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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과 놀이 10주년, 그 성과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

하계훈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이 개관 한 지 어언 20년이 넘었다. 그동안 한가람미술관에서는 크고 작은 전시들이 수없이 이루어졌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대가들의 작품을 보여주는 블록버스터형 전시에서부터 국내의 젊은 작가들의 열정과 의욕으로 채워진 실험적인 전시에 이르기까지 그 규모와 내용의 폭은 거의 무한하였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전시들의 상당부분이 대관 혹은 외부 기획단체와의 공동주최 형식으로 진행된 관리위주의 전시였으며,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본격적인 기획과 연구가 뒷받침 된 전시는 그리 많지 않았던 것 같다. 이러한 현상이 일어난 것은 예술의전당 공간운영의 방침과 한가람미술관이 출발점에서부터 충분한 소장품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본격적인 미술관이 갖추어야 할 조건을 다 채우지 못하고 공간관리 중심으로 출발한 기관이라는 한계점이 그 배경의 한 부분을 형성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상황에서 얼마 전부터 미술계의 주목을 끄는 전시가 한가람미술관에서 개최되었으니 그것은 바로 <미술과 놀이>전이다. <미술과 놀이>전은 지난 10년간 관람객들과 미술계의 관심과 반응을 업고 매년 주제를 조금씩 변주하는 형식의 연례적 전시로 자리잡아 왔다. <미술과 놀이>전이 이번에 10번째 전시를 개막하게 되었으므로 이번 기회에 <미술과 놀이>전의 성과에 대한 회고와 평가, 그리고 앞으로의 방향 모색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는 것은 시의적절하다고 생각된다.


기획자의 말에 의하면 <미술과 놀이>전의 첫 출발은 “일반 관람객의 눈높이에서 현대미술을 보다 흥미롭고 정겹게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여 대중들에게 미술에 대한 호감과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전시회”로 기획되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초기의 <미술과 놀이>전은 미술에 있어서 놀이와 유희적 특성을 중심으로, 관련된 작품으로 구성하여 현대미술에 대한 선입견과 난해함을 극복하고자 기획한 프로그램이었다. 실제로 초기의 <미술과 놀이>전은 현대미술 작품을 전시하지만 소통의 방식에서 다분히 어린이와 청소년 관람객의 눈높이를 염두에 두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러한 의도는 전시회의 개최기간이 청소년들의 여가시간이 상대적으로 많이 확보될 수 있는 여름방학 기간을 포함하고 있다는 점으로도 알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미술과 놀이>전이 이러한 대중적 소통을 지향하는 가벼움을 기획의도의 전면에 내놓고 있기 때문에 전시 내용 역시 가볍게 준비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관람객의 눈높이에서 흥미로운 감상이 이루어지기 위해서 기획자가 준비하여야 하는 작업과 그에 소요되는 시간은 오히려 더 많아질 수밖에 없었다. <미술과 놀이>전이 지금까지 성공적으로 이어져 올 수 있었던 중요한 이유 가운데 하나는 이러한 기획의 탄탄함과 이를 바탕으로 진행된 전시 컨텐츠와 형식의 단계적 성장과 변모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미술과 놀이>전은 세 번째 해인 2004년부터 즐거움을 주는 예술가라는 의미에서 ‘펀스터(Funster)전’이라는 부제를 붙여 보다 더 대중적이고 즐겁게 향유하는 방식으로 현대미술을 제시한다는 기획자의 의도를 명백하게 하였다. 그러는 동안 관람객들의 반응도 점점 더 높아졌으며 이러한 반응은 자연스럽게 미디어의 관심과 재정적 측면에서의 성공으로 연결되었다. 사실 국내 미술계의 사정을 고려해 볼 때 박수근과 이중섭, 피카소나 샤갈 정도의 지명도를 가진 작가의 작품을 포함하지 않고 현대미술 작가들의 작품으로만 전시회를 개최하여 재정적 성공을 거두기는 쉽지 않았던 시기에 <미술과 놀이>전의 이러한 성공적 운영은 주변의 전시 단체와 몇몇 미술관들로부터 벤치마킹의 대상으로 떠오르기 시작하였다.


