르코미술관 관장은 ‘미술관 디렉터의 과거와 현재’라는 제목으로 미술관 관장의 의무와 권한에 대한 원론적인 고찰을 중심으로 의견을 발표하였다.

이어서 두 번째 발제를 한 경원대학교의 윤범모 교수는 미국 메트로폴리탄미술관의 관장직을 30년 넘게 수행하였던 필립 데 몬테벨로의 사례를 빌어 우리나라에서도 소신 있게 미술관을 이끌어 갈 수 있는 장수 관장을 만날 수 있는 풍토를 희망하였다.
윤교수는 특히 지역의 공립미술관에서 작가출신이나 미술과 관련 없는 인사들이 관장직을 차지함으로써 발생하는 파행과 역행을 강조하였는데, 이 문제는 하루 빨리 시정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윤교수는 이번 기회에 국공립미술관의 문제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연관성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되는 문제로서 사립미술관의 관장 임명에 대해서도 신랄한 비평을 가했다. 그의 표현을 따르면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설립자의 부인이나 딸과 같은 특수관계인이 관장직을 맡는 경우가 우리나라처럼 많은 경우는 없으며, 이러한 면에서 한국의 사립미술관은 기네스 기록에 오를 수 있을 것이라 하였다.

세 번째 발제자인 계원조형예술대학의 이영철 교수는 얼마 전 3년간의 관장직을 마친 입장에서 경기도 소재 백남준미술관의 운영에 대한 문제점을 낱낱이 파헤쳤다. 이교수는 특히 십여개의 경기도 미술관과 박물관들이 경기문화재단에 소속됨으로써 관장의 자율성이 제한되고 재단의 관료적인 행정에 의해 이러한 기관들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없는 문제점을 지적하였다.
지금 우리나라의 국공립미술관들은 국립현대미술관의 서울관 건립문제로부터 지방의 시,도립 미술관들의 설립 등을 둘러싸고 많은 염려와 비판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그러한 현상의 핵심에는 미술관을 행정관료 중심의 설립과 운영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사람들, 전문인으로서의 관장에 대한 제대로 된 인식이 부재한 사람들에 의해 관장의 임명이나 미술관 중요 사업의 결정이 이루어지는 풍토, 그리고 이러한 미술관의 문제를 둘러싼 관련 인사들의 되풀이되는 비판 후에 나타나는 냉소적인 태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는 것 같다.

이 글을 쓰는 필자 역시 이번 행사의 토론자 가운데 한 사람으로서 현장을 목격했지만, 미술관 현장의 근무자들의 열의에 비하여 관료주의적인 행정이 뒤따라오지 못하는 현실이 문제의 핵심이라고 판단된다. 하나마나 한 이야기지만 원칙에 충실할 때 문제는 최소화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국공립미술관 관장의 올바른 임명과 그들의 활동의 자율성과 전문성을 보장하는 방법의 열쇠 역시 원칙에 충실할 때 만족스럽게 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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