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은과 남상훈은 회화적 이미지를 기반으로 2D와 3D 영상작업을 시도하는 부부 작가 팀이다. 이들은 회화적 경력을 가진 아내와 디지털 공학적 배경을 가진 남편의 훌륭한 조합으로 친숙한 회화적 이미지를 담은 영상 작품을 통해 관람객들과 쉽고 편안하면서도 재미있게 소통할 수 있는 예술과 과학, 아날로그와 디지털 기법이 조화된 작업을 해오고 있다.

김영은과 남상훈은 최근에 주로 꽃을 모티브로 해서 시도되는 다양한 작품들을 보여주고 있다. 초기에 개념적 회화 작업을 해 온 김영은이 영상작업으로의 전환을 시도하게 된 계기는 영국 유학시절부터 시작되었는데 이러한 아이디어가 본격적으로 구체화된 계기는 한국으로 돌아와 남상훈을 만나면서부터였다고 한다. 가족 가운데 한 사람의 사망을 지켜보아오는 과정에서 우리 삶에 연관되어 있는 시간의 문제에 착안하게 된 작가는 행복과 사랑을 상징하는 꽃의 이미지를 이용하여 꽃이 피고 지는 현상을 우리 삶의 순환과 존재의 변화과정과 연결하여 은유적 작업에 착수하였다.
이처럼 김영은과 남상훈의 작품의 주제는 삶과 시간의 문제라는 다소 무겁고 철학적인 것일 수 있지만 두 사람은 이러한 주제를 풀어내는데 있어서 명상과 사유에 함몰되지만은 않는다. 김영은과 남상훈은 여러 차원의 혼란스러움을 표현하는 단어 Matrix와 Flower를 합쳐 Matrix Flower라는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되었다고 한다. 시리즈로 꽃병에 담긴 꽃들의 변화를 담은 작품들의 경우는 꽃이 시드는 과정을 보여줌으로써 시간의 흐름과 생명의 순환 등을 이야기해주고 있는데 기술적으로 카메라 2대를 이용하여 좌, 우 눈의 위치에서 동시에 3분에 1컷씩 10일 이상 인터벌 촬영을 함으로써 꽃이 피면서부터 지는 시간까지의 이미지를 담을 수 있었다. 이렇게 제작된 작품은 3D 프로젝터와 입체 안경을 이용한 3D 입체 영상기술을 기본으로 하고 있지만 2D 상태에서의 이미지로도 충분히 조형성을 드러내는 작품이 되기도 한다. 꽃을 모티브로 한 작품 가운데에는 실제 꽃과 조화를 함께 놓아두고 촬영을 함으로써 주위의 꽃들이 피고 지는 동안 조화는 변하지 않고 시간의 흐름을 거부하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는 이라는 타이틀이 붙은 작품들과 커다란 화면 안에 수많은 작은 화면들이 구성되고 각각의 네모안의 피고 지는 꽃들의 모습을 통해 우리의 삶의 순환을 연상시켜주는 등도 있다.

김영은과 남상훈은 여기서 더 나아가 관객의 움직임에 반응하여 넓게 펼쳐진 꽃밭의 꽃들이 드로잉 상태에서 채색상태로 발전하거나 손가락의 움직임을 따라 화면에 나비가 움직이고, 칼라 입체 영상이 완성된 후에는 꽃잎들이 다시 해체되어 관객들에게로 날아오는 것처럼 발전하는 3D의 입체영상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꽃잎 하나하나와 나비 등은 작가의 손에 의해 직접 그려진 이미지를 디지털 이미지로 채택하여 디지털 영상이 주는 기계적인 차가운 느낌을 벗어나 아날로그의 편안함과 화가의 손맛을 함께 보여주기도 한다.
꽃을 모티브로 하는 작품 이외에도 김영은과 남상훈은 2D의 평면 이미지가 3D 영상으로 변화해 가는 모습을 표현한 이라는 작품도 선보인다. 이 작품 역시 왼쪽 눈과 오른쪽 눈이 감지하는 이미지를 합성하여 3D 이미지로 발전시키는 작품인데 이러한 작품을 통해 관람객은 좌, 우 그림을 통하여 3D 입체를 느끼게 됨으로써 사물을 감지하는 고정관념을 탈피할 수 있게 된다.

김영은과 남상훈의 작품들은 이처럼 입체 영상 기술을 기반으로 하여 꽃이나 우리 주변의 사물과 같은 친숙한 이미지들을 관람객들과 부담 없이 공유하면서 그 속에서 시간의 흐름을 우리 삶의 순환과 존재의 변화과정에 대한 은유로 담아내고 있다. 화가 아내와 공학도 남편의 협업의 시너지 효과가 극대화되는 이들의 작업이 대중적으로 친숙하게 다가가기 위해서는 관람객의 눈높이에서 작품에 다가갈 수 있는 테크닉의 지속적인 개발이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