2007년의 <미술과 놀이>전에는 기업체의 협찬이 따라붙고 이미 어느 정도 고정관람객이라고 할 수 있는 관람객 층이 형성될 정도로 전시의 브랜드화가 이루어졌다. 기획자 측에서도 <미술과 놀이>전의 안정궤도 진입을 확인하고 있지만 그와 함께 유사한 기획전시와의 차별성을 구축한다든지, 관람객의 요구를 발빠르게 차기 전시에 반영한다든지, 또는 전시 형식으로 컨텐츠를 제시하는데 그치지 않고 교육 프로그램을 통하여 관람객들과 입체적으로 소통하는 문제 등이 검토되었다.


결국 <미술과 놀이>전은 개최 5년만에 우리 현대미술계의 새로운 트렌드를 형성하여 미술을 놀이와 연관시킨 감상방법으로 관람객들에게 다가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판단을 뒷받침 하는 현상으로 이 무렵 <미술과 놀이>전과 유사한 전시들이 봇물터지듯 생겨난 것을 들 수 있는데, <미술과 놀이>전과 유사한 전시 가운데 대표적인 것으로는 국립현대미술관의 <미술이 만난 바다전>을 비롯하여 <가족동화전>(가나아트), <미술관봄나들이전>(서울시립미술관), <풍경 속으로 풍덩전>(고양 아람누리어린이미술관), <미피와 함께 만나는 현대미술, 미술관에 가요전>(시안미술관), <나는야 우주인전>(서울시 어린이 상상마당), <아티스트가 만든 장난감전>(헬로우뮤지엄), <웰컴 투 뮤지엄랜드전>(북촌미술관) 등을 들 수 있을 것이다.


2009년에 열린 <미술과 놀이-아트 인 슈퍼스타(Art in Superstar)전>은 수년간의 <미술과 놀이>전의 상승곡선 흐름에서 변곡점을 형성한 시기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초기의 상황과 달리 수많은 경쟁적인 유사전시의 등장과 관람객들에게 지속적인 흥미를 유발시킬 수 있는 컨텐츠를 개발하는 부담감의 심화, 그리고 외부적 요인으로 볼 수 있는 경제적 침체기의 시작으로 <미술과 놀이>전이 당초 사업계획상 유료관람객 유치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고 막을 내리게 되었다. 기획자 측에서는 이러한 결과에 대한 분석으로 “지난 6년간 전시를 토대로 대중들의 시각도 업그레이드할 시점에 다다랐다는 판단”에 기초하여 예전의 어린이 중심의 눈높이에서 일반 대중들의 관점으로 전환을 추구한 점이 다소 예측을 빗나간 부분이 있음을 인정하고 있다.

2010년 <미술과 놀이>전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든다. 이미 브랜드화되었다고 볼 수 있는 전시 컨텐츠가 제과업체와 제휴를 한 것이다. 이전에도 <미술과 놀이>전이 기업체의 후원을 받은 적이 있었으나 이전과 다른 변화 가운데에는 기업의 후원이 단발성에 그치지 않고 다년간의 후원과 협업으로 이루어진다는 점, 불우한 지역민에 대한 무료관람 등의 사회적 공헌이 본격화된 점, 그리고 이전보다 공격적인 전시홍보가 이루어졌다는 점 등을 들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다시 <미술과 놀이>전을 성공적 운영의 궤도에 올려놓았다.


2011년 <미술과 놀이>전은 국립현대미술관, 경기도미술관, 삼성호암역사관, 창원성산아트홀, 광주시립미술관 등의 외부 기관 전문가 및 유관기관담당자들의 전시 현장방문 및 전시자문을 통하여 전시에 대한 평가, 전시콘텐츠제작에 대한 협의 등을 실시하였다. 그 결과 <미술과 놀이>전이 대중성뿐만 아니라 전문성 면에 있어서의 지향점을 점검할 수 있었으며 다층적인 분야와의 협업과 교류를 통한 의견들을 차기 전시 기획에 반영할 수 있게 되었다.


