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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향 / 감각과 사유가 동시적으로 작동되는 시적 공간

하계훈

감각과 사유가 동시적으로 작동되는 시적 공간


김정향은 1970년대 말에 한국에서 미술대학을 졸업한 후 미국으로 건너가서 30여 년간 뉴욕을 중심으로 파리와 런던 등에서 국제적으로 활동해온 여성 작가다. 필자가 굳이 작가의 성별을 언급하는 까닭은 그녀의 작품 속에는 여성적 감수성과 함께, 흔히 여성적이라는 속성과 거리를 두고 있다고 생각되는 웅장함과 자연에 대한 경외심을 불러일으키는 스펙터클한 요소들이 공존하기 때문이다.
이번에 소개된 김정향의 전시는 전시장 벽면의 바닥에서 천정까지 닿는 대형 작품들로 채워지는 공간이 연출되었다. 형식면에서 올오버 페인팅으로 분류될 수 있는 대형 작품의 화면 속에는 마치 우주적인 공간을 연상시키도록 반복적으로 바탕색을 올린 색채의 변주 위에 기하학적 형상과 자연을 연상시키는 이미지의 표현들이 화면을 가득 메우고 있다.
작가는 자연과 교감한다는 생각으로 작업을 한다고 말한다. 그녀의 작업은 자연의 숨겨진 신비를 시각적 이미지로 풀어내는 듯하다. 투명한 하늘과 불어오는 바람, 그리고 쏟아지는 햇빛과 그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물방울 등을 통해 작가는 자신의 삶과 혼을 자연에 투영시킴으로써 화면 속에 자신의 코스모스 세계를 구축해낸다. 김정향의 작품 속에서는 이처럼 우리가 일상에서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자연의 소소한 모습이 작가의 민감한 촉수에 포착되어 추상적 혹은 상징적 시각언어로 전환되고 그로부터 폭넓고 수많은 이야기들이 펼쳐지는 것이다.
김정향의 작품 속에는 민들레 꽃씨나 포도송이처럼 구체적 형상을 연상할 수 있는 이미지들과 함께 장식적 패턴이나 자연의 순환을 연상시키는 동그라미, 그리고 점, 선 등이 적지 않게 발견된다. 이러한 이미지들은 그것들이 작품 속에 반복됨으로써 화면을 하나의 상징적 패턴으로 만들기도 하고 자연을 응시하고 관조하는 수행자의 정신세계를 펼쳐 보여주는 만다라로 만들기도 한다. 김정향에게 있어서 캔버스는 그 자체로써 자연과 명상의 세계가 복합적 혼합체처럼 펼쳐지는 공간이며 자아와 대상 사이의 관조와 응시, 그리고 그로부터 촉발되는 교감의 공간인 것이다.
김정향의 작품들의 제목을 살펴보면 <연두색 바람>과 같이 두 개 이상의 감각이 결합되어 관람자들의 복합적 감각을 상승적으로 자극하는 작품에서부터 <9월의 밤>처럼 구체적인 계절의 느낌을 경험할 수 있게 해주는 작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을 구성한다. 이러한 작품들을 통해 작가는 자신이 자연의 아름다움을 그리는 동시에 그 영적이고 조용한 명상의 세계로 관객을 인도하여 감각과 사유가 동시적으로 작동되는 시적 공간을 체험하기를 원하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이번 전시에 소개되는 신작은 영적이고 정신적이라는 의미이자 생생하게 살아있는 기운이라는 뜻을 가진 라는 작품들인데 작가는 이 작품들 속에 특히 기운차고 활발한 자연의 충만한 모습을 담아내고 있다. 작가는 전통적인 추상회화 기법과 개인적 작업 경험을 통해 얻은 자연에 대한 감각을 발휘하여 점, 선 그리고 원형의 형상들을 표현하고 그러한 요소들이 부유하는 듯한 사유의 공간에서 자연의 다채로운 이미지들과의 공존을 통해 시각적이면서 감각적이고 동시에 정신적인 느낌을 주는 시적 공간을 표현해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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