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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함께 관심을 갖고 후원하는 <올해의 작가>전을 위하여

하계훈

<올해의 작가>라는 제목을 짓고, 회의를 거쳐 한 해에 한, 두 작가를 선정하여 전시를 개최하고, 그리고..... 그 작가들이 더욱 더 의미 있는 작업으로 국내 뿐 아니라 국제적으로 약진하기를 바라는 마음. 이것이 현재 우리나라 미술계에서 유일하게 시행되는 <올해의 작가>전의 면모인 것 같다.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에서는 이렇게 해서 지난 15년간 선정해 온 23명의 작가들을 한 데 모아 <올해의 작가 23인의 이야기 1995-2010>전을 8월 9일부터 10월30일까지 열고 있다. 햇수가 16년인데 작가 수가 23명인 이유는 2001년부터 2005년까지 추가로 원로작가를 선정한 적이 있었고 한 해에 두 명의 작가를 선정한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매년 선정된 작가들의 면면은 미술계에 종사하는 이들에게는 어느 정도 알려져 있지만 일반인들로부터의 인지도에 있어서는 큰 편차를 보이고 있는 듯하다.

많은 사람들 가운데 누구를 선택하고 나머지를 배제하는 일은 언제나 어렵다. 국가대표 운동선수를 선발하는 일도 그렇고, 한국을 대표하는 미인을 선발하는 일도 그렇고, 하다못해 학급을 대표하는 행사의 일꾼을 선발하는 일도 그럴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선발의 결과에 대해 대다수가 수긍하기 위해서는 그 선발 방식이 공정하고 투명하며, 그 결과가 전문적으로 뿐 아니라 상식적으로도 납득이 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사람들은 비난하고 야유하며 결과에 승복하지 않고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며 등을 돌린다.
이제까지 국립현대미술관에서는 올해의 작가를 선정하기 위하여 미술관의 큐레이터들이 후보 작가들을 추천하고 이들 가운데 집중적인 평가와 토의를 거쳐 최종적으로 작가를 선정하여 왔다고 한다. 이러한 선발 방식은 지극히 바람직한 방식이다. 미술관 내부의 역량으로 미술관의 일을 치루는 것만큼 바람직한 것이 어디 있겠는가? 물론 여기에 전제되는 것은 추천과 선발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전문성과 중립성, 외부로부터의 부당한 의견 개입을 차단할 수 있는 능력, 일부 비판적 의견에 대한 당당한 대응 능력 등일 것이다.

그런데 국립현대미술관은 이러한 선발 방식을 바꾸어 볼 생각인 것 같다. 미술관 측의 발표에 따르면 올해부터는 외부 인사들과 함께 올해의 작가 발굴 및 추천단을 구성하고 발굴 및 추천단의 추천서를 받아 11월 쯤 1차 심사를 통해 후보 작가 2-4명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렇게 되면 발표된 작가들은 다음 해 하반기에 국립현대미술관에서 1차 공동 전시를 연 뒤 전시가 끝날 무렵 최종적으로 한 명이 올해의 작가로 결정될 예정이다. 이러한 방식에 의해 최종적으로 선정된 작가는 향후 1년간 국립현대미술관 큐레이터로부터 집중 지원받는 전담 큐레이터 제도도 운용할 계획이라고 한다.

사실 <올해의 작가>전에 대해서 그동안 선정 과정에서의 투명성 논란과 최종적으로 선정된 작가에 대한 일회성 전시 개최로 모든 것이 끝나버려서 후속적으로 제대로 된 후원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미술계의 지적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국립현대미술관 측에서는 공정성을 높이기 위하여 외부의 전문가를 참여시키고 지속적인 지원을 위하여 전담 큐레이터를 배정하며, 공중파 방송 가운데 한 방송사가 공동 운영 형식으로 참여하여 작가 선정 이후의 파급효과를 지금보다 확대시키려고 하는 것 같다.