이와 같은 궤적을 형성하며 진행되어 온 <미술과 놀이>전은 이제 2012년 10회째의 전시 개최를 맞이하고 있다. 앞에서 간단하게 지난 10년을 돌아본 것처럼 <미술과 놀이>전은 자칫 대중들로부터 외면당할 수도 있었던 현대미술의 난해성을 ‘놀이’라는 개념으로 풀어내어 대중친화적 교류와 소통에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었으며 동시대의 유사 기획자와 미술관들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어왔음을 알 수 있다.


<미술과 놀이>전의 개최 10주년을 맞는 시점에서 앞으로 <미술과 놀이>전이 이제까지의 성공적인 결과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더 나아가 보다 더 확대된 사회적 기여와 대중들로부터의 호응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를 점검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사실 <미술과 놀이>전은 지난 10년간 전시 기획의 준비에서 바람직한 모범을 보여왔으며 전시의 진행과 사후의 평가를 차분하게 수행해왔고, 그 결과로 매년 점진적인 성장과 심화를 이루어왔다고 생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람객들의 기대와 욕구가 증가하고 유사 전시와의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미술과 놀이>전이 지속적으로 이러한 유형의 전시에 있어서 선도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존속의 당위성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이제까지의 성과에 안주하지 말고 늘 새로운 혁신과 발전을 추구하여야 할 것이다.


이러한 혁신과 발전은 기획자의 역량 강화와 관람객의 욕구에 대한 분석, 미술계를 포함한 사회 전반의 흐름을 정확하게 읽어내는 살아있는 촉수, 전시기획자를 중심으로 한 교육, 홍보, 마케팅 분야에서의 협업과 보완 등이 효과적으로 이루어졌을 때 보다 다 효과를 발휘할 것이다. <미술과 놀이>전을 비롯한 전시사업에 있어서 무엇보다도 중요하면서 기본적으로 요구되는 것은 충분한 인력과 예산의 확보, 전시의 내용을 심화시킬 수 있는 전문적 연구의 수행과 이를 뒷받침 해주는 시간과 자율성이다. 특히 10년간의 기획 경험을 최대한 활용하여야 하며 앞으로의 10년, 20년을 위하여 세대를 잇는 차기 기획 인력의 육성도 생각해두어야 할 것이다.


<미술과 놀이>전의 10년간의 성장은 곧 관람객들의 10년간의 성장이라고 할 수 있다. 10년 전 전시장을 방문했던 어린이가 10대 청소년으로 성장하고, 당시 청소년이었던 관람객이 이제는 어엿한 사회인으로서 우리 사회의 중심에서 활동하고 있을 것이다. <미술과 놀이>전이 이들의 어린 시절의 기억에 자리잡고 있으며 그로 인해 성인으로 성장한 관람객들의 현대미술에 대한 감수성을 깨워주고 문화활동을 유도해주는 방향키가 되었다면 <미술과 놀이>전의 미래 역시 긍정적일 수 있을 것이다.

미술전시 이외의 분야에서도 마찬가지이겠지만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갖는다는 것은 쉽지 않다. 그리고 그러한 역사와 전통을 어렵게 이룩하였다면 그것을 유지시켜 나아가는 것은 더욱 더 어려운 것이다.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이 규모에 비하여 기획력이 충분히 발휘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미술과 놀이>전과 같은 기획이 10년 동안 비교적 성공적인 결과를 도출하며 지속적으로 이어져 올 수 있었던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 이제 <미술과 놀이>전 10주년을 맞이하는 시점에서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은 <미술과 놀이>전의 성공을 이어가는 일과 함께 다른 전시와 교육 사업 등에서도 성공적인 사례를 만들어내는데 노력하여야 할 것이며 이러한 노력에 <미술과 놀이>전이 보여준 사례를 면밀히 참고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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