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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미술 해외 진출

하계훈

한국 현대미술의 전개 양상을 국제교류의 차원에서 한눈에 조망하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을 것이다. 6.25 전쟁을 겪고 난 뒤 1950년대 말에 와서야 한국의 현대미술이 국제적인 소통의 통로를 공식적으로 확보하게 되지만, 이러한 초기의 전개양상에서 시작하여 현재까지의 흐름을 일목요연하게 파악하고 있는 연구 업적은 아직까지 눈에 띄는 것이 별로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이 기획한 ‘1950년대 이후 한국현대미술의 해외진출-전개와 위상’전은 의미 있는 시도이며 한국현대미술에 관심을 갖고 있는 연구자라면 언젠가는 반드시 한번쯤 다뤄보아야 하는 주제라고 할 수 있다.

박물관 측에서는 이번 전시를 기획한 의도를 “한국현대미술이 본격적으로 해외진출을 시작한 전개 시기부터 현재 국제무대에서 입지를 높이기까지 어떠한 과정을 거쳐 (우리가) 한국미술을 소개하여 왔는지 심도 있게 살펴보고자” 한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의욕적인 시도에 비하여 자료의 빈곤과 그나마 남아있는 자료에 대한 열악한 보관상태 등의 악조건을 극복하고 전시회 개막에 이르기까지 치른 노력에 대해서는 기획자의 노고를 아무리 칭찬하여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이번 전시에는 기본적으로 한국현대미술이 해외에 진출한 흔적을 추적하는 잡지, 팸플릿, 신문기사, 포스터, 전시입장권 등의 인쇄물이 주종을 이루고 있으며 이러한 자료의 내용을 보다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하여 그것을 영상 이미지로 변환하거나 일부 자료를 복사한 파일을 전시장 한편에 비치해 둠으로써 관람객들이 자유롭게 열람하면서 주제를 보다 심층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하였다.

전시된 자료 하나하나가 모두 소중한 기록이겠지만 그중 눈에 들어오는 것들 가운데에는 1958년 뉴욕 월드하우스(World house) 갤러리에서 열렸던 한국현대회화전과 1968년 도쿄국립근대미술관에서 열렸던 같은 이름의 전시 팸플릿 표지에 선명하게 인쇄된 태극(기)의 모양이 있다. 이러한 자료들은 이 시기에 이미 우리 작가들이 미국, 일본, 브라질, 그리고 유럽 곳곳에서 비엔날레나 국제 회화제 등에 소개되고 있었다는 것을 생생하게 증언해주고 있다. 1980년대에 들어서면 이러한 추세는 보다 가속화되며 전시의 내용에 있어서도 그 밀도를 더하게 되고 국립현대미술관, 국제교류재단, 한국문화예술진흥원 등 우리 현대미술의 국제적 교류에 주축이 되는 역할 담당자로서의 공공기관들이 개입되기 시작한다. 1980년대의 전시 가운데 눈에 띠는 것은 1988년 뉴욕의 Artists Space에서 열렸던 <민중미술전-한국의 새로운 정치적 미술운동(Min Joong Art: New Movement of Political Art from Korea)>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전시는 한국 현대미술에 있어서 가장 특징적인 작품들이라고 할 수 있는 민중미술을 외국에 공식적으로 소개하는 첫 번째 기회로 기록되고 있다.

1986년 아시안게임과 1988년 국제올림픽을 치르면서 대한민국의 문호는 더욱 개방되어 1995년에는 광주비엔날레가 출범하고, 베니스비엔날레에 한국관이 설치되는 등의 약진을 거쳐 이제는 일일이 나열할 수 없을 정도로 한국현대미술이 국제적 무대에 진출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이러한 1950년대 이후 한국현대미술의 해외진출의 흔적을 자료를 통해 추적해보는 노력의 결실이라고 할 수 있다. 박물관 측에서는 전시의 주제를 보다 심화시키기 위하여 전시기간 중에 ‘한국현대미술의 해외진출, 그 현장과 과제’ 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하기도 하였으며 우리 미술계의 주요 인사들을 대상으로 의견을 수렴하여 이제까지의 전시 가운데 가장 의미 있고 기억에 남는 전시 5건을 선정하기도 하였다.
돌이켜보면 우리는 우리의 현대미술이 해외로 진출하는 진화과정을 목격해오면서 우리 미술계의 발전과 약진을 환영하면서도 정작 그러한 활동의 증거로서의 기록을 보존하는 데에는 소홀하였다는 것을 이번 전시를 통해서 깨닫게 되며, 나아가서 그로부터 자기반성이 필요함을 느끼게 된다. 혹자의 관점으로는 우리 현대미술의 해외진출이 아직 체계적이고 조직적인 면에서 미흡하며 보다 많은 국제적 수준의 작가와 기획자의 양성이 필요하다고 느끼겠지만, 결국 이러한 작업의 출발점에서 우리가 의존하게 되는 것도 이번 전시를 통해 제시되는 다양한 자료들일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도 이번 전시는 우리의 관심과 애정을 받을 자격이 있다.

- 아트인 컬처 2011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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