그런데 이러한 변화된 방식의 작가 선발 과정은 이미 국내에서 시행되는 모 재단의 수상자 선정 방식과도 유사하며 1984년부터 시작된 영국의 터너상(Turner Prize) 수상작가 선발 방식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터너상은 국립현대미술관이 새롭게 시행하려는 작가선발 방식과 유사하게 수상 작가를 결정하는데 자세히 보면 같은 점과 다른 점이 몇 가지 있다. 우선 같은 점은 작가의 추천 선발 방식과 방송사와의 공동 운영이고, 다른 점은 상금을 지급한다든지 관람객들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전시장 투표 행사, 그리고 수상 작가에게 상을 전달하는 방식에 있어서 유명 인사들의 참여가 함께 한다는 것 등이다.
터너상에서는 수상 작가들의 나이에 상한선을 정해 놓았으며 영국에서 활동하는 작가라면 국적을 제한하지 않고 있고, 무엇보다도 일관된 경향의 수상작을 배출하고 있다. 우리가 올해의 작가상에 원로작가를 삽입하다가 중단하는 일관성의 부재를 보여준다든지, 조화로운 다문화 사회를 지향하면서 대상 작가의 국적을 제한한다든지, 또는 해마다 선정되는 작가가 장르의 안배에 의해서 돌아가며 선정된다든지 하는 선정방식이 채택된다면 미술관 측에서 기대하는 효과는 쉽게 달성되지 않을 것이다.

터너상의 경우에는 소위 노이즈 마케팅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기도 하다. 2000년부터 매년 터너상 후보작가의 전시장인 테이트 브리튼 앞에서는 구상 회화를 고수하는 스터키스트(Stuckist)들의 시위성 퍼포먼스가 벌어지고, 한 재단에서는 올해의 최악의 터너상 수상자를 뽑아 터너상의 상금의 두 배가 되는 상금을 수여해서 언론에 좋은 이야기 거리를 제공하기도 했다. 그리고 영국 문화매체체육부의 문화국장(culture minister)인 킴 하웰스(Kim Howells)가 2002년에 전시장을 방문한 뒤 터너 프라이즈 후보 작가들의 전시를 혹평한 사건은 영국 미술계가 얼마나 건강한가를 역설적으로 보여주기도 한다. 하웰스가 그 해의 전시뿐 아니라 터너프라이즈 전체를 싸잡아 비판하고 BBC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실망을 넘어 분노했다고 말했지만 정작 미술관 측에서는 터너프라이즈에 관해서 누구나 자신의 의견을 표현할 수 있는 것이라고 ‘쿨하게’ 받아 넘겼다. 과연 우리나라에서 이러한 상황이 발생한다면 어땠을까?

국립현대미술관은 한국 미술관들의 위상이 이미 세계적인 수준에 올랐고 작가들도 세계적인 수준인데 그동안 제도적으로 제대로 뒷받침되지 못했다는 분석을 내리고 외부 전문가들이 참여함으로써 올해의 작가 제도가 세계적인 제도로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한 나라의 미술 문화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보다 효율적인 제도가 도입될 필요도 있겠지만 그와 함께 미술 이외의 많은 부분에서의 후원과 협력도 필요하다.

1997년 노동당이 새롭게 집권하고 40대 중반의 젊은 수상이 탄생했을 때 영국 사회에서는 ‘Cool Britania를 기치로 내걸고 정치와 경제 뿐 아니라 디자인, 패션, 대중음악, 미술 등을 비롯한 사회의 여러 분야에서의 활기찬 전성기를 구가한 적이 있다. 이 때 터너상 수상작가를 중심으로 한 젊은 작가(yBA)들도 세계적으로 약진할 수 있었는데 이 배경에는 미술관과 미술관련 인사들의 협력 뿐 아니라 매스컴과 정부의 지원, 미술학교의 개혁과 대중들의 관심, 심지어 반대운동을 하는 사람들까지도 결과적으로 모두 하나가 되어 영국의 젊은 작가들을 후원하는 추진력이 되었었다.

이제 국립현대미술관이 지난 15년간 운영해 온 올해의 작가 선발과 전시 경험을 되돌아보며 새로운 방식으로의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 미술관 측에서는 나름대로 외부 전문가의 협력을 구하고 홍보효과의 확대를 위하여 공중파 방송과의 제휴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러한 노력과 함께 이보다 더 큰 틀에서 국민 전체의 관심과 후원을 이끌어내고 정부나 기업의 적극적인 협력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지금보다 더욱 분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에서 외부 전문가들의 역할도 기대되지만 그 때문에 이제까지 올해의 작가를 발굴하는데 참여해 왔던 미술관 내부의 전문 인력들의 역할이 축소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된다. 비록 지금은 외부의 협력을 받지만 미래의 어느 시점에서는 결국 이 인력들이 사업의 주축이 되도록 지원하는 환경과 제도도 함께 마련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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